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평가데이터(코데이터) 전 대표 이호동의 사계절 사랑
바쁜 일상에 뒤를 돌아다 볼 여유조차 없는,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 집에만 가만히 있는 것도 답답하고, 활기찬 긍정에너지로 극복하자니 이미 변해버린 일상들이 녹록치 않다.
윤담 기자 hyd@
오늘날 예술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상을 천편일률적인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풍성한 감각을 전해 주기 위해서다. 예술가의 영감을 들여다보는 일은 의미가 있는 이유다.
계절에 따른 사랑 이야기한 시집 <사계절 사랑>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타고, 또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렇다. 매일매일 새로운 욕심이 생겨난다. 욕심에 욕심이 더해지면서 문득문득 변해 있는, 어쩌면 욕망의 덫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소스라쳐서 자신을 뒤돌아보곤 한다.” 우석 이호동의 행보가 화제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우석 이호동은 최근 <사계절 사랑; 인생 푸념과 넋두리,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출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집 <사계절 사랑>은 우석 이호동이 기획재정부에서 31년간 몸담고 있던 기간 틈틈이 써낸 시를 묶은 책으로, 봄의 사랑, 여름의 사랑, 가을의 사랑, 겨울의 사랑 등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김정욱 매일경제신문 기획실장은 추천사를 통해 “친구의 시에는 감수성이 많다. 주변의 작은 소리와 움직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다시 풀어냈다.
공부를 잘했던 학창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 년을 보낸 공무원 생활, 그리고 민간 회사까지. 경력만 보면 무미건조한 삶이었을 텐데,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벼슬을 하면서도 술을 마실 줄 알고 멋과 풍류를 잃지 않은 음유시인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친구의 글이 시집(詩集)으로 나온다면, 나는 책상 위 가까운 곳에 둘 생각이다. 왠지 공허감을 느낄 때, 잠이 들지 않을 때, 회한과 분노가 치솟을 때 이 시집을 찾을 것이다. 그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함께 느끼려고 한다”고 밝혔다.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우석은 오랜 공직생활과 3년여의 한국평가데이터(KoDATA) 대표를 지냈다. ‘자연, 장소, 사람, 역사’와 ‘일상’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경험했다. 그 긴 시간의 깨달음을 글로 표현해야 했다. 표현의 대상이 우석이 너무도 아끼는 아이들이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면서 “우석의 시집 추천사를 흔쾌히 쓴 이유가 있다. 우선, 내가 우석을 진짜 좋아한다. 그리고 날 것 그 자체의 시어가 나에게 주는 감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문학과는 거리가 멀듯 한 분야에서 살아온 그의 시집에 내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치지만 오늘을 열심히 사는 평범한 우리네에게 우석 이호동의 시집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수단이자 마음을 기록하는 표현물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시집을 출간한 사람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후 우석 이호동이 처음이다. 욕망의 괴물이 되지 않도록,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봤다는 그는 그때마다 세상의 지혜가 담긴 멋진 책들, 고전뿐만 아니라 현대문학과 사상서 같은 보물이 욕망을 다스리도록 인도해 주었다고 말한다.
우석 이호동은 “그 중에 시가 있었다. 함축적인 표현으로 잘못된 욕망을 꾸짖거나, 어지럽고 혼탁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에 찬물을 끼얹어 깨어나게 해주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촌철살인의 새로움도 안겨 주었다”면서 “그렇게 나는 시문학에 빠져들게 되었고, 시라는 형식을 빌려 내 마음을 뱉어 내며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는 우석 이호동에게 시는 단순히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짧게 그리고 자주 자신의 마음을 기억하는 표현물이 되어왔다. 그 대상은 자연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 또는 세상에 대한 울분이기도 하다.
우석 이호동은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나는 나를 되돌아본다.”면서 “근본으로의 여행이랄 수 있다. 표현하며 욕망을 다스리고 나를 찾는다”고 전했다. NM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