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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을 꿈꾸며 캔버스에 놀다

기사승인 2019.09.11  16: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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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작가의 전시 주제는 <유년의 멜로디>다. 스타카토처럼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을 음표와 같이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곡의 클라이맥스와 같은 전달력으로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유년을 구현하는 것이다.

신선영 기자 ssy@

   
▲ 숙명(김명숙) 작가

유년으로의 탐구 혹은 유희
숙명 작가는 본래 구상 화가였다. 시든 꽃과 무너진 집을 그리며 실존의 범주 안에서도 늙음과 아픔에 주목하며 십여 년간 구상화를 그렸다. 그런 그가 십오 년 전 부친의 부고를 접하며 추상화로 전향하게 됐는데, 그때 잡은 주제가 바로 <유년의 멜로디>다.

<유년의 멜로디>에는 고향의 집, 가족, 자연, 동물 등이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 부모의 부재를 대신해 주는 소재인 만큼 평범하나 비범한 상징으로 바이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을 압축해서 보여줄 만큼 인생의 묘미를 알게 된 나이에 그가 도달한 것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자연의 멜로디를 캔버스에 붓으로 재현한다. 서정과 정서의 교감이요, 과거 현재 미래의 교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거기에 숨어 있는 음과 양, 기쁨과 슬픔, 설렘과 두려움을 리듬감 있는 멜로디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내는 그리움의 스토리텔링이라 할까.” (작업노트 中)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기억으로 발현된다. 기억은 무의식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대로 떠오르지 않으며 함축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로 떠오른다. 그만큼 ‘유년에 대한 회화적인 구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가 추상으로 전향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뒤돌아보면 내 기억의 팔 할은 이미지였다. 또 그 중의 팔 할은 색채였다. 좀 더 멀리 파장이 전달되기를 바랐던 걸까. 생동감과 역동성을 살리려 한 내 마음이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표현 기법 상으로는 ‘색면 추상’이다.” (작업노트 中)

   
▲ 숙명, 풍뎅이, 130.3x162.2cm, oil on canvas

색면 추상은 <유년의 멜로디>로 첫 개인전을 열었던 2009년부터 견지해온 방식이다. 이야기의 서술성보다 회화의 조형성이 앞서나가는 것을 보완하고 절충하며 매 회마다 진일보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지난 5월 인사동 갤러리 엠(M)에서 열린 아홉 번째 개인전에서는 난해하다는 사람보다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추상에서도 조금 벗어난 방식인 데다 도제식으로 전수 받거나 모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는 의아해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그는 “스토리텔링과 연계해서 부단히 작업해온 결과 이젠 호불호보다 호평이 더 많다”고 전시 반응을 설명했다. 그의 작품 <풍뎅이>처럼 작지만 꾸준한 날갯짓으로 그의 삶과 화단에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 숙명, 자전거와 메리, 91.0x116.8cm, oil on canvas

<유년의 멜로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숙명 작가는 낙천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시골에서 막내로 자란 그가 가족의 관심과 자연의 보호를 받으며 형성한 기질이다. 아이 특유의 재기발랄한 생각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곳곳에 도드라지는 이유다.

특히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그는 “풀잎에 빗방울이 아롱아롱 맺힌 걸 튕기면서 놀거나 빗물 고인 웅덩이를 참방참방 뛰어가며 놀았기 때문에 지금도 비 오는 날이 우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비 오는 날>을 연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림일기처럼 비 오는 날의 단상이 성부(聲部)를 쌓고 있는 그림이다.

   
▲ 숙명, 비 오는 날의 합창1, 162.2x130.3cm, oil on canvas

이러한 그림은 다선율로 이뤄진 음악을 연상케 한다. 화성의 배열이 잘 된 음악처럼 감각의 수위를 높여주고 감상의 여운을 지속시킨다. 작가가 표현한 “음표로도 표출할 수 있을 것 같은 내 존재의 멜로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어쩌면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작은 것들은 작지 않았다. 사소한 것들은 언제부터인가 사소하지 않았고, 하찮은 것들은 결코 하찮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의미심장한 무엇으로 자라나 있었다. 허물벗기를 몇 번이나 거듭해가며 다른 어떤 무엇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시간이 그것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작업노트 中)

   
▲ 숙명, 비 오는 날의 합창2, 130.3x162.2cm, oil on canvas

숙명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지금까지 9회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그룹전과 회원전과 교류전에 참여했다. 현재 <뷰티라이프> 잡지 초대작가이자, 이형회, 송미회, 공명회, π회 회원이다. 9월 23부터 한 달간 서부지원에서 초대 개인전을 연다. NM

   
▲ 숙명, 비 오는 날의 합창3, 162.2x130.3cm, oil on canvas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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