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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기사승인 2019.07.04  01: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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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그룹, 아시아나 항공으로 ‘메이저 항공사’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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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발표가 나올 때만 해도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다 인수 주체가 뚜렷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애경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인수전이 점차 활기를 띨 조짐이다.

황태희 기자 hth@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배경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실한 재무구조다. 그룹에 돈이 마르면서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회계 감사의견도 ‘한정’으로 나왔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매각해야 할 기로에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채권단 지원을 사실상 바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도권은 채권단, 그중에서도 KDB산업은행이 쥐게 됐다. 채권단이 밝힌 매각 방식은 구주매각,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다.

7월부터 아시아나 항공 매각 작업 본격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오는 7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호남 지역 시민단체가 매각 반대에 나서며 반발하는 데다 애초 유력하게 꼽혔던 인수 후보들이 발을 빼면서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이세훈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지난 5월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까지는 앞으로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빨리 진행되면 7월께 (입찰 공고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수·합병(M&A)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준비할 사항도 많아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현재 주관사 선정이 끝난 뒤 매도자 실사를 준비 중인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본적 매각 구조를 짜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입찰 공고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매각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호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시아항공 매각을 정치이슈화하면서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광주의 청년 육성 시민단체인 위민연구원은 성명서를 통해 “광주은행과 금호타이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설이 나돌면서 변변한 산업단지 하나 없는 광주·전남의 지역민은 향토기업이 하나씩 무너지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기업을 다른 대기업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대기업 특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고속을 기반으로 탄생한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라며 “우량기업을 모기업의 부실로 대기업에 매각할 경우 광주·전남 지역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위민연구원은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을 국민주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이날 “현 단계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국민주 공모 등 국민기업화하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을 사전 차단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산업경쟁력장관회의와 채권단 협의 등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마련한 정상화 방안에 따라 책임 있고 능력 있는 경영 주체에 신속한 M&A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런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는 지역 시민단체의 주장뿐 아니라 호남과 연계된 기업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거론되자 향후 아시아나항공 매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M(삼라마이다스)그룹과 호반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 인수로 사세를 확장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대표적인 호남 기업인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타진했던 호반건설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42개 계열사를 거느린 호반건설그룹의 자산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굵직한 M&A 매물이 나올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호남을 거점으로 그룹을 이끈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호남 대표 기업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CJ, SK, 한화 등은 인수 가능성 일축
지난 5월 박근희 CJ 부회장은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5개 중견그룹 전문경영인(CEO) 정책간담회 참석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CJ뿐 아니다. 앞서 유력 후보로 꼽히던 SK, 한화, 롯데그룹 역시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기존 매각 방식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채권단이 밝힌 매각 방식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다. 아시아나항공 주요주주는 금호산업(33.47%)과 금호석유화학(11.98%)이다. 구주엔 통상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아울러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일부 상환하기 위한 신주발행도 함께 진행된다. 현재로선 어느 정도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인수자로선 최대주주 지분 인수만으로도 경영권을 얻을 수 있어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 가이드라인은 구주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많은 매각 자금을 챙길 수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원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최근 인수후보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히는 건 구주가치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은 인수후보뿐 아니라 채권단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는 “부실경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수천억원의 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 될 것”이라며 “금호산업 지분 매입 없이 합법적 테두리에서 얼마든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매각 방법 대신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과 손을 잡는 방법이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향후 인수후보와 손잡을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금호석화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후 신주발행을 늘려 금호산업 지분율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방침은 아시아나 지분 가치 극대화”라며 “인수에 나서는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수자의 우호지분 역할할 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화가 인수에 나선 이의 ‘백기사’ 역할을 해주는 대신 경영이 정상화 된 이후 시장가 혹은 그 이상의 가치로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 방식을 금호석유화학 측에 타진해 온 인수후보는 없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하에 매각 주간사로 크레딧스위스(CS)증권을 선정, 현재 실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르면 7월 말 또는 8월 중 입찰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조원대에서 인수 가격 형성될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 재무구조에 문제가 되는) 부채는 3조6000억~3조7000억원인데, 이를 전액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예시하자면 3분의 1이나 4분의 1을 갚고 나머지는 일정액 부채를 안고 가면 되는 것”이라며 인수금액이 “생각보다 안 비싸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논리대로라면 1조원대에서 인수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주요 주주는 금호산업(33.47%)과 금호석유화학(11.98%)이다. 구주거래 시에는 통상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게 되는데 이럴 경우 채권단 외 금호산업도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금호산업은 6월 말 실사 후 늦어도 7월 초 투자설명서(IM)를 잠재 인수후보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빠르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는 분석이다. 보유 항공기 40대로 LCC 1위를 달리는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 아시아나항공은 제주항공이 갖지 못한 북미·유럽·중국 등의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윈윈’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 더불어 물류, 항공 엔진은 물론 비용 절감 부문에서도 상당한 이득이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자회사 아시아나IDT도 딸려오는데 아시아나IDT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항공 관련 전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부가 수입 창출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애경그룹 판단이다.

문제는 인수 의사를 밝힌 애경이 과연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물론 제주항공은 자금력이 꽤 있다. 최근 실적도 좋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1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 번에 1조원가량 인수자금을 직접 부담하기에는 버겁다는 분석이다. 그룹 차원에서 인수하려면 AK홀딩스가 주도해야 하는데 3월 기준 AK홀딩스의 유동자산은 1조3833억원 수준이다. 대신 부채는 8조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1조원 이상 큰 자금을 쓰게 되면 재무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단, 직접투자 외 방식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인수자금 파트에서는 1조원 이상 대형 딜에 상당 부분 자금을 융통할 채비를 갖췄고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잘 알려진 회사의 경우에는 거액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애경그룹이 인수 의향을 부인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과 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11%대 지분을 들고 있는데 여기에 약 20%대 중후반의 지분율만 더 확보해도 금호산업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금호석화도 이런 시나리오를 반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직접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갖고 오거나 추가 지분을 인수할 의향은 없지만 지분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향후 인수후보와는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애경그룹이 금호석유화학과 접촉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인수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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