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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는 ‘새로운 삶의 지혜’ 찾을 수 있는 ‘문화의 보물 창고’

기사승인 2019.10.07  13: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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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적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왕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겼고, 심지어는 ‘왕이 쓰지 말라 했다’는 내용까지 알뜰하게 담겼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은 기록을 중요하게 여겼고, 모든 것을 글로 써내려갔다.

윤담 기자 hyd@

양반사대부들은 시와 그림을 남기거나 집안의 위세를 족보에 담았고, 평민들은 일기와 차용증, 결혼·이혼 증명서, 노비 매매문서 등 치열했던 삶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해외로 반출되거나 크고 작은 전란을 거치며 고서(古書) 상당수가 소실됐다.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탓도 크다.

▲ 민종기 원장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 고문서 5200여 건 기탁
전문 수집가들은 푸대접을 받으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옛 물건들을 찾아내 제 가치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은 “고문서는 당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내용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료로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자료다”면서 “고문서에 의하여 문헌사료의 왜곡과 오류를 바로 잡을 수도 있고, 역사연구에 생동감과 설득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문서를 사료로 이용하려면 일련의 고문서가 정리되는 것이 필요하다. 일회적, 단편적인 고문서 가운데에도 역사적인 사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나, 단편적이고 흩어져있는 고문서를 수집하여 체계적인 자료로 정리하면 사료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민종기 원장은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 그간 모아온 고문서 5000여 건을 기탁했다. 민 원장이 고문헌을 기탁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를 집성 연구 전시 교육을 통해 호남권 인문한국학의 진흥과 차세대 전문 인력을 배양하기 위해 상생 협력, 공동 출연하는 학술기관이다. 민종기 한국고문화가치연구원장은 “뒤늦게나마 한국학 호남진흥원이 설립되어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좋은 고문서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연구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수집한 자료를 기탁하기에 이르렀다”고 기탁 배경을 밝혔다.

민종기 원장의 이번 기탁에 대해 김대현 호남지방문헌연구소장(전남대 교수)은 “지역 문화 연구의 가장 일차적인 핵심자료인 고문서를 열과 성을 다하여 수집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지역의 고문서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이 때에 어렵게 수집된 고문서가 연구기관에 기증되었다는 것은 지역 문화 연구의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고 평가했다. 민종기 원장이 기탁한 자료는 42개 집안에 걸친 5200점으로, 화순에서 활동한 대학자 조병만, 양회갑, 정의림의 일괄문서를 비롯하여 한 집안에서 전해지는 임란의병장 안방준家, 흥성장씨家, 배씨家, 밀양박씨家 동복나씨家, 제주양씨家, 창녕조씨家 등 ‘화순지역의 고문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기타  광주 나주 장성 담양 곡성 해남 영암 강진 영광 함평 순천 무안 완도 고흥지역 등 ‘광주전남 지역 고문서’ 전주 옥구 임실 남원 고창 등 ‘전북도 고문서류’를 총망라한다. 이에 호남에서 생산된 다양한 문서를 정리 및 연구함에 있어 큰 기여를 하고 특히 한 집안 문서 중에서도 중간에 끊긴 부분을 채워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고대황실의 명차 소개하는 품다회 정기 개최
지난 36년간 전남의 도시개발 행정과 문화재 업무 경험을 살려 권위 있는 고미술품 전문수집가로 활동해 오고 있는 민종기 원장은 2013년 전남 화순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예술인, 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국 고대황실의 명차를 소개하는 품다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다. 특히 4년 전 고흥군에서 개최된 품다회에서는 지역의 발전을 기원하며 명의 선덕황제, 원의 지정황제가 시음했던 600년 전의 도자기에서 개봉된 명품보이차와, 송, 청대의 국보급 진품 찻잔을 준비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제4회 품다회에서는 광주지역 인사들을 대상으로 오래 묵혀 향미가 깊어진 고급보이차로서 낙타가죽 주머니에 밀봉되어 있는 ‘영하부윤태휴 다장’에서 약 12년 전에 제조된 진년(陳年)보이차를 선보였으며, 별도로 한중고미술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고문화 발굴 및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우암 송시열, 암행어사 이건창, 충정공 민영환, 순국지사 송병선 등 역사적 인물들의 친필 유묵 등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고문서 수집에 뛰어들었다는 민 원장은 추후 민씨家 간찰 등 고문서류 500점을 추가로 기탁할 계획이다. 민 원장은 “옛 고문서 속에는 조상들의 애환과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면서 “이제라도 호남지역의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타 지역처럼 예산을 할애하여 ‘유물구입공고’를 통해 향토자료, 지역고문서를 수집·확보하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지역자산화를 해나감으로써 진정한 온고지신의 보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NM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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