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예술은 개인이 아닌 가정, 국가, 세계로 그 힘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국력은 예술의 가치로 만들어낸다. 때문에 예술문화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 예술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자 예술문화를 널리 보급하는 일이다.
황태일 기자 hti@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인 ‘한극’(韓劇)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한국 고유의 공연예술 ‘한극’ 정립에 총력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은 “‘한극’은 한국인의 정신과 몸짓 속에 넓고 깊게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공기의 존재처럼 드러나지 않는 그러나, 한국인의 공연예술 속에 품격과 행위로 행세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한극’이라 정의하고 설계·발전시켜 온 큰 그릇의 바탕이다”면서 “은근한 품위와 넘치지 않는 격조를 중시하는 선비문화와 활력과 박진감이 넘치고 흥, 풍자와 해학의 멋을 즐기는 서민의 민속연희를 통합·관통하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 공연예술을 한극이라 정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해온 양혜숙 이사장은 이후 한국공연예술의 뿌리찾기 작업의 일환으로 얻어진 값진 소산물인 <샤만문화>, <불교의례>, <궁중의례>를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로 출판했다. 또한 지금까지 86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하며 우리전통공연예술의 참 모습을 공연학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동시에 관객교육을 동시에 일구어냈다. 또한 <생명굿> <두타(頭陀)> <욕(慾)> <십이야(十二夜)> <코카서스 백묵원> <한뮤지컬(業·Karma1)> <업(業·Karma2)> <우주목 1. 바리> <우주목 2.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등으로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그는 2013샤마니카 프로젝트 <피우다>, <레이디 원앙>등을 공연하며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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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숙 이사장 |
특히 오디푸스의 동양적 해석과 윤회사상을 다룬 <업, 까르마>는 베트남 주최 제1회 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없는 특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ANTIQUE GREEK DRAMA FESTIVAL>에 초청받아 아세아권으로서는 최초로 참여해 유럽외권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기록문화유산 유적지에서 공연했다. <레이디 원앙>으로는 창작연희페스티발에서 인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한극’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양혜숙 이사장은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양 이사장은 “‘한극’이 대중의 생각과 행위로까지 뿌리내리기에는 여러 단계의 과정과 실천적 시도가 필요하리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예상치 않게 빨리 다가온 세계 속에 스며든 한류현상으로 한국인들의 자각과 자긍심에 힘입어 여러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신인류 첨단의 위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맛보며 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라면서 “이러한 변화된 현실 속에서의 ‘한극’은 지금까지 견지해 온 역할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모습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즉, 행동과 실천의 단계로 도약할 시대가 왔음을 깨닫고, ‘한극’을 녹여낸 공연예술을 통해 그 실체를 펴나갈 때라는 의미다”고 피력했다.
한극 공연예술의 폭 넓히고자 ‘한극 양혜숙 AWARD’ 시상 추진
최근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극의 세계화’를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한극 학교>, <한극 양혜숙 AWARD>, <한극의 전당>을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을 잃은 많은 나라들의 전통을 찾아주는 한편, 자긍심과 풍요로운 자신의 뿌리에서 비롯되면서도 세계인의 정서에 부응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공연예술의 큰 마당을 마련하고 있다. ‘한극 양혜숙 AWARD’ 시상식을 진행하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양혜숙 이사장은 “‘한극’ 공연예술이란 실체는 어떤 특정한 형태의 모습으로 규정짓기 보다는 ‘한극’ 정신과 풍류를 지닌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즉, 그 넓은 가능성으로 인해 정답 없는 답안지의 모습으로 또는 지침이 없는 그러나 심지가 꽂힌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공연예술의 폭을 넓혀 갈 때가 되었다.
한국공연예술원에서는 ‘한극 양혜숙 AWARD’이라는 이벤트를 마련하여 ‘한극’의 실체와 표준을 확립하고 지속·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너무나 큰 그림의 실천을 전제로 한 ‘한극’ 구상은 오랜 동안의 인고와 숙성의 시간을 거치고 드디어 꽃을 피울 때를 맞이하게 된 듯하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확신 속에 행동할 때인 마침 이 시기에 한국공연예술원에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태동을 준비하고 있는 조짐에 크게 감사하다”며 “우리 모든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의 식구들이 마음과 몸을 다하여 이를 깨닫고 실천할 적기중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뜻을 합쳐 이 대업의 장정에 동참하여 ‘한극’의 깃발을 높이 날려 주시기를 간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한 그는 한국공연예술원 초대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중이다. 서구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여온 양 이사장은 1969년 번역한 것을 위시하여 그의 소설과 희곡을 7편 번역해 ‘한트케 언어연극’이란 장르를 최초로 한국에 소개하고 유행시켰는데,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예술적 심미안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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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