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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자사고 13개교 중 8개교 지정 취소

기사승인 2019.08.07  14: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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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평가대상 자사고 24개교 가운데 10개교 무더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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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체제 개편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 진보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정책과 맞물려 급진적으로 추진되면서, 2002년 ‘고교 교육과정 다양화’라는 목표로 출발했던 자사고 정책이 17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7월9일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13곳의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에서 과반이 넘는 8개 자사고가 기준점수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대상인 자사고 24개 중 절반 이상인 13개교가 몰린 서울에서 8개교가 청문 대상으로 선정되는 무더기 취소 대란이 벌어졌다.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들의 거센 반발 예상돼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8개교 가운데 경희고와 배재고·세화고·이대부고·중앙고 5곳은 2014년 1기 재지정평가 때 지정취소 결과를 받았던 곳이다. 이 학교들은 당시 교육부의 부동의와 소송 등으로 구제돼 올해 말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숭문고와 신일고 역시 당시 2년간 취소유예 결정을 받았다. 한대부고는 2014년엔 재지정됐으나 이번엔 실패했다. 서울교육청이 개별 학교의 평가점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들 자사고는 대체로 ‘감사지적사항’과 ‘사회통합전형’, ‘중도탈락률’ 등의 각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론 서울교육청 기준점수인 70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사고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이자 그동안 교육청 감사에서 감점 요인이 클 것으로 예측됐던 하나고는 이번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다. 서울 지역 평가대상 학교 13곳 가운데 8곳이 한꺼번에 지정 취소를 통보받은 만큼 해당 학교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지정이 취소된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누차 밝혀 왔고,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와 총동문연합회 등도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전국적으로는 평가대상 자사고 24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곳이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된 만큼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유일의 자사고인 해운대고는 이미 청문 과정에서 이번 평가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추후 행정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일단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학교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한편, 전환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재정 지원을 통해 재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자사고 재지정 취소과 관련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가게 됐다. 각 시도교육청이 개별 학교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치고,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동의하면 해당 학교들은 내년 새학기 이전까지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게 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해진 절차와 법적 근거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사고 폐지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각 교육청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내년에 이어질 서울 자사고 9곳을 포함한 전국 16개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도 상당수 학교가 재지정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이미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학교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평가를 앞둔 전북 군산중앙고가 이미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교총과 전교조, 상반된 입장 밝혀
서울·인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라 교원단체들이 양분된 반응을 내놨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육단체총연합(교총)은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자사고 폐지가 결정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성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자사고 폐지정책이 대통령 공약임을 내세워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평가결과가 공개된 직후 논평을 통해 “전북 상산고 재지정 탈락으로 시작된 불공정 평가 논란과 갈등이 경기·부산을 거쳐 서울교육청의 발표로 극에 달했다”며 “고교체제가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면 자사고 존폐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교육정책이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촉구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교육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법률에 근거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의 경우 5년 주기로 운영·성과평가를 받아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교총은 “지금처럼 시행령으로 자사고 재지정 등을 규정할 게 아니라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교육정책의 일관성·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서울 자사고 재지정 대상 13곳 중 5곳의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평가결과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교육청에 대해 “부실한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며 “이것이 ‘자사고 폐지는 시대정신’이란 조희연 교육감 발언에 부합하는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고교체제개편이 현 정부의 대선공약인 점도 강조했다. 전교조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라며 “서울교육청의 이번 결정은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자사고 정책의 실패도 지적했다. 전교조는 “자사고는 고교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 학원화, 사교육 팽창 등의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자사고의 존립 근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사고 설립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 3항)을 폐지,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교 체제 개편 둘러싼 논란 가열될 듯
정부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고교 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최근 전주 상산고에 이어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무더기 탈락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내년에는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도 잇달아 운영성과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수월성과 평등성 교육정책이 180도 바뀌는 현 상황에 대해 비난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일선 교육계 현장에선 ‘강남 8학군’ 등 일명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으로 학생이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0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 24곳 중 서울 8곳(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중앙·한대부고)을 비롯해 총 10곳의 자사고가 지정취소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올해 평가 대상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이어 내년에는 서울에서 선덕·대광·현대·양정·장훈·휘문·경문·보인고·세화여고 등 9곳을 포함해 경기 용인외대부고, 인천 하늘고, 대전 대성고, 대구 대건고, 전북 남성고 등 총 14곳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나머지 4개 학교 중 군산중앙고와 대구 경일여고는 최근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으며, 대전대신고와 충남삼성고는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될 예정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내년도 평가 대상 학교 중 3곳(장훈·경문·세화여고)이 2015년 평가 당시 기준 점수(60점)를 넘지 못해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뒤, 보완 평가를 통과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5년 전(2014년) 자사고 지정취소가 됐던 학교들이 올해 평가에서도 대부분 탈락 수순을 밟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적지 않은 학교가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계 관측이다. 교육계 한 인사는 “당시엔 60점으로 낮춘 상태에서 평가가 이뤄졌고, 내년엔 올해에 이어 70점 커트라인이 평가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학교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최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언론을 통해 평가 기준을 현행보다 높일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올해 자사고 평가에서는 지정취소 기준이 70점 미만이었으며, 전북도만 유일하게 80점 미만으로 책정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엔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도 대거 운영성과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고입을 준비 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서울에서만 서울·대일·이화·대원·한영·명덕외고 등 외고 6곳과 국제고인 서울국제고, 한성·세종과학고 등 과학고 2곳, 체육고인 서울체육고 등 특수목적고 10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서울체육중 등 특성화중학교 3곳도 평가 대상이다. 이 중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은 2015년 평가에서 기준점(60점)에 미달해 지정취소 2년 유예 결정을 통보받았다가 2년 뒤 재평가에서 모두 구제된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특목고 역시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교육감이 평가 권한을 갖고 있다”며 “아직까지 내년도 (자사고와 특목고) 평가지표 표준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준 점수가 70점인지, 그 이상인지 이하인지 확답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전기고인 과학고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시도교육감 실무진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입을 준비 중인 학부모들은 “정부의 고입 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며 “빚을 내서라도 강남이나 목동 등 교육특구로 이사가야 할 판”이라고 말하는 등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는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출범 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성과 평가 후 올해처럼 재지정, 탈락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 근본에는 수월성과 평등성을 둘러싼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서 능력별, 수준별 교육을 해야 한다며 수월성을 강조하는 주장에 맞서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자사고를 둘러싸고 10년째 엇갈리고 있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한 취지와는 달리 몇몇 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사실상 대학입시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이에 자사고 폐지론자들은 “입시 위주 교육으로 자사고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입시 성적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우리 교육 풍토상 고교 서열화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해마다 이처럼 반복되는 논란과 일반 학교와의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자사고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교육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자사고·특목고) 축소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3.1%로 집계됐다. ‘학교 선택권과 교육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축소에 반대한다’는 응답(37.1%)보다 6.0%p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9.8%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학생과 사무직, 40대 이하, 서울과 경기·인천, 호남, 부산·울산·경남(PK)에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또 진보층과 중도층, 정의당·민주당 지지층, 무당층에서 찬성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정의당 지지층의 60% 이상이 자사고 폐지·축소 정책에 찬성했고, 학생과 사무직, 20대·30대, 서울, 진보·중도층 찬성 여론도 절반을 넘었다. 반면 가정주부와 노동직, 60대 이상, 충청권, 대구·경북(TK), 보수층,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 자영업과 50대, 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9706명에게 접촉해 최종 504명이 응답을 완료, 5.2%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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