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식량 위기는 ‘심각’수준으로 급상됐다. 그 원인은 기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상황에서 점차 더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과 내분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식량 공급시스템이 불안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정아 기자 kja@
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 데이터 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최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평균 19.5%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가운데 80% 이상이 외국산인 셈이다.
전국 최초로 율무의 간척지 실증 재배에 성공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5~2017년 평균 23%였던 것이 평균 20%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우리와 반대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에서 소비되는 곡물을 직접 생산하며 식량안보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OECD국가의 평균 자급률은 100.3%다. 호주가 327.9%로 가장 높았고, 캐나다 173.3%, 미국이 121.3%였다. 심지어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도 27.7%에 그쳤지만 우리보다는 높았다. 한국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권길환 (주)산막영농조합법인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 권길환 대표 |
전국 최초로 간척지에 대표 밭작물인 율무의 실증 재배에 성공한 권길환 대표는 “침수와 염분 피해 등으로 벼 외에 작물 재배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간척지에서 1주일에 3~4번 물 걸러대기를 통해 염도를 낮추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율무 재배에 성공했다”면서 “지난해부터는 율무 모를 벼처럼 육묘해 이식기로 옮겨 심은 결과 뿌리 활착이 좋고 생육이 빨라 밭 재배의 80% 수준까지 수확량이 늘어난 것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율무에는 코익세놀라이드와 식이섬유, 비타민, 단백질을 비롯해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히스티틴, 아르기닌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코익세놀라이드는 면역을 증진하고 항암‧항염 작용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 세포 재생을 촉진한다. 무엇보다 피지 분비를 조절해 여드름과 피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율무는 피부도 환하게 한다. 율무에 들어 있는 풍부한 비타민이 색소 침착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율무는 대표적인 밭작물로, 전남도와 농업 전문기관에서 염도가 0.2% 이상으로 높고 물 빠짐이 좋지 않은 간척지에서는 사실상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실제로 해안 주변 바다와 갯벌을 땅으로 개발한 간척지의 지하수에는 바닷물의 염분이 남아 있어 농작물이 자라는 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지대가 낮기 때문에 지하수가 지면 위로 잘 올라와서 농업용 간척지는 물을 대 작물을 키우는 논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권길환 대표의 간척지 율무 재배의 성공이 그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산막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와 3ha 포함해서 총 15ha 간척지에 율무를 재배했다. 해남군은 올해까지 권길환 대표와 함께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재배면적 10a 기준 평균 수확량이 200kg에 도달하면 농가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권길환 대표는 “간척지 율무 재배가 보급되면 농가 소득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 농업 기술 전파하며 농가들의 구심점 역할 수행
농림축산식품부가 문대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 사료용 수요를 제외한 쌀의 식량자급률은 104.8%에 달했지만, 밀은 1.3%에 그쳤다. 한국경제인연합회 또한 2023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밀의 수입의존도를 99.2%로 전망했다. 율무의 간척지 재배와 함께 일찍부터 친환경 우리밀 재배에도 심혈을 기울여 온 권길환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30여 년 전 우리밀의 가치를 깨닫고 해남군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우리밀을 재배해온 권 대표는 밀 파종·재배법에 대해 연구하며 우리밀 품질 제고, 재배 면적 확대, 영농 선진화, 밀 소비량·자급률 향상, 수요 확대, 소득 증대에 앞장서왔다.
영농 후계자 교육과 우리밀 생산 단지 경영체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선진 농업 기술을 전파하면서 우리밀 생산 농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 중인 그는 현재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해남군연합회 정책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의 발전을 위해 농민들의 권익보호와 농업현장의 목소리가 농정시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 대표는 대통령 표창에 이어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권길환 대표는 “율무 재배 토양 관리, 병해충 방제 등 표준화된 율무 재배 영농 기술을 확립해 농가에 이를 보급할 계획이다”면서 “농업 경영 안정화, 우리밀/율무 생산성 향상 및 농가 소득 증진, 율무와 기타 작물 판로 확충에 최선을 다하면서 해남군 농업 발전, 지역사회 상생을 뒷받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
이정아 기자 kja@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