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한국은행 사상 첫 빅스텝, 기준금리 연 2.25% 단행

기사승인 2022.08.05  12:02:01

공유
default_news_ad1

- 한은, 경기보다는 물가 우선으로 통화정책 펼쳐나간다

article_right_top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3분기말에서 4분기초 고점을 찍고 서서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론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7월 13일, 한국은행의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에는 임지원 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이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이 총재를 포함해 총 6명이 참석했다.

올 연말 기준금리 2.75~3.00% 수준에 이를 수도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였던 0.50%의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뒤 같은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걸쳐 0.25%p씩 올렸다. 이어서 7월 0.50%p 추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50%에서 11개월 만에 2.25%로 오르게 됐다. 기준금리가 연 2.2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2.25%) 이후 7년11개월 만이다. 또한 한은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7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통위가 빅스텝에 나선 이유는 높이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 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지난 6월 3.9%로 치솟았다. 2012년 4월 이후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에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50bp(1bp=0.01%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경기보다는 물가를 우선으로 통화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와 경기 문제에 대해선 당연히 양쪽을 다 보겠지만 현재 물가가 6%대의 높은 수준, 특히 근원 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기에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운영해야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물가가 더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어느 쪽에 중점을 둘지 보는데, 금통위 입장은 6%를 넘는 물가상승률이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직까지는 중립금리까지 왔다고 보지 않으며 (현재 기준금리 2.25%는) 중립금리의 하단 정도에 온 상황이라 앞으로 한두번 더 금리가 오르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빅스텝’은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라면서 올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현재 예상하는 물가와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기준금리는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향후 인플레이션 속도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를 잘 점검하면서 정책 결정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 2.75%나 3% 기준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가 될지, 3%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의 기대 수준으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보다 높은 기준금리는 지금과 같은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한다는 전제인데 저희가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선 올 3~4분기 정점을 나타낸 뒤 완만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물가는 3분기 후반이나 4분기 초를 정점으로 하고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방문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 역시 “물론 외부 상황이 변하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아직까진 2% 밑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변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것은 어쩔 수 없으며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가면 그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 7%대 돌파할 듯
한국은행의 사상 최초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2.25%로 오른 가운데,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상승 전망이다. 7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700~6.09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연 3.71~5.21%) 대비 최대 0.886%p 오른 수치다. 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4.26~6.10%로 같은 기간 연 3.88~5.63%에서 0.47%p 상승했다. 지난 6월까지 연 7%를 넘던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낮아진 다소 상황이지만, 이날 한은의 빅스텝으로 다시 7%대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을 기준으로 삼는데,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31일 2.259%에서 지난 6월 17일 4.147%로 치솟았다. 이후 일주일 후인 24일 3.948%로 0.199%p 낮아지며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3.0%까지 끌어올릴 경우 시장금리도 상승해 연말 주담대 금리 상단은 8%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상승 전망이다. 변동금리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는 정기예금 증가분을 반영해 오르는데, 시중은행들은 6월부터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코픽스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해 5월 0.82%에서 1.98%로 1.16%p 올랐다.

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따라 뛰는데, 코픽스 금리는 은행 정기예금 규모 증가를 반영해 인상된다”며 “지난달 예금금리 인상분은 이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85조959억원으로 전달(679조7768억원)보다 5조3191억원 증가했다. 7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행렬에 따라 8월 코픽스 금리와 주담대 금리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금융당국 압박으로 올린 예금금리가 고스란히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당국 눈치에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낮췄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올려 대출자들의 금리인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쏠 편한 직장인 대출 S’ 최고 금리는 연 7.34%, 하나은행 ‘프리미엄 직장인 론’ 금리는 연 7.351%로 집계됐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7월 12일 기준 3.42~6.086%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매수세 감소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매수세 감소를 전망했다. 대출에 따른 높은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거래절벽과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부동산시장에는 매매위축 영향을 주고 민간건설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면 지역별 수요 등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각 지역의 대장주 단지와 지금 사는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지역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며 “깊은 거래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2% 돌파는 금리부담의 임계점을 지나는 것”이라며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집값 하락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위원은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예상되고 가을 이사철 특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경제 불안과 금리인상 등으로 매수자의 심리적 부담이 선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이번 빅스텝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의 거래량 감소와 전국적으로 약보합인 주택시장 분위기는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서의 ‘월세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월세이율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세입자는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기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로 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급여의 소득세율이 낮을수록 전세대출 이자 납입에 대한 연말 소득공제를 받는 것 보다 월세 세액공제가 유리하고 집주인으로서도 보유세 부담에 전세를 월세를 돌리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실시간 뉴스

전국 뉴스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