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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대통령궁 점령 후 종전 선언

기사승인 2021.09.03  13: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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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완전 철군’ 발표 뒤 4개월 만에 재집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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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5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이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뒤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종전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접수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앞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현지 경찰들이 도시를 떠났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약탈을 막을 목적으로 카불 진입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이와 함께 “전쟁은 끝났다”며 종전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기도 게양했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권력분담 제안
앞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자국 내 영토 분쟁을 중단하는 대가로 권력분담을 제안했다. 알 자지라와 더 트리뷴 등 외신은 8월12일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대표단, 미국,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이 참석한 이른바 ‘트로이카 플러스’ 회담 결과를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정부 고위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압둘라 압둘라 아프가니스탄화해협의회 의장이 포함된 아프간 정부 측은 회담을 통해 탈레반 대표단에 권력 분담에 대해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탈레반과의 연합정부 구성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담 중에는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압둘라 의장은 아프간 사태 해결에 대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그는 “탈레반과의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중재가 필요하다”며 “아프간 사람들은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이고 단합된 아프가니스탄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협상을 통해 분쟁을 종식시킬 것이며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제3자가 평화협상을 중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미르 카불로프 러시아 특사는 아프간에서 세계 공동체의 세 가지 주요 목표로 ▲휴전 달성 ▲아프간 내 대화 재개 ▲2년 후 치러질 선거와 함께 임시 연립 정부 구성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 입장은 달랐다. 탈레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트위터에 탈레반 대표단이 카불로프 특사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다른 당사자들이 장애요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 2인자 물라 바라다르가 “아프간 정부가 정치적 해결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주재 미 대사 직무 대행 로스 윌슨은 “폭력, 공포, 전쟁을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시도는 국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평했다.

이슬람 국제테러조직 공포 되살아나나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의 득세로 21세기 초반 국제사회를 떨게 한 이슬람 국제테러조직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8월1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질의에 “알카에다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처럼 정부가 통제에 실패한 국가와 지역에서 무장 테러 단체들이 다시 득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리스 장관은 “서방세계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국가들을 즉시 바꿀 수는 없지만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아프간에서의 ‘20년 전쟁’을 끝내고 완전 철군을 발표한 뒤, 탈레반의 매서운 진격 속도는 아프간 정부와 미·유럽 동맹국들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초 미군 철수 후 아프간 정부가 6개월 정도를 버틸 거라 예상했던 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그 시점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주요 지역을 점령하며 세력을 확장하자, 영국이 현지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월12일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에 주재 중인 자국민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한 병력 600명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아프간에 주둔한 영국군을 도왔던 통역관 등 아프간인들의 대피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에는 영국인 약 40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외무부는 카불 주재 대사관 인원을 긴급 출국을 위한 영사 및 비자 서비스 제공 인력만 남기고 철수시킨 상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영국 국민과 군 인력, 아프간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자국 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미군 3개 부대, 3000명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CNN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미대사관 민간인 대피를 지원하기 위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3개 대대 병력 3000명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2개 대대는 미 해병대, 1개 대대는 미 육군이라고 설명했다. 3개 대대 모두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 중부사령부 소속이다. 미 국방부는 또 특별이민비자 신청자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미 육군과 공군 1000여 명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전쟁 중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을 위해서다. 이들은 미국 시설 이외의 해외 지역으로도 대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대변인은 아프간 파견 병력에 전투 임무가 있는지 묻는 질문엔 “이번 임무는 민간인 이동을 보호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월 말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하길 바라고 있다”며 당초 목표한 철군 완료 시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프간을 점령해 지난 20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아프간군과 경찰병력을 정비했다. 이들 규모는 약 35만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탈레반의 병력은 8만5000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더는 미군이 없어도 아프간 정규군이 탈레반에 억지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프간 정규군은 지난 5월 미군 철수 작업이 시작되자 3개월 만에 탈레반에 의해 와해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눈부신 실패”라며 “아프간군에 내재된 결함이 실패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WSJ은 미군 작전방식과 전투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탈레반과 올 5월까지 미군이 철수하겠다는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가니 정부는 자국군 정비를 하지 못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많은 관계자는 자국 내 미군이 실제로 철수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가니 정부 또한 이 같은 미·탈레반 협정에 대해 반대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협정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 철수를 단행했다. 정규군은 탈레반이 주요 도시를 공격했을 때,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군은 부대 규모를 비롯한 항공기 등 전력에서 탈레반에 절대적 우세였다. 그러나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3개월 만에 무너졌다.

탈레반, 아프간 내 행정 장악 시작
가니 대통령은 이미 카불을 벗어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 대통령은 보안군이 카불을 지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국민을 버리고 도주했다. 앞서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하고 대기 중이던 전투원들에게 진입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 시내 현지 경찰들이 도시를 떠났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약탈을 막을 목적으로 진입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장관은 TV 연설에서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 내 행정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공항과 병원을 계속 운영하며, 긴급 물품의 공급 또한 중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하면 떠나고, 떠나지 않는다면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프간 정부군을 향해서는 귀향을 허용한다며 사실상 군대 해산을 지시했다. 로이터는 3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한때 아프간 내무장관을 지냈던 알리 아흐마드 잘랄리가 과도 정부의 수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잘랄리는 미국에 거주했던 학자이며, 정권 이양을 감독하기 위해 가장 절충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탈레반측이 잘랄리의 임명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현지 인력 철수에 착수했다. 완전 철군을 앞뒀던 미국은 지난 8월15일부터 카불 주재 대사관에서 인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병력 5000명의 카불 추가 파견을 승인해 인력의 무사 철수를 돕도록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프간에 잔류하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 우리는 아프간 정부군이 자국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의 현 상황이 1975년 베트남 전쟁 말기 사이공 함락 때와는 명백히 다르다면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독일은 카불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했으며, 캐나다 또한 카불 내 외교 사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현지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이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뒤 종전 선언을 한 가운데 전세계 60여개국이 시민들의 대피를 위해 국경과 공항을 폐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8월15일 오후 미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카타르, 영국 등 65개국 이상이 서명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아프가니스탄 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아프간에서 민간인들의 출국 허용을 촉구했다. 이어 “아프간 사람들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자격이 있다”며 “국제사회도 그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NM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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