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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기사승인 2020.07.06  23: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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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집회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양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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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플로이드가 물리적으로 저항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한 목격자가 공개한 영상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던 플로이드가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끝내 숨을 거두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약 10분 길이의 이 영상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경찰권 축소’라는 근본적 문제제기로 확대
미국에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동영상이 공개된 뒤 지난 5월25일부터 경찰 폭력에 대한 반대·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미국 내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와 경찰 폭력 문제를 건들이며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됐다. 초기 성난 시위대가 방화, 약탈 등 과격 시위를 하며 유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평화 행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가 격화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평화 시위대에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해 논란이 일었으며, 시위대를 급진좌파로 몰아세우며 군 동원까지 시도해 친정인 공화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까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 때 백악관 벙커에 피신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소 대상이 되기도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한국과 영국 등 많은 국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기리며 거리로 나섰다. 미국 내에선 워싱턴DC가 백악관 앞 중앙도로 이름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바꾸고 글자를 새겼다. 버지니아 리치먼드 등이 과거 흑인노예를 정당화했던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뉴욕시, 로스앤젤레스 등은 경찰 예산 삭감 및 조직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제도적인 인종차별 금지와 경찰 과잉 무력 사용 등에 제동을 거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경찰 예산 끊어라(Defund the police)”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와 함께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시위의 핵심 구호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호를 극좌파의 ‘경찰 폐지’ 운동으로 규정하며 시위대에 역공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7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 제압으로 숨진 뒤 미국 내에서 경찰 예산을 삭감하거나 경찰 조직을 해체한 후 재정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인종차별적 법 집행에 대한 항의가 미국 경찰권 축소라는 근본적 문제제기로 확대된 것이다.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광장 앞 대로에는 전날 밤 노란색 페인트로 ‘경찰 예산 끊어라’ 구호가 새겨졌다. 시민단체 ‘BLM DC’ 소속 활동가들이 BLM 문구가 새겨진 곳에서 3m 떨어진 곳에 이 문구를 더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시위대는 정치인들의 경찰 개혁 약속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 문구를 새겨넣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경찰의 1년 예산은 1000억 달러(약 120조원)에 육박한다. 뉴욕시경찰(NYPD) 예산만 봐도 60억 달러(약 7조2000억원)로 웬만한 국가 예산 규모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해 경찰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비판이 이전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볼 수 있듯 흑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을 공공안전의 수호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위협자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CNN은 6월8일 데이터 비교를 통해 미국 경찰의 폭력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심각하다고 전했다. 미 법무부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1348명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기간 영국에서는 경찰 체포 과정에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부 지방정부는 시위대의 경찰 개혁 요구에 화답하고 나섰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의원 13명 중 9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경찰청 해체와 경찰 예산 지원 중단·삭감을 추진하겠다”며 “우리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지켜줄 새로운 공공안전 모델을 재건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뉴욕경찰 예산을 삭감해 이 중 일부를 청년 서비스와 사회복지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LA) 시장도 최대 1억5000만 달러의 경찰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 예산 지원 중단 움직임을 법과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반격을 시도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졸린 조 바이든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은 경찰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길 원한다”며 “나는 훌륭하고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 나는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민주당 인사들이 범죄에 미온적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해 트럼프가 시위대의 구호를 악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릭스 비탈레 브루클린대 사회학 교수는 ‘경찰 예산 끊어라’ 구호에 대해 “누군가 스위치를 누르면 경찰이 사라지는 상황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경찰의 역할을 다시 정비하자는 얘기”라고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인종차별 외면해선 안 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6월9일 “인종차별은 조직적인 학대”라며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영상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기리며 이 같이 말했다. 장례식은 플로이드의 제2의 고향인 텍사스 휴스턴의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찬양의 샘) 교회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의 영혼을 찌르는 인종차별, 여전히 미국인의 삶을 괴롭히는 조직적인 학대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의 순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많은 흑인 아이들이 대를 이어 물어봐야 했던 ‘왜인가요?’ ‘아빠는 떠났나요?’라는 질문을, 이젠 어떤 아이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플로이드의 6살 딸 지아나를 위로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플로이드 추도식을 주관했던 알 샤프턴 목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었다. 범죄였다”며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누군가 목숨을 앗아간 비용을 지불할 때까진 플로이드와 같은 이들의 생명은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4명의 흑인 경찰이 1명의 백인에게 같은 짓을 했다면 그 흑인 경찰들은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프턴 목사는 이어 “우리가 정의를 얻을 때까지 그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계속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플로이드 당신의 이름을 걸고 행진하고 있다. 당신은 남아프리카, 영국을, 세상을 감동시켰다”며 “오늘 당신은 영면에 들어가지만, 그 운동은 우리가 정의를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로이드, 미국은 당신의 이름을 항상 기억할 것이다. 당신의 목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목이었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을 비롯해 휴스턴을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의 알렉산더 그린 연방 하원의원, 실라 잭슨 리 연방 하원의원 등도 참석해 추모 발언을 이어갔다.

휴스턴 크로니클에 따르면, 터너 시장은 “플로이드 이름이 남아프리카, 캐나다, 나이로비, 베를린, 한국, 유럽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조차 할 수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플로이드의 죄는 흑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게 유일한 범죄였다”며 슬픔을 표했다. 그는 추모사 도중 미국 국기가 담긴 상자를 들고 “미국은 플로이드를 존중해야 한다”며 그게 미국 국기가 날리는 이유라고도 발언했다. 그린 의원은 “플로이드는 세상을 바꿨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결의안을 만들어 의회에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잭슨 리 의원은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의 정의를 다시 세우게 했다며 “더 이상 8분46초의 불의와 아프리카 미국인에 대한 학대는 이 나라 어디, 그리고 누구에게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의가 없는, 고통에 휩싸인 8분46초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고 했다. 8분46초는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던 시간이다. 장례식이 끝난 후 플로이드의 유해는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휴스턴 외곽 메모리얼 가든 묘지로 옮겨졌다. 플로이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옆에 안장됐다.

실리콘밸리 IT 기업들, 인종차별 반대 동참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종차별을 없애려는 취지의 투자책을 내놓고 있다. 거대 IT기업들은 인종차별 반대 기금을 따로 조성하고, 흑인 크리에이터의 창작을 지원한다. 얼굴인식기술은 ‘인종차별적’이어서 쓰지 않겠다고 한다. 게임에서는 인종차별적이거나 문화적으로 불쾌하다고 여겨지는 캐릭터를 삭제한다. 지난 6월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유색인종의 기회 확대를 목표로 교육·경제적 평등·범죄 정의 구현 사업에 투자하는 ‘인종-정의 이니셔티브’에 1억달러(1209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상황은 바뀌어야 하며 애플은 그런 변화를 위한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애플의 ‘인종 정의 이니셔티브’는 애플의 환경정책사회사업 담당 부사장 리사 잭슨이 주도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환경보호청장이었다가 2013년 애플에 입사한 잭슨은 애플의 고위임원 중 유일한 흑인이다. 쿡 CEO는 구체적으로 흑인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 지원을 늘리고 사법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비영리 단체에도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흑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캠프를 만들고 흑인이 소유한 공급업체와 더 많은 관계를 맺겠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직원 1명이 인권단체에 기부할 때마다 회사 차원에서 2명에 해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은 같은날 “유튜브에서 흑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1억달러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6월13일 라이브 이벤트 ‘Bear Witness, Take Action’(증언하고, 행동하라)을 연다. 미국 인종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제작자와 활동가, 교육자와 예술가를 모으는 특별 라이브 이벤트다. 유튜브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6월 한달간 인종 정의, 평등을 다룬 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직원이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에 맞춰 최대 1만달러(약 1200만원)까지 더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최근 대문 화면에 “우리는 인종 평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는 내용과 조의를 표하는 검은 리본 그림을 올렸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 화면을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분노와 애통함,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마존, IBM와 연대해 얼굴인식기술을 경찰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면인식 기술은 인종·나이 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왔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안면인식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더는 개발·배포하지 않겠다”면서 “시민을 감시하고 인종을 분류하는 목적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난감 제조회사 하스브로는 ‘매직: 더 개더링’이라는 인기 게임에서 인종차별주의적이거나 문화적으로 불쾌하다고 여겨지는 몇 개의 카드를 삭제했다. 뾰족한 두건을 쓴 인물들을 묘사한 카드도 이번에 삭제됐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와 함께 “아마존은 흑인 사회와 연대한다”며 인종차별 반대 공개 지지에 나섰다. 제프 베이조스 CEO는 지난 5월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흑인 인권 문제 전문기자인 세네카 골딩의 에세이를 추천하며 “인종차별과 폭력 때문에 유발되는 고통과 감정적 트라우마는 흑인 사회에서 목격된지 오래됐다”며 “특히 당신이 리더라면 이 강력한 에세이를 잠시 읽어보길 추천한다”고 권했다.

인종차별의 상징 남부연합기, 군 조직에서 퇴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됨에 따라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가 잇따라 미국 군 조직에서 퇴출되고 있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했던 남부군이 사용한 깃발로, 일부 백인들에게는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상징인 반면 흑인들과 민권운동가들에게는 인종차별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인종차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남북연합’ 상징 퇴출 움직임이 일었으나, 이번에는 국방 당국이 적극 나서서 논의를 시작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6월9일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 육군 기지의 명칭 면경을 위한 논의에 열려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남부연합군에서 영웅 대우를 받은 이들의 이름을 딴 육군 기지가 10개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기지명 ‘변경 계획이 없다’는 게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방침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노예제 유지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리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은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미 해군도 성명을 내고 앞으로 모든 기지와 함정, 항공기, 잠수함 등 공공장소와 작업장에서 남부연합기 전시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은 “이번 조치는 부대 결속을 보장하고, 명예와 용기, 헌신이라는 해군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6월5일 미 해병대도 남부연합기 문양의 사용을 공식 금지했다. 미군뿐 아니라 미 지역사회 곳곳에서도 남부연합 군인들의 동상을 철거하고 남부연합기 문양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세워진 남부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기마상 동상은 이미 민주당 주지사가 철거방침을 밝힌 상태다. 리치먼드는 남부연합이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 리 장군은 ‘인종차별 선봉’처럼 인식돼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서도 이날 아침 일찍부터 시 허밍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철거했다. 공화당 소속인 레니 커리 시장은 남부연합과 관련한 다른 기념물도 철거하겠다며 “남부 연합 기념비는 사라졌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또 미시시피주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남부연합기 문양이 포함된 주 깃발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한편 미국의 유명 사전 브랜드인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한 흑인 여성의 지적을 수용해 ‘인종차별주의(Racism)’라는 단어의 정의를 보완하기로 했다. 인종차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수정이 진행되고 있다.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케네디 미첨(22)이다. 미첨은 기존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정의가 특정집단에 대한 ‘구조적 억압’(systemic oppression)이라는 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지난 5월28일 사전회사 측에 메일을 보냈다. 미첨은 메일에서 “인종차별주의는 편견과 사회·제도적 권력이 조합된 것으로 피부색에 기반한 혜택 체계”라고 설명했다. 기존 정의대로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만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단편적인 설명이며,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메리엄-웹스터 사전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지적을 담았다. 사전 편집자는 바로 다음 날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단어에 대해 우리는 설명을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있다”며 답장을 보냈고, 이후 몇 차례 연락을 더 주고받은 끝에 정의는 바뀌게 됐다. 이날 현재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미첨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된 설명에서 ‘인종차별주의적 가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설계에 기반한 정치적 프로그램 또는 원칙’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사전 측은 수정이 다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와 탄압’이라는 표현을 넣고, 비대칭적 권력구조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관련된 다른 단어나 인종적 의미가 함축된 단어들의 설명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전 세계서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열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성난 시위대가 인종차별과 관련된 상징물을 훼손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하기도 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 속에서 인종 차별과 관련된 상징물이나 식민지를 개척한 이들의 이름을 딴 거리명 등도 잇따라 퇴출·철거를 청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에 몰두한 레오폴드 2세(1835~1909, 재위1865~1909)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레오폴드 2세는 1865년에 재위에 올라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을 식민통치하는 과정에서 학살을 자행해 ‘콩고의 학살자’라는 악명을 얻었다. 최근 앤트워프에서는 시위 중 과거 아프리카 콩고인 수 천명을 숨지게 한 국왕 레오폴드 2세 동상에 ‘수치’라는 낙서와 붉은 페인트가 칠해져 훼손된 후 철거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브리스틀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에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후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노예제와 관련된 동상, 거리 이름 등 기념물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며 런던박물관 도크랜즈 앞에 세워져 있던 로버트 밀리건(1746~1809)의 동상이 철거됐다. 웨스트 인디아 도크의 창업자인 밀리건은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농장 두 곳에서 526명의 노예를 부린 악명 높은 노예 상인이다. 옥스퍼드 대학 앞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철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세실 로즈는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Cape Colony)의 다이아몬드 채광권을 독점하고 식민지 총리를 지낸 제국주의자다. 시민들이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 동상에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를 새기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나 칸 시장은 처칠은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NM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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