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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는 곧 인생이자 수행이며 기도다”

기사승인 2021.05.07  0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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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표현 방식은 말, 글, 행동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 여러 표현 방식은 각기 다양한 예술로 승화되었으며, 내포된 의미 전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결합시킨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도 갖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자기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를 전달하며, 그 안에 깃든 최고의 감성을 전하는 것, 이것이 예술이다.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과 고뇌를 겪은 후 탄생한 작품은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서예로 느림의 미학 실천하며 현대인에 울림 선사
“서예는 곧 인생이자 수행이며 기도다.” 동국사포교원의 주지 문진스님의 행보가 화제다. 서울 강북구에 소재한 동국사포교원은 신도들이 곧 가족이라는 문진스님의 불교 철학 아래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 사찰로 지난 10여 년 동안 수행기도도량으로서 작지만 옹골차게 내실을 다져왔다. 이곳의 주지인 문진스님은 서예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판본체, 궁체, 궁체흘림, 고문, 고문흘림 등 다양한 필체를 구사하는 문진스님은 최근 캘리그라피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서예에 퓨전을 가미한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문진 스님

문진스님은 “불교에 귀의한 후 스님으로 생활하며 불교와 서예가 많이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작품에는 자신의 내면세계가 투영되기 때문에 마음가짐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하며 마음과 생각이 올바르게 갖춰져야 그 빛에 보이는 것이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예는 그 어떤 예술보다 재주보다 노력이 중요한 장르로, 재질과 기질, 인내심 등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진해야 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서예는 쓰는 사람의 마음의 덕행과 사상에 근원하는 정신 함양의 예술이라 말하며 세상사 모든 것을 자신의 내면의 문제라는 깨달음에 스스로를 깨우치고 한 획에 담아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10여 년간 서예에 정진하며 수행해온 문진스님도 “붓을 드는 순간 스스로의 수행 정진의 시간으로 접어들게 된다”며 “이는 바로 자신을 뒤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붓을 놓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가만히 글씨를 쓰는 것처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서예가 고루하다는 것은 옛 말이다. 전통 속에서 찾는 현대의 미는 그 어떤 화려한 것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문진스님이 불자들에게 서예를 통한 불교수행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문진스님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은 하루 24시간을 매우 바쁘게 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서예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자기 성찰의 기회다. 마음을 비우고 잡념 없이 붓 끝에 집중할 때면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예는 불교의 참선과도 같다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때마다 큰 기쁨을 느낀다는 문진스님은 평소에도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를 생활화했고, 불교에 입문한 후로도 경전을 보며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한 덕분에 학문적 식견도 상당 수준에 올랐다. 이제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서예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문진스님은 “서예는 선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한 장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온 정성과 집중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선묵일여(禪墨一如)라는 말처럼 불교의 참선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손글씨를 거의 쓰지 않고 디지털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서예교육은 분명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계승해 나가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하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식 과목으로 인정되어 학교에서 가르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집중력 향상과 더불어 인내심 그리고 정서함양 등 순기능적 역할이 커서 아주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무슨 일이든 배우고 집중하는 시간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거기에 정진해야 한다”며 “처음엔 힘들지만 조금씩 뜻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근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갖추길 바란다”고 전했다. NM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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