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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국과 관계에서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9.09.05  15: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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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란 외국에서 그 국가의 법을 위반한 범죄인이 도망해온 경우, 외국 정부가 요청한다면 범죄인을 체포해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조약이다. 형사 사건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많은 국가들이 인근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송환법을 반대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앞으로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10일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를 시작한 이래 매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中정부, 친중 인사 앞세워 간섭 수위 높여
지난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의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약, 이른바 ‘송환법’을 막는 것. 하지만 이면에는 중국에 반환된 후 점차 본토에 흡수돼가는 과정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홍콩 사람들의 외침이 있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으나, 그 덕분에 사회주의 중국과는 다른 자유롭고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한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1842년 아편전쟁으로 영국령이 됐던 홍콩은 잠시 일본에 점령당했던 것을 제외하고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15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영국은 홍콩을 아시아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했고, 곧 자유무역항으로 발전했다. 서양과 동양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동양의 진주’라고도 불린 홍콩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도시로 성장했다.

본토에서 내전과 빈곤,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몰려든 이민자들이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산업이 발전했고, 지리적 이점으로 무역이 발달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이후로는 본토와 서방세계를 잇는 거점으로, 자본이 모이는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영국이 청나라로부터 홍콩을 조차한 기간이 끝나가던 1980년대 초 영국과 중국 정부는 홍콩 장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때 중국이 들고 나온 것이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이 제시한 일국양제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더라도 사회주의를 강요하지 않고, 50년 동안 원래의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홍콩은 외교와 국방권만 중국에 넘기고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남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 정부의 간섭은 점점 심해졌고, 민주화 세력은 약화했다. 홍콩 시민들은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을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뽑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2014년 9월 이에 반발하는 홍콩 시민이 들고 일어난 것이 이른바 ‘우산혁명’이다. 경찰이 쏘는 최루탄과 최루액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나온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우산혁명은 자유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의 의지를 세계에 알렸지만, 지지부진하게 마무리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한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죽이고 홍콩으로 귀국한 사건이 벌어졌다. 홍콩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속지주의를 채택한 홍콩 경찰은 그를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범인을 대만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홍콩 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만 등과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을 추진했다. 문제는 체결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면서 홍콩 시민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홍콩의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홍콩 내 반(反)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잡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정당한 선거로 뽑힌 입법회 의원이 민주화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고, 의원 선서식에서 중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원 자격이 박탈되는 등 친중 인사를 앞세운 중국 정부가 간섭의 수위를 높여왔다. 영국 BBC방송은 “(일국양제를 보장하는)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은 2047년 만료되는데, 홍콩 시민은 이후 홍콩의 자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한다”면서 “특히 송환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가 더욱 강해져, 홍콩이 다른 중국 도시와 똑같아질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8월18일, 홍콩시민 170만명 운집해 평화시위
지난 8월18일 폭우 속에서도 홍콩 시민 170만 명이 운집, 평화시위를 벌임에 따라 홍콩이 시위를 지속할 동력을 얻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이 평가했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16일 200만 명이 운집한 이후 시위 참가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왔으나 8월18일 폭우 속에서도 170만 명(경찰 추산 12만8000명)이 운집했다. 이뿐 아니라 홍콩 시위대는 3일 연속 최루탄 없는 평화시위를 펼쳤다. 이에 따라 WSJ 등 외신들은 홍콩 시위대가 시위를 지속할 동력을 충분히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선 4주 동안 홍콩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는 등 홍콩 시위는 폭력으로 얼룩졌었다. 특히 시위대가 8월12일부터 3일 동안 공항을 점거했을 때는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공항에 진입한 경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콩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인권전선의 보니 렁은 “18일 평화집회를 연출함으로써 시위를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평화시위는 베이징이 인민군 또는 인민무장경찰을 홍콩에 투입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위대가 평화시위를 벌이자 홍콩정청은 8월18일 시위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리 램 행정장관은 아직 시위대와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베이징도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이징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며 홍콩의 혼란을 묵과할 수 없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대와 직접 만나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월19일(현지시간) 송환법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같은 문화권인 대만으로 이민을 신청한 홍콩 시민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이민청 통계를 자체 분석해 지난 1~7월 대만으로 이민을 신청한 홍콩 시민의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고도 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지난 6월 홍콩 입법회 점거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중 30여명이 대만으로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판매한 혐의로 강제 구금됐던 홍콩 출판업자 람웡키(林榮基)도 지난 4월말 대만으로 이주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7월 대만 이민청에 이민 또는 체류를 신청한 홍콩 시민은 총 202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특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6~7월에는 이민 또는 체류 신청이 681건으로 같은기간 45.5% 급증했다. 대만 이민청은 홍콩 시민들의 신청을 대부분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8월18일 송환법 사태로 ‘일국양제’ 체제인 홍콩이 중국과 관계에서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졌고,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안정성에 대해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일부 금융주체들이 자금을 해외로 돈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콩내 개인과 중소기업들의 해외 자금 이전을 돕는 트랜스퍼와이즈는 송환법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에서 외부로 자금 유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17일 기준 이달 현재 유출된 자금이 유입된 자금보다 2.64배 가량 많다면서 대부분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호주, 유로존의 은행 계좌로 이전됐다고도 부연했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인 퓨처뮤브스 대표인 데바다스 크리슈나다스는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 등 일부 고객들이 개인 자금과 투자 자본을 홍콩 밖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이유는) 금융허브로서 지위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것은 자본"이라면서 "직원과 사무실을 옮기는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홍콩 문제를 무역 분쟁과 연계하겠다”
홍콩 사태에 뒷짐을 지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인도적 해결을 강조했다. 중국은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병력을 집결했지만, 9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어 무력진압 카드를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밝혔다. 또 “나는 시 주석을 매우 잘 안다”며 “그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지도자로 힘든 비즈니스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동시에 “물론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 짓고 싶어한다”면서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6월 초 홍콩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중국과 홍콩의 문제”라고 발을 뺐지만, 시위가 격화하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길 바란다”던 전날 트윗에 이어 홍콩 문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이다.

지난 8월18일에는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에 대해 중국이 과거 천안문시위처럼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무역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과거 천안문 사건 때처럼 홍콩 시위를 향해 무력을 행사한다면 무역 합의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난마처럼 얽혀있는 미중 무역협상이 앞으로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WSJ은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 발생 초기, “홍콩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라며 “내 친구 시진핑 주석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홍콩 시위에 대한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홍콩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홍콩 문제에 대해 간여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홍콩 문제를 무역 분쟁과 연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무역분쟁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1일부터 부과키로 한 중국산 제품 일부의 관세 적용 시기를 연기한 것은 물론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다소 완화했다.

미국 행정부는 8월19일 화웨이 거래 제한을 90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홍콩 문제를 무역 분쟁과 연결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타결을 서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홍콩 사태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홍콩 문제를 무역협상에 연결시키는 것은 무역전쟁 장기화를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소비가 견고하다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무역전쟁 장기화로 미국 경제 침체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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