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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이란의 영웅’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기사승인 2020.02.06  00: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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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1월3일(이하 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이란의 해외공작 책임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소장을 드론으로 살해하였다. 솔레이마니는 이란군의 정예부대인 이란혁명수비대(IRGC) 가운데에서도 핵심인 ‘쿠드스군(Quds Force)’을 지휘하던 인물이다.

이종서 기자 jslee@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등 ‘임박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해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월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는 구체적인 첩보를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란, 미군 주둔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
이란은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월8일오전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오전 1시30분쯤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에 따라 이라크 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I특히 RGC는 이번 공격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1월3일 미군 공습으로 제거된 데 따른 복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제 공격도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끝난 뒤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시간에 맞춰 이뤄졌다. 미국 국방부도 미군 주도 연합군을 상대로 12발 이상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발사됐음을 확인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미사일들은 이란에서 발사됐고 미군과 연합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알아사드와 아르빌 등 최소 두 곳의 군사 기지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인력과 동맹국들, 파트너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공격에 대해 미국인들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적 대응 대신 경제적 제재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실시한 연설을 통해 전날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 2곳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어젯밤 이란 정권에 의한 공격에서 어떤 미국인도 다치지 않았고 희생자가 없었다”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이 물러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사적 대응보다는 이란에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괜찮다. 지금까지 좋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 대국민 성명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및 미군 고위지휘관 등 국방, 안보 참모들이 대거 배석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지난 1월12일 국영 TV로 방영된 국회 연설에서 “적군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의 진짜 목적이 아니었으며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라미 사령관은 “우리가 적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점과 우리가 고른 어떤 곳이든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라크 미군기지를) 물리적으로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살상 의도가 없었다고 밝힌 이란 혁명수비대와 달리 이란의 주요 동맹으로 꼽히는 레바논 헤즈볼라를 이끄는 하스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같은 날 다른 주장을 펼쳤다.

AP는 나스랄라 총장이 방송 연설에서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은 무인기 폭격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을 겨냥한 보복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 총장은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두고 중동에서 미군을 쫓아내기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이라고 표현하며,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목표는 “단호하고 확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숨진 지 약 일주일 만에 진행한 90분짜리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국면의 시작, 새로운 전쟁, 이 지역의 새로운 시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처럼 이란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앞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당일 “자기방어를 위한 비례적인 조치를 끝냈다(conclude)”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사무총장 “미국과 이란 충돌 멈춰야”
지난 1월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이란이 충돌을 멈추고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무총장이 평화를 위한 열렬한 호소를 했다”면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한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긴장 고조를 멈추라. 최대한 자제를 발휘하라. 대화를 다시 시작하라. 국제 협력을 재개하라”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호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중요하다”면서 “사무총장은 관련 당사국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걸프 지역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공동 임무다. 세계는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우리는 전쟁으로 야기된 끔찍한 인간의 고통을 잊어선 안 된다”며 “늘 그랬듯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른다”고 말했다. 유엔 이라크 지원단(UNAMI)은 트위터에서 “최근 아르빌과 안바르 지역 내 미사일 공격은 갈등을 고조시킬 뿐이며 이라크 주권 침해”라며 “무분별한 폭력은 예측가능한 효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UNAMI는 “우리는 자제와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 이라크가 외부 경쟁에 따른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공습에 보복하기 위해서라며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미사일 수십 개를 발사했다. 미군은 솔레이마니가 역내 미군 공격을 반복적으로 모의했다면서 지난 1월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 그를 제거했다. 미국 정부는 솔레이마니가 미국에 대해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란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월8일 트위터에서 “이라크 내 미국과 연합군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나토는 이란에 추가 폭력 행위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대화에 여지를 주기 위해 이제 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이 일은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들도 긴장 완화를 잇달아 호소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 질의응답 시간에 “이 자(솔레이마니)는 손에 영국군의 피를 묻혔다"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 추가적인 군사 행동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란 경제에 광범위한 제재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경제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하면서 대 이란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1월10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고한 추가적인 대 이란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새롭게 가해진 제재는 이란의 금속은 물론 건설, 제조, 섬유, 광산 부문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 1월8일 이란의 미군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 8인에 대해서도 제재가 부과됐다. 므누신 장관은 “8일 탄도 미사일 공격에 연루되거나 공모한 이란 고위 관계자들이 표적”이라면서 “이란의 최대 금속 제조업체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고 건설, 제조, 광산 등 이란 경제의 새로운 부문들에도 제재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제재는 이란 정권이 글로벌 테러리즘 지원을 멈추고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않기로 전념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는 핵프로그램, 미사일 개발, 테러리즘, 테러 대리 네트워크 지지와 자금 지원에 사용될 수 있는 이란 경제 주요 부문의 수출 수익을 포함해 이란의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정권의 불안정 조성 목표를 증진한 이란 고위 관계자 8명과 이란 내 최대 철강, 알루미늄, 구리, 철 제조업체들에 대해 행동을 취했다”고도 전했다. 재무부는 “특히 건설, 광산, 제조, 섬유를 포함한 이란 경제의 다른 부문을 운영하거나 거래하는 개인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미국에 추가보복 없다는 비밀 전문 보내
이란이 지난 1월8일 이라크의 군사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실행한 직후, 추가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이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에 곧바로 비밀 전문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맞대응을 준비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불과 5분 만에 이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대응 없이 다음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이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사대응이 아닌 경제제재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12일 뉴욕타임즈(NYT)는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 이후 미국과 이란이 전쟁 직전까지 갔던 긴박한 상황을 심층취재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란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했고, 미국 국가정보국(NSA)은 위성과 통신감청 등을 통해 미사일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고, 이라크 알 아사드 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 2천여명은 사전 경보를 받고 이미 대피소에 피신한 뒤였다. 미군 인명피해가 없었던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미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한 맞보복으로 이란의 석유와 가스시설, 지휘통제선 등에 대한 반격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미사일 공격 직후 이란 지도부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더 이상의 보복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스위스 대사관은 이 내용을 암호화된 팩스를 통해 즉시 워싱턴 주재 스위스 대사관으로 보냈다. 불과 2분 뒤에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에게 내용이 전달됐고, 이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됐다. 이란이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메시지를 보낸지 불과 5분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용이 전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격을 준비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1991년 걸프전 참전 경험이 있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일단 침착을 유지하자.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일단 좀 더 숙고할 시간을 갖자”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돌아올 즈음 미군 사상자가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자신의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모든 것이 괜찮다(All is well)!”고 밝혔다. 그는 다음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강하게 비난하기는 했지만,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군사 대응 대신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과의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스위스 측에서 전달한 비밀 메시지의 존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제거 작전은 지난 18개월 동안 진행돼 왔으며, 그가 자주 방문하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 정보원을 심어 그의 동선을 면밀히 파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촉발된 ‘전쟁으로 향하는 행진’은 일단 멈췄다면서도, 위기가 사라졌다고 진단하기는 힘들며 몇 개월 안에 이란이 재정비해 반격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1월12일 미군 병력이 주둔 중인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에 여러 발의 로켓포가 떨어졌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 군인 4명이 부상했다. 로켓포는 알발라드 공군기지 내 활주로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발라드 공군기지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라크군은 성명에서 알발라드 기지 내에 카투사 로켓 8발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군 관계자는 “박격포 8발이 알발라드 공군기지에 떨어졌다”며 “장교 2명을 포함해 이라크 군인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라크군은 “공군기지 내 식당에서 폭발음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라크군은 로켓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알발라드 기지에는 소규모 미군, 민간 계약업자들이 머물고 있었지만 최근 2주간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부분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AFP에 “미국 고문단과 방산업체 직원들의 90%는 에르빌 등 타지로 이미 철수했다”며 “현재 알발라드에 있는 미군 병력은 15명을 넘지 않으며, 항공기도 1대만 있다”고 말했다. NM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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