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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에 먹구름 드리운 미중 무역전쟁

기사승인 2019.07.04  01: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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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훌륭한 합의 아니면 합의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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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경제를 넘어 기술·안보·사회·문화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미중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미 내수시장뿐 아니라 애플 등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종서 기자 jslee@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하는 등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에 드리워졌다. 중국은 미국 유학 경계령에 이어 지난 6월4일 미국 관광 주의보를 내리는 등 세계 최대 인구를 발판으로 보복 수단을 하나씩 행사하고 나섰다.

중국, 희토류 대미 수출 제한 거듭 시사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월30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으로, 수입 대두 대부분은 사료용으로 쓰인다. 중국이 미국의 무역전쟁 압박에 맞서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을 거듭 시사하는 가운데 미 농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두 카드’를 먼저 꺼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 곡물 수입업체들은 당국으로부터 ‘미국산 대두를 계속 수입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미중 무역협상이 일시 중단된 만큼 당분간 미국산 대두 수입이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는 전망했다. 이들 수입업체는 다만 기존에 구매한 물량에 대해선 취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중 정상이 지난해 12월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약 1300만t을 사들인 것으로 중국 당국은 집계했다. 이어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이 지난 2월 “중국이 미국산 대두 1000만t을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이 구매는 중단된 상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산 대두의 주생산지인 중서부는 2020년 미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표밭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두 수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계획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희토류 카드를 이용해 미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조치를 준비했으며, 이 계획은 정부가 결정만 내리면 즉시 실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21세기 첨단산업의 핵심 광물자원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스마트폰, 자동차배터리, 카메라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때문에 지난 수십년 간 석유를 지배한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는 희토류를 보유한 국가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미국 등지에 약 1억t 이상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96%가 중국 국경 근처에서 생산되고 있다. 나머지 4%를 생산하는 몰리코프사의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도 중국이 인수했다. 미국은 현재 휴대폰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은 전자 장치에 사용되는 배터리 금속을 포함해 국방 및 경제에 중요한 금속 23개 가운데 20개가 넘는 품목들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의 88%가 중국산이었다. 미 국방부는 자국 군사산업에 대한 위험 요인을 담은 1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대표적 위협요인으로 희토류 시장에서의 중국의 지배력을 꼽기도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의 이번 관세인상 대상 품목에서 희토류는 제외됐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도 중국이 희토류 생산과 대미 수출을 제한하면 미중 무역 전쟁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중국에 구금된 캐나다인 2명의 석방 문제를 미중 무역협상과 연계해 중국 측에 거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5월29일 캐나다를 방문,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캐나다 통신이 전했다.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등 캐나다인 2명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당국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체포한 직후 보복 조치에 나선 중국 당국에 의해 국가 안보 위해 혐의로 체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미 공사 졸업식 참석 전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가 중국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우리와 협상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는 협상을 했고 그들은 협상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중국은 자국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 조치로 미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부분은 아주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세는 중국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사람들이 회사와 함께 그 나라에서 달아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 쏠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당장 지표로 나타났다. 지난 6월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2.07% 아래로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도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날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월 한 달간 애플 주가는 17%나 하락해 시가총액 1700억 달러(약 201조원)가 증발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과 인텔의 발목을 잡는 등 중국과 거래하는 상당수 미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은 이날도 무역전쟁 포성을 이어갔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재무부는 공동성명에서 ‘무역협상을 패권국의 횡포로 규정한 중국의 공식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USTR은 “미국은 중국이 백서와 최근 공식성명을 통해 무역협상의 본질과 경과를 왜곡하는 비난전을 추진하려고 한 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유부는 미국으로 가는 중국인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중국인의 미국행에 대해 안전 경고를 발령하고, 최근 미 법 집행 기구가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을 출입국 단속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문화여유부는 최근 미국에서 총격·절도 사건이 빈발해 미국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은 목적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안전 예방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 여행한 중국인은 290만명에 달해 미 관광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중국 관영언론은 또 미 할리우드 영화가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 영화·TV 업계의 가장 큰 해외시장으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은 지난해 해외 판매 수입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2600억원) 가운데 4분의 1을 중국에서 올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흔들리고 있는 화웨이를 살리기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조기 상용화에 나섰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가까운 장래에 5G 상용 허가를 발급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5G 원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남미, 反 화웨이 캠페인에 반발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화웨이 캠페인에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브라질 등 주요 국가가 모두 화웨이를 선호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월10일 보도했다.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은 이미 화웨이 장비를 이용, 차세대 이동통신(5G) 시험운용을 준비하고 있는 등 화웨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전했다. 해밀턴 모우라우 브라질 부통령은 중국을 방문,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브라질은 중국의 선진 기술을 하루빨리 받아들이고 싶다”며 “화웨이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화웨이가 해당국의 정보를 도둑질할 우려가 있다며 브라질도 반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모우라우 부통령은 지난 6월7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내년 5G 네트워크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라며 “화웨이를 배제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정부는 화웨이를 믿고 있으며, 화웨이의 선진기술을 되도록 빨리 받아들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이통업체인 TIM은 6월 화웨이 기술을 이용, 브라질 남부에서 5G를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4G도 화웨이의 장비를 쓰고 있다. 브라질은 이른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일원으로, 남미에서 가장 큰 경제국이며,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브라질의 GDP는 2조5836억 달러로, 세계 8위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의 3대 경제국에 들어가는 멕시코, 아르헨티나도 화웨이에 기울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멕시코에 깊이 침투해 멕시코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화웨이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뿐 아니라 칠레도 화웨이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세바스티안 피네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 4월 심천을 방문해 량화 화웨이 순회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5G 입찰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미에서 미국의 압력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남미는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중국의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남미 국가들은 값싸고 질 좋은 이동통신 장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국의 투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한다. 미국에서 5G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없으며, 화웨이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만이 5G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중 화웨이의 장비가 가장 싸다. 남미 국가가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FT는 분석했다.

한편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이 6월11일 투자자를 위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애플 제품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이 투자자 설명회를 하는 것은 1991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의 반도체 부문 책임자 영 리우는 이날 “애플이 서플라이 체인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면 폭스콘은 중국 밖에서 신속히 생산을 확장할 수 있다”며 생산기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생산한 IT(정보기술) 기기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사업 모델로 성장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생산기지 전환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월 말 다시 2000억 달러 규모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월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폭스콘이 중국의 애플 생산기지를 미국 위스콘신주로 옮기고 서버·액정패널·자동차용 전자 부품 등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투자 규모는 14억~15억 달러(약 1조6500억~1조77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무역전쟁 확전 책임은 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과 훌륭한 합의를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합의를 안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백악관 홈페이지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전용기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합의를 지연시키는 건 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주요 경쟁자고, 현재 몹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 이곳(미국)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관세 지불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갈 것”이라고 발언, 대중 관세로 인한 중국 타격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관세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재차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간의 미중 무역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 합의를 했고, 이후 그들이 합의를 안 지켰다”고 발언, 미중 무역협상 막판 이견 및 무역전쟁 확전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주요 4~5개 의견을 반영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우리는 그 부분을 바꿨다”며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합의를 했고, 그들이 그 합의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나는 (합의 타결에)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미중 무역협상 목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이후 우리가 중국과 만들지 못했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재 우리는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발언, 중국과의 무역협상 지연이 미국에는 손실이 아니라 이득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해온 일로 우리는 미국 순자산을 14조달러(약 1경6534조원) 회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아마 20조달러(약 2경3620조원)를 잃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가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는 그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전임 행정부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을 상대로 짧은 기간 동안 5000억달러(약 590조50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에게 10센트도 준 적이 없다.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시절 중국은 우리나라를 산 채로 먹었다”고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산 채로 먹었는데, 이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임 행정부를 거듭해서 비난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우리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며 자신이 집권한 이래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공평해졌다는 논리를 폈다. 한편 그는 주요20개국(G20) 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 “시 주석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나는 시 주석과 곧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G20에서 그를 만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시 주석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라며 “나는 그와 잘 지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시 주석은 중국을 대표하고, 나는 미국을 대표한다”며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한은, 연내 기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4월1일)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5월31일)라고 말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결국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반도체 경기까지 악화되자 3년 만에 금융시장에 ‘금리인하 신호’를 줬다. 지난 6월12일 이주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악화를 우려하며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금리인하 요구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단기간 내 금리인하를 고려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추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발언이어서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 4분기가 유력해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와 거리를 뒀던 기존 기조와는 확연히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 총재는 불과 12일 전인 지난 5월3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처럼 말하며 “입장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 총재의 기념사 중 ‘면밀한 점검’ ‘적절한 대응’ 언급은 지난 6월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파월 의장은 당시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발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인하 신호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고 시장이 강하게 금리인하 기대감을 보인 지 일주일 만에 이 총재도 비슷한 키워드의 언급을 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 총재의 ‘인하 미검토’ 기조와 별개로 한 달여 전부터 고조돼왔다. 지난 4월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줄곧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6월 들어서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정책제언도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KDI 전망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지난 5월31일 금통위 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은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이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은 소수의견 출현을 인하 징후로 해석했다. 미국 이외 국가들의 통화완화 행렬 참여도 늘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6월4일 성장동력 저하와 저물가를 이유로 3년 가까이 연 1.5%로 동결해 온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다. 호주는 한국처럼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은도 호주의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의 하방위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최근 청와대 핵심 참모에게서도 나왔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6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시점은 2016년 6월(연 1.25%)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기만 하다가 마지막 인하 결정 후 3년 만에 다시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나온 셈이다. 이날 이 총재 발언이 어디까지나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반도체 회복 지연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한두 달 새 곧바로 정책 기조를 바꾸기보다는 당분간 경제 여건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지난달 31일만 해도 통화정책 회의 결정문에서 경제성장 전망경로에 대해 “지난 4월 (발표한)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요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한은도 7월 중순 발표 예정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2.5%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NM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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