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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평론] 음악 동인 예우회의 ‘전설을 노래하다’ 음반을 듣다[2]

기사승인 2024.06.11  13: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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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우회/전설을 노래하다’ 음반.

K-Pop의 원류, 미8군쇼 & 그룹사운드 1세대들이 함께 한 
‘전설을 노래하다’

K팝의 원류로 평가받는 '미8군쇼 & 그룹사운드' 1세대가 주축이 된 음악 동인 '예우회'가 두 장의 CD로 구성된 새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를 발표했다.

첫 번째 음반엔 레전드들이 새롭게 발표하는 신곡들이 수록되었다. 윤항기, 쟈니리, 김선, 김광정, 차도균, 김준, 장우, 임희숙, 김혜정, 유현상 등 우리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들의 신곡 12곡이 실렸다. 기타리스트 김홍탁은 김선·오영숙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김홍탁 트리오'로 함께 했다.

리메이크 음반인 두 번째 CD에는 '서풍이 부는 날'의 장미화, '인생 열차'의 옥희, '달빛 창가에서'의 박일서, '오라리오'의 김훈 등도 참여했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이끌던 전설들이 함께 뜻을 모아 다양한 목소리로 신곡을 들려주는 작업은 이 음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미8군쇼 & 그룹사운드' 1세대들이 뜻을 모아 만든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를 만나본다. 그 두 번째.

글l박성서(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 ‘예우회/전설을 노래하다’ 음반에 참여한 전설들, 가수 윤항기, 장미화, 유현상, 옥희.

평균 연령 80세, 그룹사운드 1세대 전설 18인이 참여하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한 시대를 이끌던 전설들이 함께 뜻을 모아 다양한 목소리로 신곡을 들려주는 것은 이 음반 ‘전설을 노래하다’가 최초일 것이다. 예우회의 원로 18인이 음반에 참여했다.

그런 만큼 제작 기간도 길었다. 선곡부터 연습, 취입까지 무려 1년 이상이 꼬박 걸렸다. 

음반 제작의 총진행을 맡은 작사가 지명길씨는 ‘시간상, 건강상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갖가지 사유로 멤버 전체가 다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무엇보다 고령에 편치 않은 건강 상태에도 한여름, 한겨울을 연습과 녹음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열정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음반에서 밝혔다.

어쩌면 가수 생활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음반이기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설을 노래하다’ 음반을 만나본다.

통금 시대의 사랑과 추억, 김혜정의 ‘모란모란’

지난 호에 소개했던 운항기 ‘인생’, 임희숙 ‘사랑의 순례자’, 유현상‘단골집’, 김홍탁트리오 ‘웃어보는 시간’에 이어지는 노래는 김혜정의 ‘모란모란’이다. 노래 제목인 ‘모란모란’은 지나간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상황을 의태어로 묘사한 시적 표현이다.

가수 김혜정은 1971년 미8군쇼에서 여성그룹 ‘딩어링’ 리드 보컬로 활동 시작, 1976년 그룹 ‘검은 나비’를 거쳐 1978년 ‘못 잊어’를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 8인조 ‘김혜정과 검은 장미/그대 보낼 수가 없어’ 독집 음반 출반. 이후 ‘당신이 없는 빈자리(2010년)’, ‘그 사람(2022년)’ 등을 발표했다.

이번에 취입한 ‘모란모란’은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김기표 편곡으로 통금이 있던 시대, 젊은 날의 설레던 사랑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2008년 작곡가 김희갑 선생으로부터 받은 노래다. 백 보컬을 담당한 이는 그룹 ‘검은 나비’의 기타리스트 윤신호씨, 김혜정씨의 부군이다.

‘불현듯이 다가선다 흘러버린 세월 저쪽/한달음에 내딛던 설레던 걸음 그 발자국/쓸쓸한 바람 허허로와 대문 밖을 나서 보면/꿈같은 사랑 지난 추억 물안개처럼 모란 모란/통금 사이렌 신촌 뒷골목 밀고 당기던 문전 승강이/날배추 같은 아린 입 맞춤 꽃잎 버는 소리/사랑 때문에 살 수도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유치할 때도 많았지만 아– 다시 한번/그 사랑에 빠지고 싶어. -모란 모란(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김기표 편곡, 김혜정 노래)’

▲ (위) 가수 김혜정과 ‘김혜정과 검은 장미/그대 보낼 수가 없어(1980년)’ 음반. (아래) 황규현과 대표곡인 ‘애원(1970년)’ 음반.

35년 만의 취입, 황규현의 ‘이별에 대하여’

이어지는 노래는 황규현의 ‘이별에 대하여’다. 가수 황규현은 1967년 이승재. 조경수와 ‘포가이스(Four guys)’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조동진, 이태원, 전언수 등과 7인조 그룹 ‘쉐그린’을 결성해 활동했다. 1970년 대표곡인 ‘애원’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황규현과 플레이보이’, ‘황규현과 vips, ‘황규현 밴드’ 등으로 활동하며 총 여섯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누구일까(1971년)’, ‘사랑해 놓고(1986년)’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음반을 취입했던 때는 ‘민영후’라는 이름으로 취입한 1989년. 이 음반 발표 이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35년만의 취입인 셈이다.

‘보는 곳이 같아도 가는 곳이 다르니 이별이구나/함께 있어 울기보다는 헤어져서 웃을 수 있다면/이미 어긋나 버린 사연을 묻지 말고 그냥 떠나자/그 무슨 아픔이 사랑의 기억만큼 아플까/가는 길을 막아선들 사랑이 돌아설 수 있을까/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서 돌아보는 마음/잊어질까 잊혀질까 하면서 돌아보는 이별/둘이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으니 이별이구나/아쉬움에 울기보다는 추억으로 빛날 수 있도록/이미 조각나 버린 사랑들 별빛처럼 두고 떠나자. -이별에 대하여(지명길 작사, 정경천 작곡, 김기표 편곡, 황규현 노래)’

이 노래는 ‘전설을 노래하다’ 음반 중 가장 늦게 취입한 곡이다. “이상하게 감기를 오래 앓았어요.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제작 일자에 i겨 막바지에 녹음하게 되었죠. 취입 전날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하루만 연기하자니까 죽어도 안 된대. 그렇게 강행하다보니 연습한 대로 감정을 제대로 넣을 상황이 못 되고 나름 무척 아쉽죠. 가사와 멜로디는 물론 편곡도 무척 좋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녹음하고 싶은 노래입니다.” 황규현씨의 말이다.

‘가는 세월’의 후속작 ‘오는 세월’의 김광정

김광정의 ‘오는 세월’은 1977년에 발표된 ‘가는 세월’의 후속작이다.

“사람들에게 ’가는 세월‘의 작곡가라고 소개하면 의례 ’그럼 오는 세월은요?‘ 하고 반문하는 것에 착안해 ’오는 세월‘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김광정씨의 말이다. 틈틈이 악상을 다듬어 오다가 ’가는 세월‘ 발표 이후 47년 만에 완성한 노래다.

’아까운 내 청춘을 그 누가 잡을까요/청춘아 내 사랑아 가는 길이 허무하구나/꿈같은 내 인생은 어디로 가려나/저기 오는 세월 속에 나를 지나가려무나/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나온 인생인데/오는 세월 피할 길이 막막하구나/청춘아 내 사랑아 오려거든 같이 가보자. –오는 세월(김광정 작사·작곡·노래, 김기표 편곡)’

김광정은 1959년, KPK쇼단에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 이후 뉴요커쇼, 베니쇼, 탑드로우쇼 등 미8군쇼단에서 활동했다. 1962년 그룹사운드 ‘롤링식스’, 1972년 ‘수퍼스타’, 1973년 ‘키브라더스’ 등을 거쳤다. 1977년 ‘가는 세월’, ‘꿈길에서’를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우리나라 미8군쇼와 그룹사운드 1세대 모임인 예우회 초대 회장을 맡아 17년간 이끌어왔다.

▲ (위) 김광정과 독집 음반 ‘가는 세월(1977년)’. (아래) 쟈니리와 데뷔 음반, 영화 주제가 ‘청춘 대학(1966년)’ 음반,

자신의 삶을 노래하다, 쟈니리의 ‘쟈니 블루스’

쟈니리의 ‘쟈니 블루스(이사벨 작사, 이유희·오현경 작곡)’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노래다. 

“쟈니리 선생님의 삶을 노래에 담고 싶었어요. 우연히 선생님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전쟁고아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갖가지 역경, 그리고 암 투병과 부인의 내조,,, 등등. 작곡하는 후배들과 함께 그 파란만장했던 음악 인생을 노래에 담아 드리고 싶었어요. 일종의 헌정곡인 셈이죠. 음역대에 맞춰 리듬 앤 블루스곡으로 만들었죠. 오로지 쟈니리 선생님만을 위한 노래입니다.” 작사가 이사벨씨의 말이다. 작곡은 유재하가요제를 통해 등장한 작곡가 이유희, 그리고 편곡은 오현경이 맡았다.

‘내 인생이 흘러간다 저 구름이 흘러가는 대로/붉게 물든 저 강물도 바람 따라 흘러 흘러가네/하루해가 내려앉은 거리에서 뒤를 돌아보니/붉게 물든 저 노을은 내 모습 너무나 닮았구나/내 삶의 언저리 어디선가 내가 만났던 그 몹쓸 날들이/나를 또다시 아프게 했었지만/다시 일어나 또 일어나 걸었네/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무대의 주인공/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멋지게 노래하리/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멋지게 노래하리. -쟈니 블루스(이사벨 작사, 이유희·오현경 작·편곡, 쟈니리 노래)’

가수 쟈니리는 1958년 미8군 쇼단체 ‘슈플라이(shoe fly)’에서 들어간 뒤 1959년 쇼단 '쇼보트’로 옮겨 활동을 시작, 1966년 영화 ‘청춘 대학’에 출연, 삽입곡들을 부르며 데뷔했다. ‘뜨거운 안녕’, ‘내일은 해가 뜬다(사노라면)’. ‘통금 오 분 전’ 등 대표곡을 비롯해 2021년 ‘바보 사랑’을 발표하며 활동해 오고 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라고 털어놓는 쟈니리, ‘내 평생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고 강조한다.

“멜로디도 가사도 내게 딱 맞아요.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 ‘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가사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며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중간에 ‘하이’가 두 번 정도 올라가는데 그때마다 중간 박수 나온다.”고.

“앞으로 이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다니려고 해요. 대중들로부터 히트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내 노래니까 내가 열심히 부르고 다녀야겠죠.”

지나간 사랑을 회고하는 중년의 러브 스토리, 차도균의 ‘사랑 그리고 이별’

차도균의 ‘사랑 그리고 이별’은 탱고 리듬의 곡이다. 10여 년 전에 직접 작사, 작곡해 만든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기타리스트 차승우를 만나 이 노래를 주었어요. 취입하겠다고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이번에 제가 직접 취입하게 되었죠. 특히 김기표씨가 편곡을 아주 잘했어요.” 차승우는 차도균의 사촌인 가수 차중광(차중락의 동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찬바람에 낙엽은 지고 푸르던 날 젊은 날도/이제는 다시 못 올 추억이 되버렸네/텅 빈 내 가슴속엔 그리움만 남겨두고/나에겐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이별/찬바람에 마른 잎 지고 푸르던 잎 입맞춤도/우리 사랑 낙엽되어 흩어져 사라지고/아 – 아 내 가슴속엔 그리움만 더해 가고/슬피 우는 풀벌레 소리 사랑 그리고 이별. -사랑 그리고 이별(차도균 작사, 작곡 노래)’

차도균은 1961년 KBS 톱싱거(어) 경연대회에 입상하며 활동을 시작해 1962년 손석우 작곡의 ‘타고난 팔자’로 데뷔했다. 그룹사운드 키보이스(1964년~), 가이즈앤돌스(Guys & Dolls, 1966년~)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1969년 ‘꽃잎에 새긴 사랑’을 발표했다. 또한 1969년부터 남성 4인조 프로젝트 그룹 ‘포다이나믹스(Four Dynamics, 박상규, 장우, 김준, 차도균)’로 활동했다.

▲ 가수 김준과 데뷔 음반 ‘김준과 Top Song’. 그리고 차도균과 음반 ‘꽃잎에 새긴 사랑’.


김준 자작곡 ‘당신이면 좋아요’

우리나라 1세대 재즈 아티스트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1천여 곡이 넘는 노래를 작곡, 창작활동과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재즈 보컬 김준, 그가 예우회 음반을 통해 발표한 노래는 자작곡인 ‘당신이면 좋아요’다. 1985년 패티김에 의해 발표되었던 노래를 재즈로 편곡, 자신이 직접 불렀다. 노랫말 그대로 사랑을 그린 노래다.

‘1. 그렇게도 기다리던 사랑이 바로 당신이군요/그렇지만 나는 좋아 당신이 아무 말 안 해도/애타도록 기다리던 사랑이 바로 당신이군요/지난 세월 생각하면 무얼 해 당신이 있는데/사랑이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은/당신이면 나는 좋아 너무 좋아요 음-/인생이란 꿈을 꾸는 나그네 기다리는 나그네/잘 생겨도 못 생겨도 좋아요 사랑이 제일이니까.

2. 그렇게도 기다리던 사랑이 바로 당신이군요/그렇지만 나는 좋아 당신이 아무 말 안 해도/애타도록 기다리던 사랑이 바로 당신이군요/지난 추억 생각하면 무얼 해 내일이 있는데/행복이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은/당신이면 나는 좋아 너무 좋아요 음-/인생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잘 살아도 못 살아도 좋아요 사랑이 제일이니까. –당신이면 좋아요(김준 작사, 작곡, 노래)’

김준은 1961년, 예그린 합창단에서 활동을 시작, 62년 남성 4중창단 쟈니브라더스를 거쳐 69년 독집 음반 ‘김준과 톱송(Top Song)’을 발표했다. 대표곡으로는 ‘빨간 마후라(쟈니브라더스)’. ‘휘파람 하이킹(김준)’. 그리고 ‘내 마음은 풍선(장미화)’, ‘사랑하니까(패티김)’, ‘청바지 아가씨(박상민)’ 등을 작사, 작곡했다. 

이어지는 곡은 한때 우리나라에서 ’언체인드 멜로디‘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로 평가받았던 김선의 신곡 ‘청춘의 조건’, 그리고 신곡 CD의 마지막에 수록된 노래는 장우의 ’사랑은 운명‘이다. 가수 장우는 이 음반이 발표된 이틀 뒤 안타깝게도 별세했다. 마지막 숨을 토해낸 유작인 셈이다. 계속해서 이 노래들을 만나본다. (계속) NM

▲ ‘예우회/전설을 노래하다’ 음반에 참여한 ‘김홍탁트리오’의 김홍탁·김선·오영숙. 그리고 가수 임희숙.

 

박성서 webmaster@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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