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 완화 및 금리 하향 조정으로 대출 수요 늘어나
지난 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에서 주택구입자금 목적으로 취급된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정책대출 비중은 36.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54.6%로 정점을 찍은 이후 1월(44%)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황태희 기자 hth@
5대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보다 약 3조 4,000억 원 증가한 583조 3,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일반적으로 2월은 가계대출 비수기로 분류된다. 부동산 시장의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1월 가계대출 잔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것도 이러한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잇달아 인하
올해 2월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금리가 하향 조정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2%대로 내려가면서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잇달아 인하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1월 말 4.2996.45%에서 2월 초 4.176.40%로 하단 기준 0.129%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출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특히 서울 송파구,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의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상승해 전주(0.1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송파구는 0.68% 급등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대출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3월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3%포인트 추가 인하했고, 하나은행은 3월10일부터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 역시 2월 말 주담대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조정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요구와 대출 금리 인하 압박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유럽중앙은행, 5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하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섯 차례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무역전쟁과 국방 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4월에는 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3월6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에서 예금금리를 기존 2.75%에서 2.50%로, 기준금리를 2.90%에서 2.65%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한계대출금리도 3.15%에서 2.90%로 인하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 간 금리 차는 1.75~2.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ECB는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제 활동 부진에 따라 금리를 낮췄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성명서에서 사용했던 ‘여전히 제약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는 ECB가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ECB는 지난해 6월, 1년 11개월 만에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피벗(pivot)’을 단행한 이후 지금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예금금리를 4.00%에서 2.50%까지 점진적으로 낮춰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추가 인하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되었다. ECB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수출 감소 및 투자 둔화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해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4%에서 1.2%로 낮췄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를 유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해 “경제 데이터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추가로 인하할 것이지만, 반대로 금리 동결이 더 적절하다는 신호가 나오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CB 내부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DW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울리케 카스텐스는 “유로존의 성장세가 점차 살아나고 있으며, 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면서 “이 모든 요소가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ECB가 4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금리를 다시 인하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동결할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美 Fed, 금리 인하 속도 예상보다 빨라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1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연준의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와 연계된 옵션 가격이 올 연말까지 연준이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약 80bp(1bp=0.01%포인트) 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전주 60bp 인하 전망에서 상승한 수치다. 다만, 시장은 오는 6월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조만간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75bp 인하될 확률은 34.7% 로, 전주(11.7%)보다 크게 상승했다. 반면 50bp 인하될 확률은 28.1% 로, 전주(28.6%)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금리 인하 기대 심리는 12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상승 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책 결정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7일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에서 “우리는 급할 필요가 없으며, 정책 변화의 영향이 더욱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무역, 이민, 재정정책, 규제 등 4개 핵심 분야에서의 정책 변화가 경제 및 통화정책에 미치는 순효과(Net Effect)를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 정책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경제 전망이 변화함에 따라 중요한 신호와 일시적인 변동(Noise)을 구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관세 전쟁과 경기 둔화에 대응해 빠르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파월 의장의 신중한 기조에 따라 시간을 두고 정책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월 금융권 가계대출, 4조원 넘게 증가
지난 2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주택 거래 회복과 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아 4조 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3월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672조 원으로, 전월보다 4조 3,000억 원 늘어났다. 이는 1월 10개월 만에 9,000억 원 감소했던 흐름이 한 달 만에 반전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3조 3,000억 원, 2금융권에서는 1조 원이 각각 증가했으며, 특히 2금융권 내 상호금융권의 증가 폭이 8,000억 원으로 두드러졌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5조 원 증가해 전월 3조 2,000억 원보다 확대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6,000억 원 감소했지만 1월 4조 1,000억 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됐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43조 7,000억 원으로, 1월보다 3조 3,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조 5,000억 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000억 원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주요 원인은 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거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역전세 현상이 해소되면서 전세자금 대출이 1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또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도 대출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2월에는 작년 말 3,000가구 수준이었던 거래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용대출 등의 경우 1월 설 상여금 유입 효과가 사라지면서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1월에는 2조 1,000억 원이 감소했지만, 2월에는 2,000억 원 감소에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인하하면서, 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가계 차입 비용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편, 기업 대출도 2월 한 달 동안 3조 5,000억 원 증가해 총 잔액이 1,326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1월 7조 8,000억 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축소됐다. 대기업 대출은 4,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3조 1,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4,000억 원 늘어났다. 은행권의 자금 흐름도 변화가 있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기업의 결제성 자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집행 대기 자금이 유입되면서 1월 32조 3,000억 원 감소에서 2월 10조 원 증가로 전환됐다. 또한, 정기예금도 16조 원 증가하며, 일부 은행의 규제비율 관리와 지자체의 자금 운용 영향이 반영되었다. 자산운용사의 자금 유입도 이어졌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2월 자산운용사 수신은 39조 3,000억 원 증가해 전월 38조 1,000억 원 증가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다소 둔화되었으며, 대기업 대출의 경우 1월 일시적으로 늘었던 운전자금이 상환되면서 증가세가 축소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출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