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녹색/청색 환경이 정신건강도 지켜준다

기사승인 2022.08.08  17:43:57

공유
default_news_ad1
▲ 이은주 한의사

생활환경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2천 년대 들어 밝혀진 세계적 장수마을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 출신의 자전거 여행가 댄 뷰트너(Dan Buettner) 박사는 세계적 장수마을(‘Blue zone’으로 명명)을 직접 돌면서 장수 주민들의 특징과 생활환경 등을 조사한 내용을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거진(2005년)과 책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분명한 삶의 의지, 과도한 운동보다는 일상적으로 자연스러운 활동, 고기를 줄이고 야채 위주의 신선한 식단,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 푸드(오래 묵혀 숙성된 와인이나 치즈, 김치 같은 발효음식들), 인생의 목표 설정, 서두르지 않는 습성, 가족이나 친구들 같은 동료들과의 소속감, 동료들과의 사생활 공유, 스트레스 받지 않기 등이 그가 꼽은 장수건강의 전략들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습관은 혼자서 그런 의지를 갖는다 해서 저절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뷰트너가 돌아본 ‘블루 존’이 대개 산간오지나 외딴 바닷가에 형성되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백세 노인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은 대개 바다가 가까운 시골 지역에 있다.

지금은 현대의학과 쾌적한 도시환경에 의해 도시에서도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대기환경의 문제만큼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그 한계는 여전하다. 건강장수의 전략을 아무리 잘 세우고 따른다 해도 도시생활에서는 공기가 다른 숲과 바다라는 환경보다 나을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비교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건강장수는 신체의 건강 못지않게 정신건강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장수마을과 같은 조건은 정신건강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비교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3년 전 과학잡지를 통해 발표된 영국 엑세터대 연구팀의 조사내용을 보면, 약 2만6천명의 조사대상 성인들 가운데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신질환의 위험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해안 1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은 50km이상 떨어진 사람들보다 그 위험이 22% 낮았고, 생활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 있는 저소득층의 경우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50km 이상 떨어져 사는 사람들보다 40%나 낮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해안의 맑은 공기와 푸른빛의 시각적 효과가 녹지와 비슷하게 정신적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의 정신건강에 ‘녹색 공간’이 주는 안정 효과도 이미 수많은 비교연구들을 통해 입증되어 있다. 2020년 소개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팀의 연구에서는 녹색지역에 가까이 사는 것이 신경계 질환의 발생에 대한 방어효과가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밴쿠버 시민 67만여명(성인층)의 주거조건과 신경계질환 여부를 대조하는 방식의 통계연구에서 연구팀은 주요도로에서 50m 이내, 고속도로에서 150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정신신경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뚜렷한 수치를 확인했다. 非(비)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은 14%,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은 7%가 더 높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주로 대기오염의 수준을 이러한 차이의 주 요인으로 꼽았으나, 소음이나 야간 조명의 차이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조사결과에서 하나의 ‘긍정적 신호’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즉,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곳에서 떨어진 ‘녹색공간’이 이러한 정신신경계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역설적인 결론이지만, 증가하는 정신신경계 질환에 대비해 깊이 새겨볼만한 결론이다.   

의학과 영양학의 발달, 청결한 도시환경 연구들에 의해 인류는 건강수명을 늘려왔다. 그럼에도 수명이 늘면 늘수록 알츠하이머와 치매, 파킨슨병, 다발성 신경경화증, 운동신경 질환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큰 자동차도로에서 멀어질수록, 녹색이나 청색이 풍부한 자연환경일수록, 신경계 질환의 위험이 낮아진다는 과학적 조사연구의 결론은 우리가 어떤 환경을 지향해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개인적인 노력 못지않게 도시개발에서도 녹색환경을 보전하거나 확대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실시간 뉴스

전국 뉴스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