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고미술은 꾸준한 수요 덕분에 투자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당대에서 볼 수 없는 문화재급의 고미술품은 희소가치가 높고 가격도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미술 컬렉터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윤담 기자 hyd@
고미술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보호법’ 범주 안에 들어가는 작품들을 포괄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현대 미술 시장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고미술을 찾는 컬렉터들은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고미술이 희소가치가 높고 작품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초보 컬렉터들도 고미술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고미술품의 역사적 의의 발굴에 총력 기울여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민종기 원장은 진정한 고미술 컬렉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고향인 화순에서 부군수와 군수권한대행, 전남도의회 의정지원관을 역임한 민 원장은 공직생활 중에도 좋은 서화들을 수집해오다 1993년 장성군 문화관광과장직을 역임하며 국내 고문서 관계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본격적으로 고문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 민종기 원장 |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은 “고미술품은 그 영역이 대단히 넓고 대상물도 다양하다”면서 “고미술품의 감상은 그 자체에 함축된 형태와 느낌을 눈과 마음에 담아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미술품이 있는 곳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발품을 팔아 현장을 찾아다니며 한국인 최초로 중국유물 발굴전문가이자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10대 문화명인에 선정된 김희용 선생을 만나 중국 고대유물로 눈을 돌린 민 원장은 당대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자기, 흑피옥, 춘추전국시대칠기, 고대황실먹, 자사호, 고서화를 비롯해 수집 스펙트럼을 넓혔다. 세계경매시장인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나겔(NAGEL), 폴리옥션(POLY AUCTION) 등에 문을 두드려 중국 고대 도자기를 출품, 국내 최초로 수 건의 낙찰을 받기도 한 민 원장.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국내 유물만도 1만여 점, 이중 상당수는 중요한 사료 가치를 지닌 것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위해 민 원장은 중국인민대학박물관 학회이사 허명 교수, 상해 공뢰관리전문학원 문물감정학과 진일민 교수를 비롯, 세계적 도자감정가인 구소군 전문가 등으로부터 진품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원청화 도자를 국내에서 찾아내는 등 수집을 초월해 유물의 역사적 의의를 발굴하는 역할에 충실해 왔다.
특히 허명 교수가 민 원장에게 데이비드 쌍둥이 화병을 중국 거부들에게 소개하면 1천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데이비드 화병을 문화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뿐만 아니라 민 원장은 유물들의 가치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전남 화순에서 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예술인, 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국 고대황실의 명차를 소개하는 품다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최근에는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 출연한 학술기관이자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를 연구, 기록하는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 지난 15년간 열과 성을 다해 수집하고 소장해 온 42개 명문가들의 고문헌 5,256점도 기탁하기도 했다.
특강 통해 한중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 수행
오늘날 문화적 교류는 국제사회 발전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으며, 국가 간 대외 정책으로써 외교적 차원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한중 양국의 문화교류는 양국 간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데에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민종기 원장 역시 지난해부터 매월 서울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미술품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고대 도자기에 대한 특강도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도자기는 세계 각국의 문화가 만나고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문화교류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역사적으로 활발한 문화교류를 해왔던 한국과 중국은 도자문화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뛰어난 미적 창출 능력과 그 제작 기술이 높이 평가되어 왔다.
민종기 원장은 “특강을 통해 미술품의 예술성뿐만 아니라 각 미술품에 얽힌 고유한 이야기와 사연을 풀어냄으로써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미술품의 형성 과정과 전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인문학적 질문과 통찰로 진행되는 민 원장의 특강은 중국의 개혁개방시기에 국내로 대거 유입된 중국황실도자기의 실상과 만년 흑피옥 매장지 최초 공개의 위업을 이룬 김희용 선생과의 인연, 그리고 국제경매사의 중국도자기 경매실태 및 경매 참여와 낙찰의 경과, 천년의 가마터 불길이 꺼지지 않는 경덕진 시와의 MOU체결 경위 등을 다루고 있다. 민 원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주제와 다양한 시각으로 공감의 에너지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강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제 강의를 통해 많은 이들이 옛 선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 궤적을 음미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