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6인의 영웅들,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올해는 ‘제2의 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13년째다. 시간은 흘렀지만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 되는 연평해전. 목숨을 바친 그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우리가 존재하며, 연평 6인의 용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다.
신세영 기자 syshin@
6월 24일 실화와 실존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연평해전’이 개봉했다. 영화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한일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평해전은 북한군과의 교전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대 사건이었으나 월드컵의 열기 속에 언론과 여론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학순 감독은 “이 전투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영화를 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한 애정과 사랑, 관심을 우리가 다 같이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치열했던 30분간의 전투로 NLL 사수
▲ 연평해전 포스터 |
약 30분간 지속된 교전결과, 북한은 외부 갑판이 대부분 파괴됐으며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참수리 357호정은 북한 경비정을 격퇴하고 NLL를 지켜냈으나 침몰했다. 윤영하 소령(이하 추서 계급)을 비롯해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했으며, 당시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소령 등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희완 소령은 훗날 “윤영하 정장님은 마지막 순간에 ‘엎드려’라는 명령을 내린 후 전사했다. 정장님의 마지막 표정이 너무나 담담했고, 그 표정을 보고 나도 위기의 순간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2008년 4월 정부는 ‘제2서해교전’으로 불리던 이 전투를 ‘제2연평해전’으로 명칭을 바꾸고, 그동안 추모식 성격이었던 행사를 정부 주관 승전기념식으로 격상시켰다.
지난했던 제작과정, 우여곡절 끝에 개봉
영화 ‘연평해전’은 국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을 통해 총 3차례에 거쳐 후원금을 모아 제작을 도운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은 돼지 저금통을 기부한 농부부터 아들을 군대에 보낸 가정주부, 중고등학생까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진심을 보냈다. ‘연평해전’ 크라우드 펀딩은 4,500여 명의 개인 및 단체가 참여해 역대 최고 금액이 모였고, 그것은 총 6만여 명의 후원 및 투자로 이어지게 되는 물꼬를 터줬다. 성원을 보내준 7,000여 명에 달하는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들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해 그 의미를 더한다. 하지만 ‘연평해전’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학순 감독은 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10년 후인 2012년 6월, 희생자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제작발표회를 열고 영화 계획을 알렸다. 2013년 4월 진해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연평해전’은 애초 그해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었다. 그러나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 계획을 철회하면서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표류하던 영화는 NEW가 투자배급사로 나서면서 다시 제작이 가능해졌다. 2014년 5월 촬영을 재개하려던 ‘연평해전’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또 다시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었던 정석원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일부 촬영을 진행했음에도 일정이 맞지 않아 하차했다. 결국 ‘연평해전’은 김무열, 진구, 이현우를 새롭게 캐스팅해 지난해 7월 첫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들의 이름과 함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2002년 당시 9시 뉴스를 통해 실제 방송되었던 윤영하 대위의 인터뷰 장면이다.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기 전, 월드컵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저희 해군이 이번 월드컵 경기를 대비해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듯이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훌륭히 치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한 윤영하 대위의 생전 모습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참수리 357호 생존대원들이 그날의 기억에 대해 생생하게 전한 인터뷰는 진한 여운을 더해준다.
실제 해군들도 착각할 만큼 완벽 리얼리티
김학순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리얼리티’를 꼽았다. 실제 사건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영화 ‘연평해전’은 실화 소재의 영화답게 당시 희생자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30분에 달하는 교전 역시 실제와 비슷한 분량으로 담았다. 김무열은 원칙주의 리더 정장 윤영하 대위 역을, 진구는 누구보다 헌신적인 조타장 한상국 하사 역을 연기했으며, 이현우는 따뜻한 배려심을 지닌 의무병 박동혁 상병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육군의 군복에 비해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해군의 군복은 계급과 근무지에 따라 각각 종류가 다르다. ‘연평해전’에서는 하정복부터 고속정복까지 다양한 종류의 해군 군복이 총망라됐으며, 계급별로 상이한 군복의 차이점도 엿볼 수 있다. 제작진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였으며, 디자인과 실용성까지 고려해 군복을 직접 제작하는 정성을 들였다. 특히, 제작진은 해상의 실제 고속정 촬영은 물론, 전투 당시 내부 상황을 리얼하게 담아내기 위해 3차원 광대역 스캐너라는 첨단 장비까지 동원, 실제 크기와 같은 고속정을 제작해 사실감을 높였다. 3D로 제작된 마지막 해상 전투 장면에서는 21세기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 총동원됐다. 해군은 군복 공포탄은 물론 고속정 초계함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군 잠수부대를 다뤘던 영화 ‘블루’(2002년)와 독도를 두고 한일 해군이 대치한 장면이 포함됐던 영화 ‘한반도’(2006년)에 이어 해군이 지원에 나선 것은 ‘연평해전’이 세 번째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해상 전투 장면에서는 해군 함정과 전투기, 링스헬기까지 동원, 바다와 하늘을 넘나들며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그려냈다. 항공 촬영과 해상 촬영뿐만 아니라 영화의 엔딩 장면인 침몰된 참수리 357호의 인양 장면을 위해 울진 앞바다에서 수중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제 참수리 357호 고속정이 가라앉았던 바다의 깊이와 유사한 20m 수면 아래에서 각종 특수장비가 동원돼 촬영된 이 장면은 잠수부들이 직접 잠수를 해서 촬영해야 하는 만큼 가용 시간도 적고 위험도도 높은 장면이었지만 철저한 준비 덕분에 훌륭하게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 실제 고속정 |
#.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인터뷰
Q. 작품 선택 계기는?
- 해군 출신으로 오랜 시간 동안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제2연평해전’을 접하게 되면서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여러 자료를 찾던 중 남편과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보면서 나 또한 한없이 슬픔을 느꼈다. 나의 일인 것처럼 굉장히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영화화를 결심했. 30분간의 전투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 등에 대한 생각이 더 깊었기 때문에 그곳에 포커스를 둘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어 그런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정과 사랑, 관심 등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 같이 소중하게 간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이 했던 것 같다.
Q. 주연배우 김무열, 진구, 이현우에 대해 말해 달라.
- 세 명의 배우를 만난 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살아있는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다행이었다. 김무열은 시나리오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모습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팔색조처럼 완벽하게 연기해줬다. 진구는 한순간, 한순간 연기를 하면서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다른 배우들을 배려할 줄 안다. ‘한상국’ 역할은 삶의 아픔도 있고 인간적인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 것들을 완벽하게 소화해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현우씨 나이에 비해 연기가 성숙하단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작품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큰 배우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Q. 크라우드 펀딩 과정이 궁금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첫날, 한 고등학생이 후원을 한다고 5천원 상품권을 보내왔다. 상품권은 그 학생한테 책을 살 수도 있고 살 것이 많을 텐데 무엇을 알고서 영화에 대해 후원을 한다고 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날 온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어느 날은 묵직한 돼지 저금통이 전달됐는데, 경기도 어느 시골에 있는 농부 가족이 함께 모은 돈을 영화에 후원해 주시겠다고 보낸 것이었다. 또 언젠가는 천안함 사건 때 아들을 잃으신 어머니께서 정부 보상금을 받으신 것에 일부를 후원 하신 적도 있으셨고, 군대에 있는 친동생이 생각나서 후원을 하겠다는 여성분도 있었다. 이렇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후원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책임감이 생기고, 이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사실 이 영화를 완성하는 동안 그분들이 영화를 끝까지 완성시키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힘, 에너지가 됐다.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 작품을 통해 나라를 위해 희생되었던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함께 공감되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느꼈던 진심과 열정이 관객들에게 다가가서 희생되었던 분들을 기억하고, 함께 고마움을 느끼시길 기대한다. NM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