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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끝내 무산

기사승인 2020.10.04  23: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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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 기안기금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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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에 따라 플랜B를 가동했다.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즉시 투입한다.

황태희 기자 hth@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 아시아나를 6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체질개선을 통해 정상화한 후 시장 여건이 나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분리매각도 추진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M&A 최대 빅딜, 끝내 노딜로 종결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에 뛰어든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원을 써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항공업계 M&A 시장의 ‘빅딜’로 주목을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완료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현산을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현산은 올해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작업이 차질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산은 아시아나 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 하루 전인 4월29일 인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일각에서는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산은 6월9일 아시아나 채권단에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구하면서 또다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채권단은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오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이때부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이 거세졌다. 현산은 코로나 여파로 아시아나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7월24일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금호산업은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7월 29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으며, 현산이 거래종결을 회피하면서 그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산업은행도 8월3일 브리핑을 통해 현산이 인수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8월12일부터 금호산업이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8월7일 현산에 대면협상을 먼저 제안했다. 이틀 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점검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전제로 대면협상을 하자”며 조건부 수락했다. 8월20일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현산 대표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으나,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산업은행은 최고 경영진간 면담을 현산 측에 제안했고, 이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수락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 회장은 두 차례 회동을 가졌으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8월26일 마지막 회동에서 두 수장이 극적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받았고, 이날 이 회장은 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회동 결과를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인수 가격을 최대 1조원을 깎아주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산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꺼져가던 M&A 불씨가 되살아났지만, 현산이 일주일 만에 내놓은 답변은 12주간의 재실사 요구였다. 채권단의 최후통첩에도 현산이 재실사를 재차 요구하자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아시아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평행선을 달린 채 결국 ‘노딜’로 끝났고 모든 주체들은 후폭풍을 맞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채권단관리 체제 돌입
지난 9월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노딜’(거래 무산)로 종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하며, 정부는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오늘 아시아나항공 M&A 관련해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에 대해 매각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은 최근 최고 경영진간의 면담을 통해 현산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 논의했고, 채권단 지원 방안과 의지를 전달하는 등 거래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현산은 재실사 후 거래 종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채권단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최 부행장은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현산의 요구는 과도하고, 불확실한 M&A가 장기화되면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과정에도 중대한 차질이 예상돼 채권단은 금호와 협의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도 입장을 발표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며 “당장 아시아나항공 딜이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의 투자 계획은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현금흐름, 영업 상황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산은 아시아나 M&A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현산은 이날 “아시아나 항공 및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이번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이날 담화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M&A 계약 해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M&A 계약이 해제됐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5개월 동안 M&A 성사를 위하여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발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7주 간의 실사 및 본 계약 체결 이후 8개월이란 M&A 역사상 전례 없는 긴 기간 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의 방대한 양의 실사 자료 및 설명 요청에 성실하고 차질 없이 응대해준 모든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M&A 무산에 따른 ‘플랜B’ 보고가 이뤄졌다.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열렸고,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최 부행장은 “정부와 협의해 정상화 계획을 마련, 기존에 결의한 금융지원은 물론 기안기금에서 2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크레딧라인을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향후 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체제하에 경영을 쇄신하고 차질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M&A가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채권단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다.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최 부행장은 “현재 우려하는 부분은 딜 브레이크(매각 무산)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이라며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채권자로부터 일시상환이라는 크로스디폴트가 실현될 수 있다. 기안기금과 자본확충으로 코로나 이후에 기업 가치를 제고방안을 수립하고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경영과 조직을 쇄신하고 상당기간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즉시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와 재매각을 추진하고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가 기안기금을 수혈받게 되면서 자회사 분리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이 지원 기간동안 계열사 지원에 자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부행장은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을 검토할 것이다.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서 250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총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인수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사건의 쟁점은 M&A 계약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 등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아시아나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금호산업의 귀책사유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계약금 2500억원 되찾을까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무산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앞으로 취하게 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HDC현산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함께 지난해 12월27일 이행보증금으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금호산업에 냈다. 투자지분 비율에 따라 HDC현산은 201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49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매각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면서 계약금을 모두 몰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HDC현산이 2500억원의 계약금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가지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법원에 이행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09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로 산업은행에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물어줘야 했다. 당시 한화는 소송보다 기간과 절차가 빠르고 간단한 조정신청을 선택했다. HDC현산 역시 인수계약 체결 이후 많은 시간을 끌어온 만큼 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이 완전히 대립할 경우 성사되기 어렵다.

한화 역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 HDC현산이 취할 수 있는 두 번째 액션은 곧바로 소송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소송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화의 경우 1심과 2심에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을 깨고 이행보증금액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단해 9년 만에 1951억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각에선 ‘12주간의 재실사’ 등 인수전 과정 중에 보여준 HDC현산의 태도들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쌓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HDC현산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은 인수계약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걸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HDC현산이 지난 7월 12주 간의 아시아나 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한 이유는 계약 이후에 갑작스럽게 부채와 차입금이 증가했고, 외부감사인이 내부 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HDC현산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하면서 그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에 돌렸다.

HDC현산은 보도자료에서 “4월초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며 “10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어떠한 사전 협의가 없었음에도 금호산업이 계약해제를 통보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이 ‘노딜’로 끝난 이상 계약금 반환을 위한 과정은 불가피하다”라며 “한화가 9년에 걸친 소송을 통해 계약금의 3분의 1을 돌려받은 선례가 있는 만큼, HDC현산도 계약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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