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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12살 소년의 꿈 이뤘다”

기사승인 2019.06.06  23: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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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수상…韓영화 역사상 최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영화 역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칸영화제는 베니스·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최고 권위로 꼽히는 세계 3대 영화제다. 5월 25일 저녁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신세영 기자 syshin@

봉준호 감독은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폐막식에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 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고,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며 송강호 배우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이날 폐막식을 함께 찾은 송강호 배우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는 말로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돌렸다. 송강호 배우로부터 마이크를 다시 전달받은 봉준호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고,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정리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칸을 뒤집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생충>의 만장일치 황금종려상 결정에 대해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하게 점쳐졌다.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시간으로 지난 21일(화) 오후 10시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과 평단,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과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 실제 영화 상영 직후 국내외 언론들은 “봉준호 감독 작품 중 최고의 작품”,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실제 <기생충>은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힙입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영화 <아가씨>가 세운 176개국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100년 한국영화史 새로 썼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그간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기생충>을 포함해 총 17편의 작품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이 가운데 다섯 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이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영화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마침내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다시 한 번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감독으로서의 면모가 입증됐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수상한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작품이 무려 5편, 여기에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까지. 그 쟁쟁한 이름들 중에서 칸의 선택은 봉준호였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이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 얻어낸 결과라 더 값지다는 평가다. 봉준호 감독은 2006년 영화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다.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년)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데 이어 김혜자,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2009)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다시 초대됐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영화 <옥자>로 처음 경쟁부문에 올랐고, 2년 만인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연이어 경쟁부문에 진출,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文 대통령 “봉준호 이름, 자랑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공식 SNS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다. 수상을 마음껏 기뻐한다”며 축전을 남겼다. 이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 스태프 갱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다.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다.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또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삶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이 참 대단하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우리에게 전해진 종려나무 잎사귀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키워온 모든 영화인과 수준 높은 관객으로 영화를 사랑해 온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영화 최고의 영예. 축하드린다”며 “영화인 여러분의 역량과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족희비극

영화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가난에 찌든 어느 가족의 큰아들이 엉겁결에 부잣집 고액과외 교사로 들어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양극화된 한국 사회를 재료 삼아 신자유주의 계급사회를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살인의 추억>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당시의 암울한 사회상과 시대적 모순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괴물>은 한강에 나타난 괴물에게 어린 딸을 빼앗긴 어설픈 일가족의 사투라는 설정으로 기존 괴수 장르를 벗어난 새로운 전형을 창조해냈다. <마더>는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모성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엎고 극단의 모성, 그 어두운 내면을 그려냈는가 하면, <설국열차>는 다시 빙하기가 닥친 미래, 생존 인류 전원을 태우고 설원을 질주하는 기차 안의 뚜렷한 계급 사회와 그 사회를 뒤집는 전복을 그렸다. 지난해 선보인 <옥자>는 슈퍼 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사랑과 모험을 통해 자본주의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항상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은 여전하고 확실하게 봉준호다운 영화이면서, 한층 새롭게 진화한 봉준호의 세계를 보여준다. 두 가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밀접하게 쫓아가는 <기생충>에서는 무엇보다 개성과 현실감으로 캐릭터를 완성해 줄 배우와 그 조화가 중요했다. 두 가족 중 기택 가족은 봉준호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온 존경과 신뢰의 파트너 송강호와 <옥자>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최우식을 시작으로 박소담과 신선한 새 얼굴인 장혜진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가족, 박사장네 부부는 탄탄한 연기 내공과 고유의 매력을 지닌 이선균과 조여정 부부를 중심으로,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정지소와 정현준이 각각 딸과 아들 역할을 맡았다. 각자 확실한 매력과 연기력을 갖춘 이들은 캐릭터는 물론 경력과 나이 성별 또한 고르고 다채롭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촬영 시작 전부터 시간을 할애해 쌓은 친밀감으로 현장에서 서로를 진짜 가족처럼 대할 수 있었다는 점도 그들의 환상적 앙상블에 기여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들이 얽히고 충돌하며 사건이 증폭된다는 점은 <기생충>의 가장 흥미로운 관람포인트 중 하나다. 5월 30일 개봉한다. NM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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