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시작 이후 양측 사망자 6천명 넘어서
지난 10월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20분 간 로켓 5000발을 발사하고,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했다고 외신들이 속보로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경보를 발령하고 예비군 소집령을 내렸다.
장정미 기자haiyap@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적의 진지와 공항, 군사 기지를 목표로 로켓 5000발을 발사했다”면서 ‘알아크사 스톰(Al-Aqsa Storm)’ 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총사령관 무함마드 알데이프는 “이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총봉기’를 촉구했다. 그는 미리 녹음한 메시지에서 “총을 갖고 있다면 지금 꺼내라. 지금이 그것을 사용할 때”라면서 “트럭과 자동차, 도끼를 갖고 나가라. 오늘 최고의, 가장 명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격은 “여성들에 대한 공격, 알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모독, 가자지구 포위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겨냥한 공식전쟁 진입 선언
이스라엘이 자국을 기습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를 겨냥한 공식적인 전쟁 진입을 선언했다. 유대교 안식일인 전날 새벽에 발생한 하마스의 대대적인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 대응이다.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10월8일 성명을 통해 안보 분야 장관을 소집해 심야 회의를 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하마스의 치명적 공격 때문에 우리는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며 “목적 달성까지 거리낌이나 중단 없이 계속될 공세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의 군사·통치 역량을 파괴하기 위한 일련의 작전상 결정도 내려졌다면서 여기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 중단과 외부로부터의 연료 및 물품 전달 차단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군당국은 가자지구 내에 군사제한구역을 설치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하마스는 전날 새벽 이스라엘을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고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켜 이스라엘 군인 50여명을 포로로 잡고 다수의 민간인을 인질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한 이래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6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 통신은 10월2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의 집계 결과 지난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총 4천651명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또한 사망자의 40%가 어린이이며, 누적 부상자 1만4천245명 중 70%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2021년 5월 발생한 ‘11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 무력충돌로 평가된다. 당시 전쟁에서는 가자지구에서 250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전쟁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동예루살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찾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이스라엘 경찰이 강제 퇴거를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07년과 2014년에도 각각 22일과 50일에 걸쳐 전쟁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3500여명과 이스라엘인 70여명이 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분쟁이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이스라엘 현지에선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이른바 ‘중동 데탕트’를 무산시킬 목적으로 이번 공격을 배후 조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이 특정한 공격에 연계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전날 발생한 군사 충돌에 대해 하마스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등 전 분야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긴급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을 지지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방위군, 예비군 36만명 소집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군 약 36만 명을 소집했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가장 큰 예비군 동원령이다. 지난 10월1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IDF가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48시간 만에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980만 명 중 약 4%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이렇게 많은 예비군을 이렇게 빨리 동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부대에서는 몰려드는 자원자로 이미 수용 인원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서는 18세가 되면 군 복무를 수행해야 한다. 예비군 연령은 40세까지지만 이번에는 40세 이상이거나 해외에 머물고 있는 이들까지 입대를 자처하고 있다. 알 이스라엘 항공은 해외에 있는 예비군을 자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추가 항공편을 운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들이 활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앱에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 가격이 급등했다는 불평이 올라오기도 했다. IDF는 유럽권에 체류하는 이스라엘인들을 위해 수송기 두 대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하마스 지도부를 색출·사살하기 위한 암살 전담 부대를 편성했다. 지난 10월22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양대 정보기관 신베트(국내 첩보)와 모사드(해외 첩보)가 최근 ‘닐리(Nili)’라는 이름의 특수작전센터를 창설했다고 보도했다. ‘닐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지하 조직명에서 따온 것으로,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설된 닐리의 목표는 지난 10월7일 육해공(陸海空)을 동원해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정예군 ‘누크바(Nukhba)’ 특수부대원 전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난 10월18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공습해 민간인 학살 주범인 누크바 대원 1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와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가장 먼저 암살 대상에 올랐다. 앞서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신와르를 “걸어 다니는 죽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핵심 표적이 됐음을 암시했다.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 둘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설치된 지하 터널에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핵심 지도부 제거에 성공하더라도 당초 이스라엘이 공언한 ‘하마스 전멸’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국제안보전문가 H.A. 헬러는 “데이프와 신와르는 분명 하마스의 최우선 지도부이며 이들을 제거한다면 하마스는 타격을 입겠지만, 하마스도 이들의 제거에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이스라엘 군, 가자지구 내 제한적 기습작전 펼쳐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내에서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제한적인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 실행 여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23일 이스라엘 군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기 위해 밤사이 전차와 보병을 동원한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내 지상 작전이 있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군의 이번 작전은 가자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뤄진 선제 조치 성격으로 보인다. 하가리 대변인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 대비해 집결한 곳에 초점을 둔 공습도 이뤄졌다”라며 “실종자 및 인질들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재 파악과 수색 작전도 벌였다”라고 설명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이 현재까지 222명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집결하고 그들이 조직화하고 있는 곳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우리의 역할은 이러한 위협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월11일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지구와 인접한 남부 국경에 병력을 전면 배치했다. 가자지구 국경장벽 일대는 탱크로 뒤덮였고, 상비군 17만명, 예비군 36만명 등 53만명의 병력이 소집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국경장벽과 인접한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72시간 이상 버틸 식량과 물 등을 준비해 해당 지역에서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 국경지대에 머무르고 있던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지구 일대 은신 중인 하마스 조직원들을 색출, 소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경을 침범했던 하마스 조직원들은 1500여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되는 등 이스라엘과 교전에서 이미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처드 헤흐트 IDF 대변인은 “이번 공격 범위는 이전보다 더 크고 심각할 것이다. 깨끗하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라며 “하마스에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리 모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전달하고자 한 구호물품도 모두 통과를 거부했다. 가자지구는 이미 물과 전기, 가스 등이 모두 끊어진 상태이며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26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0월23일,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하마스가 화학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사망한 한 전투원의 시신에서 화학무기 제조 매뉴얼이 들어 있는 USB 메모리가 발견됐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대통령실 성명에서 USB 메모리에는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2003년 매뉴얼에 나오는 ‘청산가리 분무기’의 그림을 포함한 페이지가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또 USB에 납치 절차와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대량 학살을 수행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문서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2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일상용품으로 조립된 장비의 스케치가 나와 있다. CNN은 문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정부에도 그간에는 기습 공격 하마스 전투원이 화학 무기 사용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정보 보고는 없었다. 하지만 헤르초그 대통령은 영국 TV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서를 통해 하마스와 다른 이슬람계 테러조직의 사상적인 연결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상대로 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그리고 하마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CNN에 문서가 발견되었다는 정보가 '하마스의 화학무기 사용 의도'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이스라엘 대사관에 보내졌다고 말했다.
UN, 이스라엘 가자지구 완벽봉쇄 선언에 제동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무력 충돌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 완벽 봉쇄를 선언하자 유엔이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를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10월10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간인의 생필품을 박탈해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된다”며 가자지구의 전면 봉쇄는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집단적 징벌(연좌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49년 제4차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전시라도 직접 공격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처벌할 수 없으며, 집단적 징벌 또한 국제법 위반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교전 사흘째인 전날 베르셰바의 남부군사령부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밝히며 “(이 지역에)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봉쇄로 이미 최악이던 가자지구의 상황이 악화될 여지가 커졌다. 자칫하면 부족한 식량과 오염된 식수 등으로 전쟁 피해 이상의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인 액션에이드의 팔레스타인 책임자는 “가자지구 전면 봉쇄로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량, 전기, 연료가 완전히 차단돼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면서 “이는 재난 지역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준비한 의료품이 이미 부족한 상태”라며 “필수 의료품을 전달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2007년 가자지구에서 온건파인 파타 정파를 몰아내고 이곳을 실효 지배 중이다. 이스라엘은 그 대응으로 2007년부터 이 지역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 농업과 관광업을 제외한 산업활동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가자지구는 약 230만명에 달하는 인구 60% 가까이가 빈곤에 시달려 왔다. 심지어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돼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가자지구를 ‘창살 없는 감옥’에 비유하기도 했다. 식량, 연료, 전기 등도 제한적으로만 보급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의 오랜 경제 봉쇄와 황폐해진 인프라 등으로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 대응으로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이스라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만 무스카트에서 화상으로 열린 EU 27개국 외교장관 간 비공식 외교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일부 결정은 국제법에 상충된다”며 EU 외교장관 다수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식료품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U 회원국들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하마스와는 별개로 팔레스타인 당국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압도적으로 많은 회원국이 EU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해야 하고 예정된 지원금 지급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만 해도 원조 즉시 중단 방침을 밝혔지만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올리버 바헬리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최대 기증자인 EU 집행위원회는 총 6억9100만달러(약 9900억원) 상당의 개발원조 포트폴리오 전체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검토 완료시까지 모든 지원금 전달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EU 집행위 내부에서는 상당수 회원국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원조까지 중단하는 것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와 관련해 “회원국들과 상황 변화를 감안해 지원 프로그램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지원금 전달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재검토의 목적은 EU 자금이 테러 조직의 이스라엘 공격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EU의 입장 번복을 놓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U 각국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사태 대응에 있어 시작부터 균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이스라엘 전쟁의 확전 막기 위해 외교전에 총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로 중동 지역 전체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놓이면서 미국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총력을 쏟았다. 당초 이스라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선언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자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지상전 돌입을 최대한 늦추려 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완전한 악”이라고 규정하며 분노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분노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등 확전 방지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10월22일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계속 확대하면서도 더 광범위한 전쟁이라는 악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직후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하마스를 강력하게 규탄해왔다.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나타내기 위해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하고 각종 군수품을 보내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은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구체적인 주문을 하지 않았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이스라엘이 연일 가자지구 진입을 시사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에게 지상군 투입과 관련한 여러 상황을 가정해 질문을 던지며 우려를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지어 이스라엘 측에 9·11테러 직후 미국이 범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충고하며 “분노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에 개입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으며 예멘에서 이스라엘로 발사된 미사일을 직접 요격했다. 또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으로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조짐을 보이자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숨 가쁜 외교전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집트,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한 부분적인 구호품 전달에 합의했으며 “(가자지구) 민간인을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급기야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될 수 있을 때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연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WP는 “세계의 관심은 이미 피살된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동정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곤경에 대한 염려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며 미국 역시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