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총 8만 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조성한다. 이는 당초 계획(2만 가구) 대비 4배 늘어난 규모로, 도심 내 새 아파트를 지어 공급할 추가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황태희 기자 hth@
정부는 가칭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란 별도의 ‘특례법’을 제정해 평균 15년 정도 소요되는 정비사업 기간을 최소 3년 이상 추가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아파트 대체재인 ‘비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해 공급 및 수요자에 대한 맞춤형 ‘세제혜택’을 부여해 부러진 ‘서민 주거 사다리’도 함께 복원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6년간 수도권 내 총 ‘42만 7000가구+α’ 규모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내년까지 총 8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 발굴 예정
지난 8월8일 정부는 관계부처합동으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할 예정이다. 세부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 예정으로, 당장 8월13일부터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인접 수도권 지역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에 나서는 건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인 지난 2012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해제 이후 약 12년 만이다. 현재 서울 내 그린벨트 면적은 약 150㎢로 서울 전체면적(605㎢)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서초구가 23.8㎢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진현환 국토부 차관은 “오는 11월 1차(5만가구) 대상지를 발표할 때 서울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도 전부 공개하겠다”며 “서울시와는 현재 모든 협의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는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내 사업 절차 부분만 따로 떼어낸 이른바 ‘정비사업 촉진 특례법’을 제정한다. 이를 통해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을 허용해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 75% 이상인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을 70%로 낮추고, 관리처분인가 완료 전이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협의 진행이 가능하게 해 착공 속도를 끌어올린다. 국토부는 특례법이 제정되면 현재 서울 내 진행 중인 총 37만 가구 규모의 정비사업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현환 차관은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돈’”이라며 “올 초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하도록 해 3년을 줄였고, 이번 조치로 추가 3년이 절약돼 총 6년의 정비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정상화도 추진한다. 서민 주거 안정의 ‘한축’을 담당하는 비아파트 공급난이 가속화하면서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서울의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규 주택 물량을 ‘무제한’적으로 사들여 전월세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총 11만가구+α 규모의 공공 신축 물량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제·청약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비아파트에 대한 공급 및 수요를 촉진한다. 대표적으로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신축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현행 12%인 취득세 중과세율을 일반세율(1~3%)로 완화해 준다. 또 1가구(비아파트 제외)만이라도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한다. 또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장기일반·공공지원)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도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 향후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기축’ 소형주택의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세제혜택 적용 기간 역시 2027년까지 늘어난다. 이외에 실수요 회복을 위해 생애 최초 소형주택 구입 시 취득세 감면 한도를 최대 300만 원으로 확대하고, 비아파트 구입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대상 주택 범위도 85㎡ 이하, 공시가격 기준 수도권 5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서울에 미분양이 나도록 신규 주택을 넘치도록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총 21만가구+α 규모의 신규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의 소요기간을 대폭 줄여 21만 7000가구를 조기 공급해 총 42만7000가구+α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PF 대출 보증 공급규모 5조원 추가 확대
지난 8월8일,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발표한 새로운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를 꾸준히 발굴해 개선하고, 인허가·착공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우선 정상사업장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공급 규모를 당초 대비 5조원 추가 확대한다. 이에 따라 총보증 규모는 기존 30조원에서 35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액을 17조원에서 20조원으로, 주택금융공사 보증액을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자체 협의회를 운영하여 주택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인허가 장애요인을 해소할 예정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먼저 실시할 계획이다.
사업계획승인권자(광역 및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주택 인허가 절차 처리 과정에서 관계 법령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인허가 업무처리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건설사업 승인 업무매뉴얼’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 PF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사업을 사업자 요청에 따라 민간 개발사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정위 기능 확대, 정보 관리 등을 포함하는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제정안을 오는 9월 발의할 예정이다. 수요가 많은 중소형평형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현행 건축면적 제한을 60㎡에서 85㎡ 이하로 완화한다. 소규모 정비사업 등에서 용적률 완화에 따라 건설해야 하는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로 상향한다. 조합은 완화된 용적률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공(지자체 및 공기업)에 매각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저층주거지의 정비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관리지역 내 용도지역을 최대 준주거까지 상향 허용한다. 기존에는 관리지역 내 일반주거지역에 한해 1단계만 상향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일반주거지역 및 전용주거지역 모두 2단계 이상, 최대 준주거까지 상향 허용된다. 정부는 지방 주택건설사업 정상화를 위해 CR리츠와 지방 미분양 보증 등을 활용하여 미분양을 해소하고, 지방의 신규 주택 공급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9월 중 지방 미분양 CR리츠를 출시하여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한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도록 한다. CR리츠가 미분양을 임대 운영하는 동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 및 종부세 세제 지원을 제공하며, HUG 모기지 보증 가입을 허용해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 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HUG 모기지 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하며, 모기지 보증 가입 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도 의무 가입하여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다. 지방 미분양 애로가 있는 주택건설사업자를 위해 HUG 미분양 PF 대출 보증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전용면적 구분 없이 최대 70%까지 지원하며, 시공사별 최대 미분양 PF 대출 보증 한도도 확대해 HUG 신용등급 BBB- 이상은 5000억 원, CC 이상은 3000억 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이번 확대 조치는 내년 12월까지 유효하다. 아울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주택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해당 감면은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취득가액 3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미분양 주택에 적용되며, 내년 12월까지 임대계약(2년 이상)을 체결한 주택에 한한다.
서울시, 8·8 공급대책에 대한 세부계획 발표
지난 8월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신고가 등장 지역 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집값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 플랜비들이 준비돼있다”면서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대해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이 8·8 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계속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관련해 특정 자치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짐작을 하실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시는 규제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용산구 등 신고가 매매가 발생한 곳을 중심으로 집값하향화가 되지 않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여러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구역에 속한 주택은 실거주가 의무다.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도 이날 “서초구 반포·서초동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격이 폭등하면 기성 시가지에 대해서도 토지허가거래구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조 본부장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은 5~7년 중장기 계획으로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니 조급해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여달라”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주택가격이 급등해서 주거비가 상승하면 서민·중산층은 그야말로 죽을 노릇”이라며 “서울시 핵심 가치는 주거비 하향 안정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발제한구역은 이미 훼손된 곳에 한해 해제할 것”이라며 “이번 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8·8 공급대책에 대한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월7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그린벨트 전체 149.09㎢ 중 125.16㎢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전날 발표되면서 투기 방지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는 ▲전자투표 조합 총회 시범사업 추진 ▲공사비 갈등, 사업 단계별 갈등관리 확대·강화 ▲3월 발표한 정비사업 지원방안 지속 추진 ▲6년간 정비사업 13만 호 착공 ▲신혼부부용 신축 매입임대 확대 추진 ▲기준 용적률 초과한 비아파트 현황용적률 한시적 인센티브 적용 ▲뉴:빌리지 사업 연계 휴먼타운 2.0 사업 추진 등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경실련,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 즉각 철회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8월12일, 경실련은 입장문을 내고 “그린벨트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자연유산”이라며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오세훈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그린벨트는 현재 25개 자치구 중 6개 구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지역에 총 149㎢ 규모가 남아있다”며 서울시가 해제지는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그린벨트가 어디인지 서울시에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서울의 마곡, 위례, 경기도의 판교, 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며 “사업추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의 허파를 허물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경실련은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경실련은 “그린벨트의 사회적·생태적 가치는 이미 우리 사회 모두가 수긍할 정도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토관리와 환경보전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 세대들의 건강한 삶의 질에 대한 희망을 사전에 말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우 장관 “아파트값, 이전 정부처럼 급격한 상승 없을 것”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전 정부와 같이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12일, 박상우 장관은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앞으로 상당기간 5~6년 동안 지난 5~10년 간 공급됐던 주택보다 3만 가구 전후로 더 많은 주택이 다양한 형태로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잔등락’이라고 표현했던 것과 관련 “지난 정부나 참여정부와 같이 2~3년간 몇십퍼센트씩 상승했던데 비해서는 추세적인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라며 “빌라에 대한 인허가가 많이 줄었다. 정부로서는 제일 기본이 되는 게 공급이다. 단기와 중기, 장기에 걸쳐서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뜻을 담은 게 8·8대책”이라고 답했다. 집값 불안도 서울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역에 따라서 인기 있는 지역, 인기 있지 않은 지역과 주택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 혼재된 양상”이라며 “인기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은 틀림없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이나 외곽지역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 우려와 관련해선 “경제부총리가 통화량 관리라든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차원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공급 위주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필요한 경우 수요를 관리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언급하고도 공급 대책을 내놓은 이유를 묻자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부동산 골격을 공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잡은바 있다”며 “아파트 안전진단이 지난 5년간 서울 시내에서 평균 4.5건, 5건의 안전진단도 안 이뤄졌다. 재건축이 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무려 71건이나 됐다. 올해 주택 착공물량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서 30% 더 늘어났다”며 “고금리라든지 PF가 주택을 공급하는 엔진인데 고금리 문제로 서는 바람에 애로사항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대책이 비아파트 공급에 집중돼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와는 맞지 않다는 질의엔 “주택시장은 다 연결이 돼 있다”며 “사실은 아파트 살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다.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전세시장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부터 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가계부채 속도조절 주문에 대출금리 계속 인상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조절 주문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계속해서 높이는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8월1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안정화 관리 조치로 최근 한 달여간 5번째 상향 조정이다. 주담대는 갈아타기(대환)를 포함해 0.3~0.5%포인트 올렸다. 전세자금대출은 0.2~0.35%포인트 높였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가계 주택자금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했다. 주담대는 최대 0.4%포인트, 전세대출은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8월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전세대출은 0.10%포인트 각각 인상한 바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지난 7월부터 잇달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은행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당국 압박에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수요 차주들의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은행의 중장기 이자수익이 확대되는 구도로 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5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월별 증가폭은 4월 5조원, 5월 6조원, 6월 5조9000억원에 이어 4달 연속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월 주담대는 5조6000억원 늘어난 882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증가폭이 4달 연속 4조원을 웃돌고 있다. 주택매매 거래가 살아나며 집값이 들썩이면서 대출금리 상향에도 급증하는 수요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5월 3만9000가구에서 6월 4만3000가구로 뛰었다. 이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1만8000가구에서 2만3000가구로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8일 기준 718조267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715조7383억원에서 일주일여 만에 2조5290억원 늘어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3조3289억원 불어난 바 있다. 월별 증가폭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에 이어 지난달 7조1660억원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달 증가폭은 지난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월8일 기준 561조3905억원으로 나타났다. 7월 말 559조7501억원에서 8월 들어서만 1조6404억원 더 불어난 수치다. 앞서 시중은행 주담대는 올 들어 7월까지 29조8579억원 급증한 바 있다. 월간 주담대 증가폭은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에 이어 7월 7조59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들이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4326억원으로 지난 7월 말 102조6068억원에서 8월 들어 8258억원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높여도 시장금리가 떨어져 주담대 평균 3~4%대 수준”이라며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이달 말까지는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