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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살해한 민간인 사망자 600명 넘어

기사승인 2021.05.03  00: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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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숫자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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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8일,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반(反)군부 시위 탄압으로 숨진 사람이 600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독립 매체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 정치범 지원협회(AAPP) 사망자 통계에 전날 심야까지 자체 확인한 사망자 현황을 합산한 결과, 군부가 쿠데타 이후 살해한 민간인이 606명에 달한다”고 타전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AAPP는 지난 4월7일 기준 군부의 탄압으로 숨진 사람이 적어도 598명이라고 집계했다. 미얀마 나우는 전날 사망자가 적어도 20명 발생했다면서 보고된 사망자는 사가잉주(州) 칼라이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군경이 칼라이 지역 타르한 마을에 위치한 시위캠프를 진압하면서 적어도 11명이 사망했다면서 사망자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2개국 합참의장 미얀마 군부에 규탄 성명
미얀마 현지 매체는 사망자 11명 중 3명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얀마 구호단체 관계자는 사가잉주 타제 마을에서도 남성 7명이 군부에 사살됐다고 했다. 승려를 포함해 적어도 20명이 다쳤다고도 했다. 한 타제 마을 주민은 군경 100명이 4월7일 오전 마을에 진입해 시위 진압을 시도했고 주민들이 저지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군부는 저격총 등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사제총으로만 무장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은 사가잉주 바고 지역에서도 군부가 주택가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성인 남성 2명이 숨졌다고 했다. 이밖에 미얀마 나우는 국영방송을 인용해 4월7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관공서 주변 등 7곳에서 소규모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중국인 소유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고도 전했다. 폭발로 인한 피해는 경미하고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피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번 화재와 폭발은 군부가 국영방송을 통해 지난 3월27일 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 피격 사건 용의자를 체포했고 용의자는 미국과 미얀마간 정치적 문제를 조장하려는 민주주의민족연합(NLD) 지지자라고 발표한 이후 발생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12개국 합참의장이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합참이 3월27일(현지시간) 공표한 공동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 군대는 행동에 대한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미얀마 시민에게 잃은 존중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합참이 주도한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그리스 등 12개국이 참여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 등은 미얀마 군부를 향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우방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이용해 유엔의 조치를 저지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얀마 경제, 쿠데타와 유혈 진압 여파로 붕괴
미얀마에서 지난 2월 발생한 쿠데타가 ‘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그 여파로 미얀마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10일 미얀마 경제가 쿠데타와 유혈 진압의 여파로 붕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5,400만명으로 가뜩이나 극빈국인 미얀마에 쿠데타까지 터지면서 경제에 먹구름을 더 짙게 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얀마의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408 달러(약 157만원)에 불과하다. 또 WSJ는 미얀마 인구 중 약 600만명이 하루에 3.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얀마 어린이 4명 중 1명은 영양 부족으로 나이에 비해 체격이 작다. WSJ는 과거 수십 년 이어진 미얀마 군부 독재체제의 경제 정책은 재앙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미얀마 경제는 지난 10년 사정이 조금씩 나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2011년 군부가 민간 정부로 권력을 이양한 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해외 투자 유입도 늘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빈곤율은 2010년 42.2%에서 2017년 24.8%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유혈 ‘참사’가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에서 하루 생활비가 3.2달러에 못 미치는 국민이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년 사이 빈곤층이 180만명이나 늘어날 것이며, 올해 미얀마 GDP가 1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쿠데타 발생 이후 미얀마에서는 공무원과 은행 직원, 공장 및 항구 근로자들이 출근을 거부하는 등 군부에 항의하는 파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의 최대 민영은행인 KBZ은 직원들의 파업으로 50개 지점 가운데 단지 14곳만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미얀마 중앙은행에서도 수백명이 근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많은 공장 노동자들은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다. 미얀마 내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함에 따라 국가 수출품의 약 25%를 차지하던 의류산업은 새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내 인터넷 제한도 금융, 음식업 등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군부가 지난 3월15일 시민들의 정보 공유를 막으려고 휴대전화 인터넷(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현재 유선 인터넷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키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구금됐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하며 수치 고문 등의 석방을 촉구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 TV는 이날 성명에서 “선거부정에 대응해 구금조치를 실행했다. 군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군부의 행동은 나라를 독재 시절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수치 고문은 국민들이 쿠데타에 맞설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쿠데타의 직접적 원인이 된 건 지난해 11월 총선이다. NLD는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했다. 그러나 군부는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급기야 지난 1월26일에는 군사행동을 노골적으로 암시했고, 하루 뒤에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됐다.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잇따르자 같은 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군부, 유명인들에 대한 규제 강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인들의 명단을 국영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일을 이용해 시위를 지지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유명인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선 정부를 축출한 지난 2월1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하려는 강경 유혈진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해진 조치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47명을 포함해 적어도 570명이 사망했다. 쿠데타는 50년에 걸친 미얀마의 민주주의 발전을 일시에 후퇴시켰다. 미얀마의 ‘글로벌 뉴라이트’는 이날 남녀 배우와 음악가 등 20명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명단을 게재하고 이들을 “국가 안정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살포해 형법 505조 A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이 조항 위반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지난 2월에도 여러 배우와 감독들이 기소돼 지난 2월 이후 기소된 유명인들은 모두 60여명에 이른다. 미얀마 여배우 마이 토에 킨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트위터에 “그저 나의 일을 하고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항상 미얀마 뉴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썼다. 정보부에서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은 방송사와 제작사에 수배 명단에 오른 문학, 영화, 연극예술, 음악, 저널리즘 분야의 사람들을 작품을 기용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이를 어기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4일자로 돼 있는 이 문건은 킷팃 미디어가 최초 보도한 후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됐는데 AP통신은 이를 즉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양곤과 다웨이 등 미얀마 곳곳에서는 이날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양곤에서는 시위대가 유엔 안보리에서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거부권을 위협하는 등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중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군부를 비판한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도 대사관 내부의 쿠데타를 당했다고 4월7일 CNN방송이 보도했다. 쪼 츠와 민 전 주영 대사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몇 시간째 대사관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들어갈 수 없다”면서 “직원 몇 명이 대사관 안에 있지만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런던에 있는 미얀마 군부 측 담당관이 대사관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사관 안에 최소 7명이 있으며 그 중 1명은 어린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사는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한 인물이다.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과 대사관 개방 유지를 요구했다. 당시 도미닉 랍 영국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민 대사와 대화를 나눴고, 그의 용기와 애국심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군부는 “민 대사가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환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 대사를 지지하는 50여명이 이날 주영 미얀마 대사관 앞에 모였지만, 런던경찰은 이들이 코로나19 규제를 위반했다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병력 이탈 막고자 가족 볼모로 삼아
쿠데타 이후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군인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가족을 볼모로 삼고 있다. 탈영한 한 장교로부터는 “군인들도 민간인 학살 등 부당함을 알고 있다”며 “가족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75% 가량이 군을 떠날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4월14일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군부가 군인들 가족을 통제하며 군 병력의 이탈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군인들도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데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이를 혐오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대가를 치를까봐 걱정돼 시민불복종운동(CDM) 등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체는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군부의 잔인한 처우를 목격한 군인들이 가족 안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군을 떠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3월 초 제77경보병 사단을 탈영한 툰 미얏 아웅 대위를 비롯해 최소 4명의 군인이 군대를 빠져나와 CDM에 합류했다. 다른 군인들도 속속 탈영해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DM에 합류한 장교 린 텟 아웅은 “군부대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납치된 것과 같다. 군부가 가족들을 이용해 군인들을 통제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게 한다. 탈영을 하려면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군인들이 명령 때문에 저지르게 된 범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살해하는 걸 알고 있지만 가족 안전 때문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린 텟 아웅은 “군인들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군인들도 부당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탈영 후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의해 통제되는 지역에 피신 중인 그는 군인들 가족이 보호받는다면 약 75%는 군대를 떠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쿠데타 이전에도 군인 가족들의 이동은 크게 제한됐지만 사태 이후 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한 장교 부인은 “마지막으로 남편과 연락이 된 지 2주가 지났다. 외출도 자유롭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군부가 남편에게 승진을 원하는지 1~2년의 징역을 원하는지 등을 물으며 협박한다. 군부대에 함께 살지 않는 내가 그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모든 군인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군부의 촘촘한 통제 탓에 현재 상황을 접하지 못하고 상부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군인들도 다수다. 인터넷 접속이 안 되고 군부 입맛에 따라 운영되는 군 소유 방송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현상이다. 그는 “군부대에 함께 거주하는 군인의 가족들은 진심으로 이번 쿠데타가 부정 선거 때문에 일어났고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선거가 1년 후 실시될 걸 믿는다”고 언급했다. 군부는 군 병력 이탈을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선전에 주의하고 탓마도(미얀마 군) 내에서 단결하라”라는 식으로 통제를 강화한다. 지난달 말 미얀마군 기지를 공격한 후 군인을 심문한 카렌민족연합(KNU) 소 보 쩌 헤오 부사령관은 “병사의 경우 가족과 연락도 못하고 SNS 접근도 할 수 없다. 어떤 (물질적)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NM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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