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때때로 정확성과 정밀함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인체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우리 자신이 그렇게 정밀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역동적인 세포의 우주와 얽혀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수십억 개의 세포가 함께 작용해 우리를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고귀한 탐구이며, 우리가 발견한 많은 것들은 인간 질병의 새로운 치유와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세계적 접근 문제를 놓칠 정도로 현혹돼서는 안 된다. 과학은 더 많은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소수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비임파성 장기 면역 연구 통해 면역학적 난제 규명
배용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 후 특훈교수로 재임용되어 성균관대학교 비임파성 장기면역센터(SRC)를 이끌고 있는 배 교수는 면역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는 비임파성 장기의 특이적 면역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그동안 임파성 면역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던 면역학적 난제를 규명하면서 새로운 학문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들을 통해 간, 폐, 신장과 같은 비임파성 장기나 조직에서 임파성 장기에서 나타나지 않던 새로운 면역세포들이 보고되면서, 비임파성 장기의 특성상 임파성 면역과는 다른 면역세포와 그로 인한 독특한 면역환경, 면역반응과 면역조절기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곧 우리 몸의 각 장기마다 임파성 면역과는 다른 면역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용수 교수가 비임파성 장기 면역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비임파성장기면역센터에서는 우리 몸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역현상을 밝혀 나갈 뿐 아니라 임파성 면역 유도 혹은 강화로는 한계를 보이는 기존 면역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 배용수 교수 |
특히 비임파성 장기의 면역억제환경이 오히려 암과 감염성 질환을 난치성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들 장기의 핵심 면역세포, 면역조절분자들을 in vivo 표적화(targeting)를 통해 조절함으로써, 암이나 염증성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질환제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최근에는 종양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면역원성이 강화된 수지상세포가 인터류킨-33에 의해 새롭게 분화됨을 발견하고 그 분화기전의 규명에도 성공했다. 기존 수지상세포 암백신 효능강화 연구는 분화가 완료된 세포에 다양한 면역증강제를 처리하여 면역원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 줄기세포 분화단계에서 제3의 면역세포 존재 하에 인터류킨-33을 처리하여 새로운 고 면역원성 수지상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했다. 배용수 교수는 “실험용 동물뿐 아니라 인체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 분화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기에 이러한 분화기술을 인체 수지상세포 암백신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SRC 선도연구센터(비임파성장기면역연구센터) 과제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Cellular and Molecular Immunology(IF: 24.1)에 지난 5월 29일 온라인으로 게재되었다.
난치성 면역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지난 1998년 벤처 1세대로 교수 창업을 했던 배용수 교수는 18년간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의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대학병원과 연계하여 환자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오랜 기초연구와 분명하고 확실한 원천기술 없이 임상 연구에 뛰어들면 매 단계마다 변수가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턱없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초연구에 전념하고자 학교로 돌아와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과제를 수주하여 장기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면역세포를 찾고 관련 분자와 기전을 규명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해하며 비임파성 장기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면역세포들과 분자들을 새로이 발견한 배 교수는 그 특성과 기전을 규명해 논문 발표 및 특허 출원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배용수 교수는 “혈액암 외에 대부분의 난치성 암들은 비임파성 장기에서 생겨나고 자라는데 비임파성 장기마다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면역치료로는 치료가 어렵다”면서 “이들 비임파성 장기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면역세포와 이들의 특성 및 기전을 규명하여 이를 제어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면 이제까지 임파성 면역으로는 극복하지 못한 암 및 난치성 면역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남은 기간 연구자로서 인생 2막을 잘 마무리하고 인생 3막에서는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서 “조국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이웃을 섬기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선진복지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을 경험하고 많은 축복을 누린 저희 세대가 통일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다음 세대에 물려줄 중요한 유산이자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편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배용수 교수는 1990년 캐나다 캘거리대학 의과대학에서 바이러스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수지상세포 연구를 하던 중 1993년 귀국한 그는 1998년에 교수창업으로 벤처기업인 (주)JW크레아젠을 설립하고 18년간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수지상세포학회 초대 회장,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장, 국제 수지상세포학회 학술임원,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2021년에는 사이언스프리즘 칼럼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비영리재단법인인 우천복지재단을 설립, 소액 의료비 지원사업, 미래인재 양성사업, 통일세대 준비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NM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