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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본질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날개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사승인 2021.12.03  23: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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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자 완전함으로 나아가려고하는 의지의 길을 찾는 존재이다. 예술은 그래서 인간 삶의 현장을 아름답고 조화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모든 활동과 그 산물이 되고 또한 현실을 실현하는 원천 중 하나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의 관점은 인간과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는 의지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한다. 예술은 자연이 되고 그 자연을 조화롭게 재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경제·문화적 관점을 차원 높은 가치로 환원해가려는 의지가 내재해 있다.

‘꽃’은 단순한 아름다움 아닌 생명의 미학
“육체가 아닌 영혼의 시간, 영겁의 시간, 찰나의 향기를 고스란히 안아 화폭에 놓았다.” 안진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대규모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안진의 교수는 30여 년간 꽃을 그려온 ‘꽃의 화가’다. ‘한국화’ 혹은 채색화라는 전통에서 창작의 젖줄을 이어 다지면서도, 그 전통의 틀에 결코 자신을 가두지 않고 현대적 변용이라는 시대의 과제에 대응해온 안 교수는 꽃의 외양뿐만 아니라 꽃의 마음을 그린다.

▲ 안진의 교수

동양에서는 화조화보다 산수화가 우위의 화목(畵目)이었지만 안진의 교수의 꽃은 작품의 형식과 내용에서 ‘소(小) 장르’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대(大) 장르’의 위용을 한껏 떨치고 있다. 구체적이었던 꽃은 점차 기호화되어 추상적인 인상이 강하며, 야생의 밀림이나 깊은 바다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화면의 울림이 가히 일품인 대작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면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전구, 의자, 종이배 같은 소재에 꽃을 덧입힌 일련의 작품을 제작한다. 자연과 일상, 자연과 문명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다. 이에 대해 안진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는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모티프들을 꽃으로 표현하면서 세상에 꽃이 아닌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미물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었고, 새로운 생명을 입혀나가는 작업이었다. 꽃은 자연의 다른 이름이다. 꽃은 더 이상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제게는 생명의 미학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정신으로서의 꽃’을 그리는 안 교수는 꽃을 감싸는 빛과 공기의 흐름까지 표현해낸다. 화면을 가로지르며 비상하는 몇 가닥의 필선이나 미끄러지듯 퍼지는 마티에르는 유유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장치다. 정중동의 내밀한 찰나, 그 나지막한 숨결까지 붙잡는다.

특히 꽃 그림에 시간의 개념을 더한 그는 화려한 장식적 외양을 넘어 깊고 넓은 존재론의 물음을 던진다.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자신의 작품을 양식화한 <꽃의 시간>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데, 당시 대규모 전시를 마치고 슬럼프를 겪었던 그에게는 위로가 필요했고, 그래서 자연에 기대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들을 그렸지만, 그 시기엔 볼품없고 초라한 풍경들이 더 없이 또렷하게 박혔고, 그 안에서 봄이면 죽음을 다시 삶으로 바꾸는 생명의 신비를 떠올렸다. 안 교수는 “자연이 만들어준 흔적 위에 붓질을 올리는 동안, 마른 꽃잎들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화폭 위에서 살아나며 저를 위로하고 있었다”면서 “푸른 꽃, 푸른 물감으로 그리던 <꽃의 시간>은 집착을 놓고 나를 비우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전통의 경험 확장시킨 작업으로 한국화의 현대화 선도
한국화는 우리의 그림이고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가치이기에 존재의 이유가 분명하지만 화단에서 한국화의 위상이 많이 약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안진의 교수는 “이 점은 잘못된 역사의식에도 기인한다. 일본이라는 창을 통해 굴절된 근대를 겪으면서, 해방이후 우리 그림은 색을 사용하는 것을 왜색시 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채색이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민족회화는 수묵화 일변도로 시장을 형성하는데, 수묵도 채색도 함께 우리의 회화로 병립하고 확장되어나갔다면, 현재 한국화가 더욱 넓게 자리매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한국화 전공자들이 다양한 매체실험을 해나가며 현대회화의 힘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 그 선봉에 서 있는 안진의 교수 역시 전통의 경험을 확장시키며, 보다 자유롭게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안 교수는 “자연은 저의 모든 감각을 열어주는 제한 없는 곳이다”면서 “저의 경험처럼 관람객들도 제 작품을 통해 어디에도 갇히지 않고 훨훨 날아가는 자유의 풍경을 경험하고, 자연 안에서 선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감성의 시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작가는 작업으로 이야기해야한다. 앞으로 저도 우리 그림 특유의 본질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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