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보호 4대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지난 9월 21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회복 4법’을 재석 286명 중 286명이 만장일치의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장정미 기자 haiyap@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교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았다. 이에 여야는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대처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교원들 거센 요구에 ‘교권보호 4대 법안’ 추진
이번에 통과된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며,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학생 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 침해를 막는다는 게 골자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유아 생활 지도권을 신설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무너진 교권회복에 대한 교원들의 거센 요구에 따라 ‘교권보호 4대 법안’이 추진됐다.
국회는 지난 8월11일 첫 교육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보호 4대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국회 교권보호 입법화 지원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지난 9월12일에는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당정협의회를 열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당정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수사 시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조사·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하게끔 하기로 했다. 수사기관은 교육감이 제출한 의견을 사건 기록에 첨부하고, 수사 및 처분에 관한 의견 제시 시 참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동학대 신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해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고려 없이 아동 학대 신고 사실만으로 직위 해제되는 사례가 없도록,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직위 해제되지 않도록 직위해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당정은 ‘정서적 아동 학대’, ‘정당한 생활지도’의 모호성을 명확히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교직단체, “아동학대법 추가 개정필요하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교권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교직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교직단체들은 교사들의 잇단 안타까운 죽음과 지난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계기로 마련된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 관련법 추가 개정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환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매주 거리로 나와 교육할 권리 보호 입법을 외친 선생님들의 힘 덕분”이라며 “교육할 권리를 확대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여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며 개정된 4개의 법안은 50만 교원의 거대한 참여가 만든 결과”라며 “그들 덕에 당정과 여야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직단체들은 아동학대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고 현장에서 고무줄 잣대로 느껴진다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로부터 면책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2건은 지난 9월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기한 상황이다. 교사노조는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며 “개정된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개정안을 속도감 있게 심의해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권보호를 뒷받침하는 추가 법 개정 목소리도 나온다. 교총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이 무혐의 결정을 받는 등에 대해 무고, 업무방해 등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 발의조차 안 됐다”며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루 속히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 나서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면서 조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9월12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상정을 논의하다가 갈등을 빚은 채 정회에 들어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서울시의회의 교육위원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갈등을 빚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책임과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 않고 교원의 정당한 훈육 권한을 박탈한다는 점 등을 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고광민 교육위 부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서울 시민 6만4347명 시민 뜻으로 발의된 안건”이라며 “서울 시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해당 안건을 충실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속 이희원 의원은 “누구보다 교사 입장에서 만들어진 조례”라며 “이런 조례를 오히려 응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폐지 조례안 상정을 촉구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건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호소문을 내고 “교육 공동체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학생인권조례는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권 추락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교권 추락 원인은 복합적이며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노력과 동시에 교사가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교권 추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개정안을 확정하고 도의회 제출을 준비 중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자유와 권리의 한계와 책임 ▲학생, 교직원, 보호자 권리와 책임 ▲다른 학생 학습권 보장 ▲학생, 보호자 책임과 의무 ▲상벌점제 금지조항 보완 등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와 논의를 거쳐 입법안을 확정하고 오는 12월 도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의회에서 논의 중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는 존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9월11일 조 교육감은 호소문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주장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법률적, 교육적, 사회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기회를 차별하지 말자는 학생인권조례 취지를 ‘동성애 부추기기’로 오해한다면, 인권에 관한 다른 법규와 조례까지 함께 폐지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교권 추락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꼽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교권 추락은 서울시교육청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교권 추락 원인은 복합적이며,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노력과 동시에 교사가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교권 추락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아니라 학생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품격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의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내년까지 서울 모든 초교에 녹음기능 전화기 보급
내년까지 서울지역 모든 초등학교에 녹음기능이 있는 전화기가 보급되고 아동학대 피소 등 교권 침해 상황 발생 시 법률 자문 변호사가 학교마다 선정된다. 아울러 2026년까지 서울 11개 교육지원청에 교실 내 문제학생에 대한 대응법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 주는 행동중재전문관이 순차적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지난 9월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교육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까지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녹음이 가능한 전화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재 녹음기능이 있는 전화기를 갖춘 초등학교는 전체의 34.2% 정도인데 이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단순 민원은 챗봇이 담당하고, 방문 민원의 경우 카카오채널을 활용한 사전예약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시교육청은 11월부터 희망학교 88개교에서 사전예약시스템을 시범운영한 뒤 내년 2학기 희망학교에 한해 전면 도입한다.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과 분리된 상담실 내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감시시스템을 설치해 예상치 못한 위험상황 발생에 대응한다.
시교육청은 아동학대 피소 등 교사가 필요로 할 때마다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우리학교 변호사’를 둘 수 있도록 학교당 265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변호사 1명이 특정 지역의 5~10개교 정도를 담당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이 엮인 분쟁 상황을 중재하고 화해 및 사후 관계 개선까지 지원하는 교육활동보호지원단(샘벗)도 운영한다. 교사들이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처하는 방법을 종합 컨설팅해주는 행동중재전문관도 증원된다. 행동중재전문관은 현재 본청에 2명이 활동 중인데 내년까지 4명으로 늘려 4개 권역을 담당하게 하고 2026년에는 11개 교육지원청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활동이 침해됐을 때 선생님이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 예방부터 치유까지 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가 모두 함께 선생님들을 보호하여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