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표, 전당대회서 당대표 연임 성공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어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대표 연임 사례는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 8월18일, 민주당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가 당대표 경선 결과 총 득표율 85.40%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경쟁한 김두관 후보 득표율은 12.12%에 그쳤다. 김지수 후보 득표율은 2.48%에 머물렀다.
대의원·권리당원·일반여론조사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더 나은 세상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먼저 “다시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께서 오늘 저에게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라는 막중한 임무를 다시 주셨다”는 말로 당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민주당의 힘으로 멈춰 선 성장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다시 꿈꿀 수 있는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함께 경쟁한 김두관·김지수 두 후보에게 “민주당의 핵심가치인 균형발전과 미래를 상징하는 두 분이 함께 해주셨기에 당의 비전은 더 커졌고 미래는 더 밝아졌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고위원 당선자들을 치켜세운 동시에 낙선자들에겐 위로의 말도 건넸다.
이 대표는 이어 “당원과 국민의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더 나은 세상,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기후변화 ▲글로벌 경기침체 ▲국가 간 대립 격화 ▲AI와 에너지전환 가속화 등 “이 모든 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4월 총선 직후 영수회담에 대해 국민께서 기대를 갖고 지켜보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 회복이지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제안하며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님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내에서도 총선 당시 가장 좋은 정책을 민생지원금으로 꼽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서민경제를 지원하고 경제회복에 도움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 대표는 “민주당은 평화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자유를 누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것”이라며 “탈락자가 구제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넘어,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보편적 기본사회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노동은 고역이 아닌 자기실현과정임을 인정하는 노동존중사회로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개성, 창의력이 존중되는 세계적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것”이며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모든 억압에 단호히 맞서 시민적 권리를 보호하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장할 것”이라 선언했다. 계속해서 이 대표는 “우리의 힘으로 퇴행과 파괴를 막고 희망의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자. 포기하지 말고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 언제나 국민 곁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의원(14%)·권리당원(56%)·일반여론조사(30%)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했다. 이재명 대표는 세 분야 모두에서 압도적 득표를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표 반영 비중을 대폭 늘린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88.14%로 사실상 몰표를 받았고,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일반여론조사에서 득표율 85.18%을 기록했다. 대의원 역시 이 대표에게 74.89%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이 대표 최종 득표율은 민주당 전당대회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 대표는 본인이 2년 전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기록한 최고 기록(77.77%)도 갈아치웠다. 김두관 후보는 대의원 투표(21.15%)에서 이 대표와 격차를 다소 좁히긴 했으나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진 못했다. 김두관 후보 득표율은 권리당원 10.07%, 일반여론조사 11.72%에 각각 머물렀다. 최고위원 경선에선 총 득표율 18.23%를 얻은 김민석 후보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전현희(15.88%)·한준호(14.14%)·김병주(13.08%)·이언주(12.30%) 후보 순으로 당선권에 안착했다. 정봉주 후보는 득표율 11.70%로 당선권 진입에 실패했다. 정 후보는 전대 초반 권리당원 온라인 득표 1위로 레이스를 시작했으나 경선 도중 ‘이재명 뒷담화’ 논란 등으로 강성 당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최종 개표 결과 6위에 그쳤다. 민형배(9.05%)·강선우(5.62%) 후보도 각각 7위, 8위에 머물러 낙선했다. 이번 전당대회 대의원 총 투표율은 75.73%로 집계됐다. 권리당원의 경우 당대표 투표율은 42.18%, 최고위원 투표율은 42.32%를 각각 기록했다. ‘이재명 2기 지도부’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국민의힘 “행동으로 민생 실천해달라”
지난 8월18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최종 85.40%를 득표해 당대표직 연임을 확정짓자 “말로만 먹고사는 문제를 얘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민생을 실천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재명 당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언행불일치로 일관했다”며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각종 탄핵안과 특검법안 같은 반(反)민생법안을 밀어붙이는 입법폭거에만 몰두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2대 국회가 열린 지 두 달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껏 다람쥐 쳇바퀴 도는 ‘무한정쟁’ 속에서 산적한 민생현안은 하염없이 뒤로 밀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국회에 바라시는 모습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해 협치할 준비가 되어 있고 금투세 폐지와 같은 민생을 위 토론을 할 준비도 돼 있다”며 “정쟁법안은 멈추고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부터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여야정협의체 구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만큼, 2기 당대표 체제에서는 ‘본인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이재명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과 더불어’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며 “말로만 먹고사는 문제를 얘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민생을 실천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우선할 것은 민생과 관련된 부분을 한동훈 대표와 상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며 “저희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대화하고 싶고 토론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 당내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한 대표가 여러 의견을 듣고 있고 지난 입장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의견을 드린다. 공수처가 (수사 종결에)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는 부분은 당에서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8월16일 “그동안 일관되게 대법원장이 선정하고 무소불위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제대로 된 특검안을 내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한동훈 대표,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제안에 화답
지난 8월19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동훈 대표와 회담 제안에 화답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 민생을 위한 협치 등을 언급하면서 회담 주도권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한동훈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회담 제안에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 대표회담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대표회담을 통해서 여야가 지금 미뤄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들에 대해서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이재명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외친 만큼 민생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치의 발걸음을 기대한다”며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한 협치에 언제든 함께할 준비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본회의를 열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이제 9일 남았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구하라법, 간호사법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특별법, 인구기획전략부 출범법,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특별법,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법, 육아 지원 확대 및 임금 체불 처벌 강화 관련법 등 시급한 민생 경제 법안들을 최대한 많이 합의 처리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법, AI법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노동교육, 연금개혁 등 민생개혁 법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과 국회 연금개혁 특위 구성 합의를 통해 28일 본회의를 민생 국회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모호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제3자 특검안을 수용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여전히 특검 추천만큼은 민주당이 해야한단 건지 제3자로 하더라도 그 제3자는 민주당이 콕 찍어주는 제3자여야 한다는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3자 특검안을 제안한 건 이 대표 말처럼 긴급한 국가 과제는 산적한데 정치는 뭘 하고 있냐는 국민 질책에 답하기 위한 거였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 말대로 정치를 살려 국민께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면 특검법 남발과 무책임한 탄핵몰이를 중단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