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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漢文)은 미래 삶의 길

기사승인 2019.05.08  02: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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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디지털인쇄대표 / 말과글자연구소 소장 일중 황보 영

 
1. 우리 삶의 흔적은 한강의 기적

▲ 황보 영

 수천 년의 가난과 일제강점기 36년, 6.25 동족상잔으로 폐허가 된 우리였다. 오직 먹고 살기위한 일념을 가슴에 품고 가족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다함께 잘 살아 보겠다는 의지를 결코 잃지 않았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정직했다.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의식이 개혁되고, 부국을 바라는 한강의 기적은 이루어졌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60년대 초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산업사회의 성장기틀을 마련하고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러한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한 가치를 경험하면서 다함께 잘 살아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일한 덕분에 의식주(衣食住)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지구촌의 경험과 4차 산업의 길을 걷고 있다.


2. 하늘 길의 정신

  2019년 4월 8일 새벽에 비보를 들었다 한진 그룹의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에 삼가명복을 빈다. 조양호 회장의 선고이신 조중훈 회장님의 입지적인 전설이 생각난다. 20대 중반의 사장이 낡은 트럭 한 대를 끌고 미군 영내 청소를 하청 받아 사업을 시작하였다. 운전하는 일을 맡아 인천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외국 여성이 길가에 차를 세어놓고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나치려다 차를 세우고 사정을 물어보았더니, 차가 고장이 났다고 하였고, 1시간 30분 동안 정성껏 차를 고쳐주었다. 그랬더니 그 외국 여성은 고맙다면서 상당한 금액의 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돈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정도의 친절은 베풀고 삽니다.’ 하며 사양했다. 주소라도 알려달라고 해서 적어주고 돌아왔는데, 다음날 그 외국 여성과 함께 찾아온 사람은 바로 그녀의 남편 미8군 사령관이었다. 사령관은 그에게 직접 돈을 전달하려 했지만 그는 끝내 명분 없는 돈은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혹여 도와주시려면 명분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운전사를 오래 해왔으니, 미8군에서 나오는 폐차를 주면 그것을 인수하여 수리하고, 그것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차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고물로 처리하는 폐차를 내주는 것은 어려운 부탁도 특혜도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업이 바로 대한항공! 오늘날의 한진그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조중훈 회장의 실화이며 많은 신화를 만들어 왔다. 이처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살릴 수도 있다. 좋은 인맥을 만들려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베풀면 된다. 그 덕은 배가 된다. 상대의 가슴에 씨앗을 뿌려보자. 그러면 그 사람 가슴속에는 씨앗이 자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운명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조양호 회장님의 새로운 환생을 기원한다.


3. 생활민속박물관과 인테리어 소품신세
 
서화(書畵)의 멋은 동양화 그림에 있는 곁들인 철학이다. 서양화의 ‘추상’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문화예술의 가치를 더 높인다. 동서양의 많은 글 중에 ‘한문’의 뜻글자도 삶의 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담고 있다. 이제는 물질문명에서 정신문화로 순환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자. 일상생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중에 한약방은 한때 최고의 가족에게 활력 넘치는 건강을 가져다주고 삶의 위상을 높이는 특별한 직업 도구였는데, 이제 생활민속박물관 또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구석진 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제일 좋은 자리는 과학으로 진화된 서양의술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문화의 ‘근본’ 생활도구는 무엇인가? 한약방의 한약진열장에 적힌 약초 이름을 뜻글인 한문(漢文)으로 풀어보면, 현대 의술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병이 들어오지 못하게 건강을 지킬 것인가, 들어온 병을 치료할 것인가?” 한약은 이런 것을 구분하여 상황에 맞게 처방을 한다. 부모는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자식은 부모의 건강을 위해 ‘보약’을 짓는다. 이처럼 한약 이름에 담긴 한문에는 오묘한 진리가 들어있다. 한문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한문교육의 근본은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사회의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현장교육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이것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취급한다.


4. 104세 구당 김남수 옹의 정신

 2007년 큰 이슈가 된 침과 뜸의 대가 김남수 옹의 지론을 들어보자. “일자무식자도 침쟁이가 될 수 있소. 다들 배워서 남 주자고요!” 사람의 몸 안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으며, 아픈 자리에 믿음의 나무를 심는 사람, 70년 넘는 세월 동안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 치료해준 역사의 증인, 그는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온 민간요법인 침과 뜸을 통해 나눔과 희생의 정신을 실천하며, 오직 낮은 곳으로 임하여 “침과 뜸의 전파”에 앞장서온 100세가 넘은 침쟁이는 아이 같은 환한 미소로 삶을 긍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랑꺼리를 자랑하지 않고 우리 역사보다 서양 역사를 존중하는 정신이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즐기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 속에서 모든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애틀란타의 한 암센터. 이곳에서는 얼마 전 한국에서 침과 뜸의 시술로 유명해진 구당 김남수 선생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도 현대의학을 통해 호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을 상대로 시술을 하고 있다. 그를 미국으로 초청한 이건준 의사는 “현대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를 원활히 하고 싶었다.”며 구당 선생을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암센터에는 많은 미국인과 교포들이 몰렸다. 치료가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구당 선생의 침과 뜸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한 환자는 “나에겐 기적 같은 분이자 생명의 은인”이라며 “5년 전, 나는 걷지 못했다. 당시 의사는 손을 놓았지만, 이제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며 침과 뜸의 효능을 전했다.

  구당 선생은 한국에서 유명세를 탔지만, 불법 의료행위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은 그는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었던 시술. 미국에서는 의사와 협진한다는 전제 하에 합법적으로 시술 및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단독 시술은 할 수 없지만, 그를 보는 시각에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다. 미국 의사면허국은 구당 선생에게 “허가증을 내줄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도, “지식이 미국 의료시스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지아주립대학에서 연구하자는 제의를 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현대의학과의 통합치료에 목적을 두고 협진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통합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로소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그에게도 응어리는 남아있다. 한국에 남아있는 환자들 때문이다. 한 환자는 그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시술을 받으러 미국으로 원정을 가기도 했다. 이틀간의 치료 때문에 1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간 사례도 있다. 그는 최근 잠시 한국을 찾았다. 대체의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앞서 공개변론을 펴기 위해서다. 구당 선생께 박수를 보낸다. NM

황보 영 webmaster@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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