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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취소된 자사고들, 법적 공방단계 돌입

기사승인 2019.09.05  15: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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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싸움의 핵심은 평가기준의 적법성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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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에 의해 일반고로 첫 강제 전환된 자율형사립고들이 법적 공방 단계에 돌입했다. 법원이 자사고들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자사고의 입지가 더 유지될 수 있어 2020학년도 고교 입시 등에 혼선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 8월8일 서울시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온라인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중앙고, 이대부고 등 서울 자사고와 함께 이날 경기 안산동산고도 수원지법 행정부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접수했다.

교육 당국 사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교육부는 올해 시·도교육청이 결정한 전국 자율형사립고 11개교 지정취소 사례 중 전북 상산고를 제외한 10개 사례에 동의권을 행사했다. 전북도교육청은 결정을 뒤집은 교육부에 ‘전쟁’을 선포했지만 타 시·도교육감의 협조가 없는 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8월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 당국 사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정책이 사실상 ‘교육청 등 뒤에 숨기’라는 비판은 내년 재지정평가에서도 되풀이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교육청도 자사고 존폐 결정의 주체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양 측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7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의 책임을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지정취소 반발 여론을 받아낼 ‘방패막이’로 교육청을 앞세우고 있다는, 한마디로 ‘비겁하다’는 뜻이다. 자사고 폐지론자들은 교육부가 평가에서 낙제한 자사고만 전환할 게 아니라 자사고의 법적 근거를 삭제하는 ‘일괄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 개정은 교육부 소관이다. 교육계에선 교육부의 단계적 전환 기조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3단계로 나뉜 현 정부 고교체계 개편방향은 모두 ‘자사고 소멸’을 목표로 해서다. 1단계 자사고·일반고 동시 선발 및 이중지원 금지는 고입 재수 불안감을 높여 자사고 기피를 유도했다. 자사고 목숨을 ‘5년 시한부’로 만든 2단계 평가 전환 방식도 같은 효과를 노렸다. 3단계 사회적 의견 수렴은 결국 자사고 폐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평가는 명분일 뿐 사실상 자사고 전면 폐지를 목표로 한다면 조 교육감의 ‘책임 떠넘기기’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조 교육감의 지적에 대해 “교육감들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행법상 평가는 교육청 소관이므로 교육청이 맡은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 해도, 이는 교육청이 내린 지정취소 결정에만 적용된다. 결국 자사고 목줄을 쥔 건 교육청이므로 관련 사태의 공동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교육청의 책임 떠넘기기 주장은 ‘자승자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청은 평가 외에도 일부 자사고의 지위를 박탈할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의 입학성적 조작 정황, 지난해 휘문고의 부정 회계 집행 등을 적발하고 관련자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육감은 입학·회계 부정 관련 중징계를 내린 경우 자사고 지정기간 내에도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직권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자사고의 존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오히려 교육감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일각에선 하나고가 올해 평가에서도 생존하자, 대표적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 교육감이 소위 ‘잘 나가는’ 자사고에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이중잣대’ 주장을 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당국의 면밀한 정책 수정이 없다면 현 정부 교육정책은 백년대계가 아닌 ‘5년 소계’에만 머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경기 9개 자사고 법정싸움 예고
지난 8월5일 서울시교육청은 9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재지정 취소를 통지하면서 법정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경문고 등 9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재지정 취소를 통지했다. 해당 9개 학교는 지난 8월2일 교육부가 재지정 취소 동의를 발표하면서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이 이날 자사고에 지정취소를 공문으로 정식 통지했고 이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9곳에 대한 지정 취소에 동의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8월2일 서울교육청은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한다고 발표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교육청의 운영평가 결과를 존중한 교육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관련법령에 따라 적법하고 공정하게 평가를 진행한 점을 교육부가 확인해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일반고로 전환될 자사고를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 학교와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해당 학교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교육부 결정을 계기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한 고교체제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교육청은 고교입시경쟁 완화에 노력하고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을 책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를 제외한 8개 자사고는 법정 싸움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자사고 구성원들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회 관계자는 “최종 지정취소 확정 통보 공문이 온 것을 확인했다”며 “학교별로 법원에 교육청의 이번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 자사고뿐만 아니라 안산 동산고와 부산 해운대고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만일 법원이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는 3~4년 동안 지정 취소된 자사고들은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유지한 채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또 2020학년도 학생 모집 역시 자사고로서 실시하게 된다. 학교들은 법원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을 얻을 경우 2020학년도 자사고 입학전형 계획 마감일인 9월6일까지 교육청에 전형 일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법정 싸움의 핵심은 재지정 평가기준 변경 등 평가기준의 적법성 여부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자사고 평가와 관련해 교육 당국이 평가지표를 바꾼 것이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자사고들은 이번 평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한 5년 전 사례와 지극히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에 유리한 학교만족도 등 종전 평가기준의 항목별 배점과 기본점수를 낮추고 배점 12점의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하며 감사 지적사례에 12점까지 감점 가능하도록 평가기준을 변경했고 이러한 배점기준을 평가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말에야 학교들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자사고공동체연합 관계자는 “법정에서 재지정 평가기준과 함께 통지 시점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라며 “부당함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 당국은 통보 시점과 재지정 평가 사이의 시간이 2014년 한 달보다 길었고 평가지표도 달라진 게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평가에서 신설된 지표는 2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2014년 평가와 동일하다”며 “평가기준도 석 달의 시차를 두고 공지했기 때문에 자사고들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교육청, 교육부 상대로 소송 제기
전북도교육청이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하지 않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산고를 둘러싼 교육부와 전북도교육청의 갈등이 결국 법적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지난 8월13일 전북도교육청은 “전날 오후 대법원에 전자문서 형태로 교육부의 부동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행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무부장관의 이행명령에 이의가 있으면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소송과 별개로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 심판이란 국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벌어진 권한 다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판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앞서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6월 20일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한 결과 통과 기준 점수인 80점에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위법했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을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었다”며 “향후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부의 결정을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에 빗대면서 “장관 동의권은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조항이고 정권이 바뀌면서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미 사망선고 당한 조항을 교육부가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소송의 쟁점은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린 근거인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지표의 위법 여부다. 교육부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구(舊) 자립형사립고였던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의무가 없음에도 이를 평가지표로 반영한 전북도교육청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봤다. 만약 전북도교육청 측이 승소한다 하더라도 상산고가 즉시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되는 건 아니다. 교육부 장관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 결정에 대한 소송이므로 교육부의 결정에 대한 효력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교육부 장관이 부동의 처분을 내리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 다시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한편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자사고 지정취소를 둘러싼 법적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과 경기 지역 자사고인 안산 동산고는 지난 8월8일, 부산 해운대고는 지난 8월12일 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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