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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되나

기사승인 2022.06.04  07: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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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총 50조’ 국산 코인 루나 99%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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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엔지니어 출신의 한국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 가격 폭락이 1조5000억달러(약 1900조원) 규모의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테라에서 시작된 혼돈이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등으로 파장이 확산하면서 ‘가상화폐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11일 오후 늦게 테라는 0.26달러까지 주저앉으면서 시장을 뒤흔들었다.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루나의 충격적 폭락
치솟는 물가와 경기 전망 악화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고점에서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보다는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시장 전망치보다 높고 여전히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시작으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달러화와 연동해 가격변동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몰락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산코인으로서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던 ‘루나’의 충격적인 폭락이 가상화폐 시장의 패닉 국면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지난 4월에 개당 14만 5천 원선까지 치솟았던 루나의 개당 가격은 지난 5월 6일부터 10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5월 13일엔 한 때 개당 0.031원까지 떨어졌다. 일주일새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씨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자매코인인 테라와 함께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두 코인은 서로 독특한 구조로 연결돼 있다. 테라는 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고, 1달러를 웃돌면 테라로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키는 구조다. 루나는 테라의 1달러 가치 고정을 위해 연계된 자매코인인 셈이다.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면서 최대 20%의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도 적용됐다. 이런 구조를 놓고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는 ‘폰지 사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두 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루나는 한 때 시가총액이 50조 원에 달했고, 테라의 시가총액도 23조 원을 웃돌며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위축세 속에서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가격 회복을 하지 못하면서 루나의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5월 13일 오전 기준 테라의 가치는 개당 0.19달러, 시가총액은 6조 원 수준으로 바닥을 찍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던 상위 코인의 급격한 추락은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 가운데선 이번 사건을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고 보는 곳도 있다.

미국 CNN은 테라와 루나의 몰락을 다루면서 “리먼 브라더스의 순간”이라며 “문제는 루나가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거래자들에 의존해 온 생태계”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경제학자인 프랜시스 코폴라의 발언을 인용해 “대형 금융 기관이 엄청난 양의 자산을 매각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돈을 빼려고 할 때 발생하는 패닉”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붕괴가 시작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세계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5월 12일 공지사항을 통해 루나의 모든 선물거래와 일부 현물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같은 날 “달러와 고정돼 있다고 주장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며 규제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국내 거래소들도 일제히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한편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도 불렸던 권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루나 상장폐지 결정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폭락 사태가 발생한 루나에 대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5월 14일(이하 한국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루나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 사실을 공지했다. 5월 27일 오후 3시부터 거래가 종료됐다. 빗썸은 거래지원 종료 사유에 대해 “루나 네트워크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테라 프로젝트 알고리즘 스테이블 달러 가치연동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피해 복구를 위한 재단의 향후 계획이 불명확하며 동시에 가파른 유통량 증가로 인해 시세가 급격히 변동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하게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빗썸은 5월 20일부터 루나에 대한 스테이킹 서비스도 종료한다고 알렸다. 스테이킹은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긴 뒤 해당 플랫폼의 운영 및 검증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먼저 루나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고팍스였다. 고팍스는 루나와 테라KRT에 대한 거래와 입금을 5월 16일 오후 3시 종료한다고 밝혔다.

고팍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가상화폐의 급격한 유통량 증가 및 시세 변동 등으로 인해 향후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당사 상장 폐지 규정에 의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 지원을 잠재적으로 종료한다”라고 설명했다. 테라KRT는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의미한다. 국내 점유율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도 공지사항을 통해 루나에 대한 상장 폐지 방침을 알렸다. 업비트에선 비트코인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BTC마켓에 루나가 상장돼 있었는데 5월 20일 낮 12시부터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업비트는 “유의종목 지정 이후 현재까지 루나의 급격한 유통량 증가 및 가격 변동이 지속되고 있고 UST 연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한편, 프로젝트의 사업진행 상황에 있어서 UST 연동 작업 등 유의미한 진척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중대하고 업비트 회원 보호를 위해 긴급한 경우로 판단이 돼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했다. 한편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가상화폐 ‘루나’, ‘테라USD(UST)’ 폭락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13일 권 CEO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UST 디페깅(1달러 미만으로 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의미)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란 점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발명품(루나 및 UST)이 여러 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USD 폭락사태와 관련해 권 CEO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자신의 가상화폐 프로젝트 실패를 암시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다만 권 CEO는 가상화폐 프로젝트와 관련해 “나를 비롯해 나와 연계된 어떤 기관도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본 게 없다”며 “나는 위기에 루나와 UST를 팔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테라 블록체인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이라며 “우리 커뮤니티가 앞으로 나아갈 최선의 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 투기적 기술기업의 주가 동향과 유사해져
10년 이상 동안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기적 가치저장수단으로서 물가상승 회피책으로 여겨져 온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가 투기적 기술기업들의 주가 동향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5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회사 아케인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연초부터 비트코인 가격은 기술기업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유사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비트코인 가격이 25% 하락한데 이어 5월 11일 3만달러(약 3837만원) 아래로 떨어져 지난해 11월 최고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술회사 주식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비트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잘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투자 위험이 큰 기술주와 유사해지는 것은 비트코인이 혁신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케인사 분석가 베틀 룬데는 “비트코인이 황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잘못임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이 우량자산에서 위험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아케인 리서치사는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지수 사이의 연관성을 1부터 -1까지의 수치를 매겨 평가했다. 1은 가격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며 -1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지난 1월1일부터 30일 평균 비트코인-나스닥 연관성 점수는 1에 근접해왔으며 5월 둘째주에 가장 높은 0.82에 달했다. 또 비트코인 가격변동은 금 가격 변동과는 연관성이 갈수록 줄어왔다. 나스닥지수와 연관성은 코로나 팬데믹 진행과정에서 갈수록 커져왔다. 이는 헤지 펀드, 연금펀드 및 사모펀드 등이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한데 일부 원인이 있다.

2010년대 비트코인에 열광했던 분위기와 달리 이들 전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고위험-고수익 기술투자의 일환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고객들에게 단기적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주에 대한 이들의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과 함께 비트코인 거래도 영향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투자 펀드인 포티스 디지털사 설립자 마이크 보로는 “5년전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신봉했다. 지금은 위험자산의 일부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암호화폐에서 손해를 보면서 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물가 급등으로 인한 경제난의 영향으로 나스닥 상장 기업들의 주가 우려가 커져왔다. 페이스북의 메타사 주식도 40% 이상 하락했다. 넷플릭스도 70% 가량 하락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식은 1분기 매출 하락과 4억3000만달러(약 5518억원)의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5월 11일 26% 하락하는 등 올들어 75% 가량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중순에 비해 29%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점인 7만달러(약 8990만원)에 달했었다. 암호화폐 거래회사 OANDA사 분석가 에드 모야는 “지난해말에는 비트코인이 물가상승 회피수단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나 물가가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마찬가지로 폭락했다. 이더리움은 지난 4월 초보다 25% 가량 떨어진 2300달러(약 295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솔라나와 카르다노 등도 크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과거 폭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적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폭이 매우 컸다. 팬데믹 호황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기 전 비트코인은 1만달러(약 1284만원)에 못미쳤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신봉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의 위험자산과의 상관도가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정보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사 마이클 세일러 CEO는 회사 현금 수십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해 12만5000개를 사들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이 회사 주가도 지난해 11월 대비 75% 하락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국제금융시스템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투자자들과 관료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신봉자들이 옳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다. 수십억명이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매달 이를 깨닫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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