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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의 민낯 낱낱이 밝혀질까

기사승인 2019.04.02  07: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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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농단 사건 재판 본격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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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6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10명의 사건을 4개의 재판부로 나눠 배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연고 관계,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을 통해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사건 배당은 무작위 전산 배당이 원칙이지만, 적시 처리 사건으로 분류가 되면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특정 재판부를 배제한 뒤 배당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10명 사건을 형사합의 21·27·28·32부에 나눠 각각 배당했다.

전·현직 판사 사건을 4개 재판부로 배당
4개의 재판부로 배당된 사건들은 구체적으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미선)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은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은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 등으로 배당됐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활동 저지 및 와해 목적 직권남용, 국회의원 재판 청탁 관여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한 공범으로 봤다. 이 전 위원도 옛 통진당 행정소송에 개입하고, 법관 소모임 활동 저지하거나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으로부터 주요 사건 정보를 수집한 혐의 등을 받는다. 심 전 법원장은 지난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에서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와 다른 판결을 내리자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게 한 혐의다.

방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전주지법 근무 당시 통진당 소송 재판장으로 소송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적용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등 재판, 오승환·임창용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신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자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당시 영장 업무를 담당한 조·성 부장판사로부터 검찰 수사기록을 보고받고 이를 유출한 혐의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은폐하려 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연구관은 김영재 부부 특허소송에 개입하고, 대법원 문건을 무단으로 빼냈을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승태 사법부, 증거 인멸 및 도주 계기 제공
‘양승태 사법부’가 과거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자 수사 기밀을 반복적으로 유출해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선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과 구속영장 등을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에 중계방송하듯 실시간 보고했다. 이 과정을 해당 법원의 법원장이 진두지휘했다. 지난 3월7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9월 검찰이 해당 법원 집행관사무소 소속 사무원들의 비위 행위 수사를 위해 계좌추적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했다. 이어 부하 법관에게 ‘수사 확대 여부 등에 대한 기밀자료를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검찰은 해당 법원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이 압류한 채무자 소유 물건을 특정 보관업자에게 보관할 수 있도록 일감을 몰아주고 금품을 수수하거나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한 뒤 자신들이 챙긴 정황을 포착해 사건 전모를 밝히려는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검찰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7000만원과 외제차 등을 받아 챙긴 김수천 부장판사 사건이 불거져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별도 사건으로 법원이 또다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이 부장판사 등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각종 영장청구서는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 영장전담판사 외에는 열람하지 못하도록 보안 유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있는 동안 각종 기밀이 유출되는 바람에 수사 선상에 오른 피의자 신분 사무원들이 자신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미리 알고 도주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법원이 검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셈이 된다. 이 밖에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같은 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법관 비리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영장전담재판부에 지시를 내려 각종 검찰 수사기록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록은 보안 유지를 위해 대법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 ‘scourt’라는 암호가 설정된 파일 형태로 오갔다.

김경수 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장도 연루
김경수 경남도지사 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자로 대법원에 통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설명 차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3월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월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 농단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기소했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법관 66명에 대해 대법원에 비위 통보했다. 검찰은 아울러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됐던 법관들에 대해서 인사 관련 내용이 아닌 참고 자료 형식으로 대법원에 알렸다. 법원행정처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소송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 당시 재판장이었던 노정희·이동원 대법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 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차 부장판사는 당시 대법원의 최고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사촌동생인 차성안 판사를 설득해달라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지사 1·2심 재판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를 수사기밀 유출 등 혐의로 기소하고, 2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사법 농단 연루’ 내용을 통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중을 따질 때 비위에 이른다고 보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의 사실상 수사의뢰에 따라 수사가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의혹에 관여된 다수 법관들과 관련된 자료를 (법원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장기간 광범위하게 진행된 수사를 일단락하면서 법관 관련 사안에 대해 수사된 내용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차문호 부장판사가 김 지사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기 전부터 이미 관련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지사 재판과 사법 농단 관련 조사 내용을 연결시키는 것은 억측이라는 취지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비위 통보가 안 된 현직 법관들에 대해 수사된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첫 공판서 혐의 사실 거듭 부인
사법농단 사태를 부른 양승태 대법원의 ‘행동대장’ 격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지난 3월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오전 10시 417호 대법정에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이날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임 전 차장은 파란색 수의 차림으로 변호사 2명과 함께 재판정에 들어섰다. 검찰 측은 공소 사실 설명을 통해 임 전 처장이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처분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고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직접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를 위해 유관기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은 법원행정처의 역할이라면서 재판 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검찰이 가공한 프레임이라며 혐의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1월 재판 진행에 항의하면서 전원 사임했고 오늘 재판에는 임 전 차장이 새롭게 선임한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가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초에는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고,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도 기소됐다. 특히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 상당수가 3월 말부터 재판에 들어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와 겹쳐 임 전 차장 재판이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 줄곧 묵비권을 행사해온 임 전 차장은 이날 3000자가 넘는 분량의 발언을 쏟아내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핵심 문건이 발견된 임 전 차장의 USB를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검찰에 첫 소환된 지난 1월 대법원 청사 앞에서 공식 입장을 전하고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올라갔다. 영장심사를 받을 때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을 지나쳐 법정으로 향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태도는 달랐다. 지난 2월26일 열린 보석 심문 기일에서 그는 13분간 검찰 수사관행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법원 문건 반출 혐의로 지난 3월5일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페이스북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영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3월8일 기자단에 공식 입장문을 전달했다. 그는 “영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법행정업무 처리 관행에 따라 내부에 보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관 피고인들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을 두고 법조계는 “이미 피고인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피고인 신분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함구하는 것이 안전했지만 피고인이 된 이상 최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수사과정에서는 검찰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검찰을 공격할 수 없다”며 “기소가 결정된 이상 아무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으니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호미자루’ ‘검찰발 미세먼지’ 등 인상적 표현을 쓴 배경에 대해서도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언론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호소하기 위해 정제된 표현보다 인상에 남을 만한 표현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을 흔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수사 단계에서는 최대한 패를 숨기다 공개된 법정에서 방어 전략을 전면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방어 전략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추가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게 되면 검찰의 전략에 균열에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법관은 “포토라인 등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재판부가 자신의 주장을 더욱 잘 이해할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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