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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정인이 사건’

기사승인 2021.02.02  2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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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양부모 장씨 부부 첫 공판기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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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3일 정인이를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장씨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아이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씨에겐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같은 해 10월13일 서울 양천구 소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검찰, 양모 장씨에 살인 혐의 적용
정인이는 사망 당일 췌장절단, 복강 내 출혈 등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쇄골과 늑골 등 몸 곳곳에는 골절 흔적도 있었다.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따른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에서 양모 장씨는 정인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트리면서 의자에 부딪혀 사망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췌장 등 장기의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 점에 비춰 장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재감정을 의뢰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법의학자들은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사건 수사팀과 지휘부는 전날 법의학자들의 이 같은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양부모는 정인이 사망에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높고 어려운 사건인 만큼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이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의 첫 재판을 앞둔 1월13일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이라며 살인죄 적용을 촉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지난 1월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들 조차 아이가 학대받고 있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겠는데 아버지 된다는 사람이 그걸(학대 사실을) 몰랐다고?”라고 운을 뗐다. 그는 “직장 일이 바빠 새벽에나 출근하고 퇴근해 누워있는 아이만 본 건가? 그럼 그건 분명 아동학대치사죄에 해당한다”며 “아버지가 아이가 죽어가는지조차 모르고 271일을 살았다면 그건 분명 방임이 아니라 아동학대치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인이 양부) 본인 스스로 잘 알 것”이라며 “자신이 아동학대치사도 살인방조도 아니라는 것을. 부인은 분명히 문자를 보냈죠?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 이렇게 아주 시원하게 속내를 부인이 당신에게 털어놓더라”라며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정말 몰랐다면 이 모든 일이 당신이 없는 사이에 부인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면 그렇게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가?”라고 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경찰과 검찰, 법원을 비판하며 올바른 수사와 혐의 적용, 판결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1월13일 오전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가 공식 답변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했다.

살인죄 적용에 양모 측 “인정할 수 없다”
검찰이 서울 양천구에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입양모 장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것과 관련, 장씨 측 변호인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변호인은 “(정인이를) 발로 밟았다는 건 인정하지 않는다”며 “일부러 때리지 않았다는 피고인을 믿는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입양모 장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장을 변경, 장씨에게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다.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살인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취지에 대해서는 “장씨는 피해자가 지속적 학대를 당해 극도로 몸이 나빠진 상태에서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복부를 손으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피해자 복부를 밟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행위로 췌장이 절단돼 600ml의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고, 복부 손상으로 사망하게 해 살해했다”고 조사 결과를 전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서는 이의를 표하지 않았지만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발로 밟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자기(피고인)가 안 밟았다고, 인정하지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부인하는데, 어떻게 살인을 인정하느냐”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아동학대치사에 있어서 당일에도 학대가 있었던 건 확실한데, 그로 인해 사망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입양부에 대해서 변호인은 ‘입양모의 학대사실을 전부 몰랐다고 주장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두 사람이 공모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모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의견) 불일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입양부가) 이제야 안 사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양부는 (정인이의) 팔을 억지로 손뼉을 치게 했다는 것, 그 부분만 인정하고 다른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국민적인 분노가 있는 사건인 것 알고 있다”며 “저희도 공감하고 마찬가지인데 저희 입장에서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변호인은 변호인의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의 진술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유관기관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대응 실패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를 둘러싼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와 처리 과정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모든 유관기관들이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정인이 사건을 다룬 이후 한 주 동안 정인이에 대한 앞선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경찰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의 대응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정보 요청과 언론 취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다. 지난 1월7일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5월25일과 6월29일, 9월23일의 경찰 대응을 공개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홀트가 지난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대응한 ‘진행 기록’ 등 사후관리 자료 등을 공개했다.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25일 처음 접수됐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의료진 등이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신고 당일 입양모 등 양부모는 아보전에 “오다리를 교정해주려고 마사지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몸에 있는 상흔이나 긁힌 자국은 아토피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홀트는 이튿날 정인이 집을 방문했지만, 멍 자국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면서도 아동 양육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하도록 안내만 했다. 아보전의 신고로 양천경찰서도 사건을 인지했지만, 지난해 6월10일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홀트에 전한다. 당시 경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은 멍든 것과 몽고반점, 아토피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판단과 달리 양부모의 ‘방임’을 의심한 아보전의 사례 관리가 이뤄지던 지난해 6월29일 2차 신고가 접수됐다. 양부모 지인이 ‘양모가 정인이를 차 안에 30분가량 혼자 둔다’고 신고한 것이다. 아보전 담당자는 2차 신고가 있기 며칠 전 어린이집을 방문했다가 정인이가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겨 2주간 깁스를 한 사실도 파악했다. 양천서는 2차 신고 날 정인이, 양모, 양부 등을 만나 현장조사했다. 홀트도 지난해 7월2일 정인이네를 재방문해 양모를 만났다. 양모는 홀트 측에 ‘자꾸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홀트는 범퍼침대 등을 알아보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2차 신고 건을 한 달 보름 정도 수사해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8월12일 검찰에 송치했다. 7월 정인이를 진료한 원장이 ‘쇄골 골절을 학대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진술이 경찰의 불기소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같은달 21일 아보전도 같은 내용의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9월18일 홀트에 정인이 입양모의 연락이 왔다. 그녀는 격앙된 말투로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홀트 측 상담원은 “목이나 입안에 염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소아과 진료를 봐라”고 했다. 그러자 장씨는 ‘당일 오후에 일정이 있고, 토요일은 입양가족 모임이 있다’고 말했고, 상담원은 ‘소아과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판단했다. 학대 의심 마지막 신고는 이후 며칠 뒤인 지난해 9월23일 낮 12시에 접수됐다.

신 의원이 입수한 경찰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과 의사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1~2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아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고 설명했다. 신고 당일 경찰과 아보전 조사팀이 오자 양부모는 억울해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얼마 전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데, 입안에 상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25일 아보전은 양부와 함께 소아과를 재방문했지만, 학대 소견을 듣지 못해 또 ‘혐의없음’으로 판단한다. 경찰은 아보전이 수사 의뢰를 안 했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인이는 그 다음달인 10월13일 숨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정인이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봤다.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학대 의심 신고는 모두 폭행이 이뤄지고 있던 시기다. 정인이가 숨진 후 약 세달 만에 구체적으로 밝혀진 당시의 기록들은 경찰 등 유관기관의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경찰 대응에 대해 “멍인지 몽고반점인지 분간이 불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고쳐야 될 것과 제도로 개선해야 될 것을 두 가지로 나눠서 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의 미비 이전에 담당자들의 부주의 등 실수가 있지 않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정인이법’, 만장일치 수준으로 국회 통과
지난 1월8일 ‘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범죄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 강화를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른바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발의된 6개의 아동학대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난 1월5일 발의된 3개의 일부개정법률안 등 6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의결했다. 1월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 보도로 ‘정인이 사망 사건’이 재조명 받은 이후 여야 의원들은 불과 3~4일 사이 15개의 개정법률안을 쏟아냈지만, 이중 위원회 대안에 반영된 건 5일 발의된 3건에 불과했다.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제안된 대안에는 “현장출동, 현장조사 및 응급조치 등 현행법상 아동학대사건 대응 절차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함으로써 아동학대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아동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제안이유로 명시돼 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한 점이다. 개정안은 제10조(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에 ‘2항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는 경우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4항을 신설했다. 아동학대범죄 조사를 위한 경찰이나 공무원의 권한이 강화됐다. 우선 제11조(현장출동) 2항의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장소를 기존 ‘신고된 현장’에서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 확대했다. 또 제12조(피해아동 등에 대한 응급조치) 7항을 신설해 사법경찰관리가 아동학대범죄 행위의 제지나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배 또는 차에 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피해아동에 대한 조사 절차나 아동학대범죄 현장에 대한 조사 규정도 보완됐다. 제11조(현장출동) 5항에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신고된 현장에서 아동 또는 아동학대행위자 등 관계인을 조사하거나 질문을 할 때 피해아동, 아동학대범죄 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또 제11조 7항에는 현장출동에 사법경찰관리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동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수사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 간에 현장출동에 따른 조사 결과를 서로에게 통지하도록 의무규정을 마련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피해아동의 보호 및 사례 관리를 위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행위자나 관계인에게 출석·진술 및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11조의 2(조사) 1항 후단에 ‘아동학대행위자 및 관계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해 출석 요구나, 진술 요구,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람에게는 역시 신설된 제63조(과태료) 1항 3의2호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동학대범죄 사건의 증인이 피고인 또는 그 밖의 사람으로부터 생명·신체에 해를 입거나 입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검사가 관할 경찰서장에게 증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하도록 제17조의2(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증인은 검사에게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청구할 수 있고, 재판장은 검사에게 이 같은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증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사실을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벌금과 과태료의 상한액도 상향됐다.

먼저 사법경찰관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 업무수행을 방해한 제61조(업무수행 등의 방해죄)의 법정형 중 벌금액 상한을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3배 이상 높였다. 앞으로 업무수행 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판사의 소환에 따르지 않거나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거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사법경찰관리,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이 수행하는 현장조사를 거부한 경우 등에 부과되는 제63조의 과태료 상한액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이밖에도 72시간을 넘을 수 없었던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 ▲피해아동 등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등 응급조치(제12조 3항) 기간 계산 시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아동 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8시간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임시조치 청구 신청을 받은 검사가 제15조 2항에 따라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 역시 기존 ‘응급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72시간 이내’에서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도록 해 최대 48시간 연장이 가능해졌다. 법무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아동학대사건의 조사와 사례관리에 필요한 전문지식,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정한 절차, 관련 법제도,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아동의 인권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조사방법 등에 관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되는 대상(제55조)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종사자 외에 사법경찰관리가 추가됐다. 가정법원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의 기간이 종료된 경우 법원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의무 조항(제51조 5항)을 신설했다.

정인이 사건은 반복되어 온 사회 구조적 문제
지난 1월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인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반복돼 온 사회 구조적 문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날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이 보건복지부, 경찰청장을 상대로 한 공개질의 기자회견에서 “아이를 살릴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지만 허술한 시스템은 그 소중한 세 번의 신고를 헛되이 하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의원은 “평소 아동학대 신호를 전문적으로 감지하고 이미 발생한 사례들을 꾸준히 추적, 관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처벌 강화만 외치기 보단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를 위해 ▲정부 부처 간 칸막이 해소 ▲전문성 제고 및 초동 대응 매뉴얼 확충 ▲아동학대 방지 예산의 일반 예산 전환 ▲즉시 분리 조치 보호시설 확충 ▲입양기관 책임 강화와 전문성 제고 등 5가지를 정부 당국과 유관 기관에 요구했다. 신 의원은 “누군가의 희생이 없어도, 시스템이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현장 방문만 늘려서는, 형량만을 올려서는 또 다른 피해아동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방지법’의 철저한 현장 적용을 강조했다. 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례 없이 발 빠른 입법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이 많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다. 즉시 분리 제도가 없어서도 아니었다”며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시스템이 그 피해 현장에서, 가해자의 완강한 저항 앞에서 작동을 멈추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현장에서 시스템의 작동이 멈추었다면 시스템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월5일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서 입양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아동학대"라며 "입양에 죄를 묻는다고 정인이가 살아오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며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정인이가 입양된 아동이고 가해자는 입양부모이기 때문에 그저 같은 입양부모이고 입양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죄인이 돼야 했다”며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들도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입양된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미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졌다”며 “그에 대한 후속대책이 지난 12월 초 발표됐지만 그 어디에도 입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8년과 2019년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이라며 “이중 40명은 친생부모에게, 12명은 한부모 가정 생부·생모로부터, 8명은 미혼부모 가정에서, 5명은 동거부부의 손에서, 2명은 재혼 가정에서 죽었고 입양가정에서는 1명의 정인이가 죽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누가 더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이상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적 공분을 받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 속에 모든 답이 들어있는 것처럼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있는 정인이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며 “70명이나 되는 죽은 정인이들의 삶과 죽음을 모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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