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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막기 위한 유치원 3법 논란

기사승인 2019.07.04  0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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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논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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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7일,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반대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유치원 3법은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설립허가가 취소된 데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5일 각하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이틀 뒤인 6월7일, 또다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유총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각하돼
지난 6월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지난 6월5일 한유총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에 대한 판단을 거절하는 재판을 말한다. 본안을 판단한 뒤 내리는 기각과는 다르다. 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린 건 이번 집행정지 신청자인 김동렬 한유총 이사장의 부적격성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동렬(이사장)은 대의원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됐지만 감독청(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따라서 김동렬은 신청인의 대표권을 행사할 이사장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김동렬이 제기한 이 사건 신청도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한유총 정관에는 ‘이사장은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해 감독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동렬 이사장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이사장으로 선출됐지만 현재 서울시교육청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한유총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게 아닌 만큼 수정·보완해 다시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자 부적격성은 지적했지만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청자를 바꾸는 등 수정·보완해 금일 중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신청자는 정관에 위배되지 않고 대표성도 갖춘 한유총 이사 중 1명으로 정하겠다는 게 한유총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집행정지 신청 각하 판단에 따라 법원이 한유총에 대한 청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법 제95조에 따르면, 법인의 청산·해산은 법원이 검사·감독한다. 다만 한유총이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청산·해산절차는 기각여부 판단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청산·해산절차는 법인이 이사 중 한명을 청산인으로 정하거나, 법인이 청산인을 정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청산인을 직권으로 선임해 진행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최종확정하고 관련 통보서를 전달했다. 한유총이 무기한 집단 개학 연기 투쟁을 강행해 유아 학습권과 학부모 교육권을 침해하는 등 여러 차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게 핵심 이유다. 민법 제38조에 따르면, 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목적 외 사업을 하면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한유총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유총은 본안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관련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에듀파인 법적 근거 사라지나
사립유치원장들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사용을 강제한 교육부령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에 나선 가운데, ‘유치원 3법’이 난감한 처지가 됐다. 개정안이 지금 상태로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면 유예조항 탓에 이미 도입한 에듀파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질 위기도 있다. 법안 계류도 문제지만,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상황 역시 달갑지 않은 진퇴양난에 놓인 셈이다. 6월7일 교육계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따르면 원아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160여명은 지난 5월24일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53조의3’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해당 규칙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앞서 교육부는 국회에서 유치원 3법 처리가 늦어지자 교육부령인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원아가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도 의무적으로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했다. 개정된 규칙은 지난 2월25일 공포돼 3월 1일 시행됐다. 이에 일부 사립유치원장들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장을 제기하며 “(교육부가) 법률 개정 없이 하위 행정입법을 개정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소장에는 “설령 무효까지는 아니더라도 재판대상 규칙이 위헌·위법 처분이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요구 사항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강제하면 숙달된 행정요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 회계를 상시 감시하는 상황이 벌어져 자율성이 박탈될 수 있다는 주장 등도 펼치고 있다. 사립유치원장의 집단소송은 국회에 계류 중인 유치원 3법 논의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유치원 3법 논의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이 이 상태로 통과되는 것도 문제다. 논의 중인 유치원 3법 중에는 에듀파인 적용을 유예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서다. 에듀파인 의무 도입을 법으로 규정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앞서 국회 교육위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법 적용을 1년간 유예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법사위가 수정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넘겨 통과된다면 교육부가 규칙을 개정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에듀파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을 대비해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에서 1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되어 60일을 거쳐 모두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교육위에 6월24일까지 머문 뒤 오는 7월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어 9월22일까지 법사위를 거친 뒤 9월23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돼 11월21일까지 60일을 거친 뒤 11월2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고 그때 이후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 유치원 3법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및 자구를 심사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지난 6월9일 “법사위 위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유치원 3법 본회의 문턱 넘을지 장담 못해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 형식으로 변경하고 보조금을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은 합의 처리가 어려웠다. 결국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으로 발의한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원금을 유지하되 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 박 의원의 3법보다 수위가 약하다. 또 유치원 3법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은 약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에서 처벌규정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까지 33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최소 2020년 11월 21일 이후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하루빨리 법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형사처벌 강화 여부는 앞서 합의해 임 의원 안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사용 등에 좀 더 주의하는 등 예방적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은 법의 시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6개월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금 당장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공포 기간 축소 등 법안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다”며 “여야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지금 올라와 있는 3법은 앙금 없는 찐빵 수준”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교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사립유치원 감사를 해봤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법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한유총은 설립허가 취소로 표면적 행동력만 위축됐을 뿐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편 유치원 3법이 끝내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법안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11월이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현재의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수정안을 내서 바꾸는 방법도 있다. 박 의원은 “수정안으로 바꾸게 되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끝까지 유치원 3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11월 21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는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지역구 내 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게 돼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힘겹게 올라온 유치원 3법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했고 또 공론화된 이후에도 법안 마련과 심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사립유치원 원장의 지역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20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실에서 교육청에 연락을 하기도 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패스트트랙 법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애초에 한국당 등의 반대가 컸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라며 “지난해 말 여론에 이끌려 찬성했던 것과 달리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올해 말 또 다른 주요 법안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문제 등을 감사한 내용을 발간한 최순영 전 대표시민감사관(현 경기도민관협치 부위원장) 역시 “현재의 유치원 3법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차선책이기에 통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 전 감사관은 “총선을 앞두고 실제 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이탈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성단체들과 대책 항의 집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NM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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