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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기사승인 2024.08.07  18: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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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는 뇌의 명령을 따른다  

‘버튼을 손으로 잡고 준비가 되었다면 직접 누르십시오. 당신은 30초 이내에 의식을 잃게 되고 5분 뒤에 당신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몇 백 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우주여행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과학영화 속 수면캡슐처럼 생긴 캡슐이 스위스에 등장했다. 하지만 설명문은 수상쩍다. ‘지구’를 떠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떠난다고? 그렇다. 이것은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을 앞두고 있는 임종을 위한 캡슐이다. 사실 이 캡슐 자체가 새로운 제도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는 1998년부터 인위적인 조력자살(안락사)을 허용해 왔다. 물론 그 조건은 꽤 까다롭고, 비용도 든다. 그동안은 의사가 처방해준 먹는 약이나 주사를 통해 목적을 수행했으나, 이제는 좀 더 편안하고 빠르게 수행되는 수단으로서 우주여행 캡슐과 닮은 수면캡슐이 등장한 것이다. 

스위스에서도 이 클리닉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은 엄격하다. 치료불가능한 질한이나 상태로 인해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자발적이고 명확하며 확고한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은 없는가. 그밖에도 환자가 18세 이상의 성인이어야 하고, 의사 2인 이상의 상태 평가와 의학적 적절성 판단이 있어야 한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도 점차 활발해졌다. 인명재천(人名在天)이라는 말도 있듯, 지금까지 인간은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태어나고 죽음조차도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타율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태어남에 대한 선택은 어찌할 수 없다 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구를 현대인들이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미 자기 건강수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 의지적 태도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층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살아야겠다’ ‘오래 살고 싶다’ ‘건강하게 잘 살겠다’ ‘살고 싶지 않다’ ‘마지못해 산다’ ‘가능하면 빨리 가고 싶다’ 등등. 누구라도 자기 생명, 생존에 대하여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저 생각이 그렇다는 것’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생각과 입으로 뱉는 말은 기도(주문)와 같은 힘을 갖고 있다. 이 표현이 좀 막연하게 들릴지 모른다. ‘이렇게 말했더니 정말 이렇게 되더라’ 식으로 통계라도 끌어와 증명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몸은 두뇌의 명령에 따라, 변화해간다.  역설적 증명으로, 몸을 건강하게 갖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그에 맞는 노력을 기울일 때 몸이 어떻게 좋아지는가 하는 사례들을 들 수가 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는 몸에 생명의 기운, 호르몬 작용을 활발하게 만든다. 그런 의지가 확고하고 그런 말을 자주 내뱉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면서 체세포는 건강을 향해 변화한다. 그에 걸맞은 호르몬이 분출되어 통증은 줄어들고 혈압은 안정되며 면역력도 높아진다. 마음의 평화와 자신감으로 감정 조절이 잘 되어 분노와 불안이 감소하면 소화가 잘 되고 잠도 잘 온다. 이 종합적인 신체반응에서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뒤에 오는가는 몇 마디로 설명되기 어렵지만, 상호적이고 종합적인 작용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면 삶에 대한 의욕, 의지가 꺾이면 체력부터 급속히 저하된다. 이것은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소소한 감기부터 소화불량 혈압불안정 등 다양한 질병에 취약해지고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몸은 기력을 잃게 된다. 한 마디로 ‘체세포는 뇌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변화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크게 보면 그 변화는 삶의 방향으로, 혹은 죽음의 방향으로 일어난다. 그러니까 우리 뇌가 삶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만물의 형성 원리를 최초로 설명한 고대 그리스 철인 엠페도클레스(BC 5C)에 의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은 두 가지 힘에 의해 결합하거나(生) 분리되는(滅) 작용을 계속하는데, 생명을 향한 에너지는 ‘사랑’이고 해체를 향한 에너지는 ‘미움’이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고 작동하는 여러 요소들을 규명해온 것이 과학인데, 큰 흐름에서 그 에너지를 살고자 하는 에너지와 해체하고자 하는 에너지, 두 가지로 설명한 철인의 설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의 마음 속, 머릿속에 사랑의 에너지와 질투의 에너지 둘 중 어느 에너지가 더 많이 작동하고 있는가에 따라(Love or Strife) 어떤 사람은 생명력이 강화되고, 어떤 사람은 서서히 죽어간다. 이 원리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다 진지하게 살펴보고 다듬어볼 필요가 있다. 사는 동안 사랑을 지향할 것인가, 분쟁을 즐길 것인가. 사랑과 자비심을 설파한 성인들의 가르침 속에는 건강한 생명을 위한 과학적 원리를 이미 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NM  

▲ 이은주 한의사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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