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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인내심 갖고 통화긴축 기조 유지할 필요 있다”

기사승인 2024.07.04  08: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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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올 4분기에 금리 인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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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캐나다가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4분기가 돼서야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황태희 기자 hth@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이번 인하에도 4.25%로 3.5%인 우리나라보다 높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한·미 금리차(2%포인트)보다 낮아 자본 유출 우려가 덜하다는 것이다.

상충관계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 필요한 시기
지난 6월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섣부른 완화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더불어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너무 일찍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고갈과 노인빈곤, 교육문제, 소득·자산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그간 누증되고 심화되어 온 여러 구조적 문제들 앞에서 우리의 연구영역을 통화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는 없다”며 “기후위기, 인공지능(AI) 혁신 등에 따른 사회 대전환을 앞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구조개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 제언하는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총재는 “법적 권한이 없는 한국은행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한국은행이 더 중립적으로 분석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반박했다.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의 책임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논쟁과 비난을 두려워하며 피하기만 한다면 늘 그 자리에 머물 뿐 발전적 변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한은사(寺)’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이 제가 취임 때부터 밝혔던 포부이고, 그 길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길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다시 과거의 길로 되돌아갈지는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10명 중 4명, 美 올해 기준금리 2회 인하 전망
주요 이코노미스트 10명 중 4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2회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5월31일부터 6월5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41%는 “연준이 이달 회의 후 점도표를 통해 2회 인하를 시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41%는 인하 횟수를 0~1회로 점쳤다. 앞서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 3회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강한 경제 회복으로 인해 현재는 3회 인하설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대 2회 인하를 전망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하 횟수에는 저마다 편차를 보이면서도 9월 인하가 시작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던 지난달 회의에서의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위험 균형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며 “연준은 자신감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지표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고무적인 지표가 있다고 말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감이 회복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자신감을 가지는데 필요한 핵심 지표’에 관한 물음에는 응답자 60%가 “근원 인플레이션 3개월치의 긍정적인 결과” 라고 답했다.

앞서 공개된 4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이는 각각 3월 대비 둔화한 수치로, 상승률은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월과 같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다소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이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코노미스트는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응답률은 지난해 7월 58%에서 크게 낮아졌다. 88%가 연착륙을 예상했고 10%는 경기침체 없는 경착륙을 점쳤다. 이에 미국인들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실업률이 오르는 것보다 두 배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하기가 어렵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월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지난 6월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Fed 목표치인 2%보다 높다. 이에 Fed는 오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월 4.4%, 2022년 6월 7.1%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물가 상승률 2.7%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높아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WSJ은 설명했다. 하버드대의 스테파니 스탄체바 교수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물가가 1%포인트 오르는 것을 실업률 1%포인트 상승보다 두 배나 더 나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4%다. 5%로 상승하면 실업자는 170만명 늘어난다. 물가 1%포인트 오르는 것이 실업자 170만명이 늘어나는 것보다 두 배 더 싫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 이유는 구매력 잠식 우려뿐 아니라 정신적 부담 때문으로 나타났다. 스탄체바 교수는 “예산 기준이 빠듯하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을 쓸 때 항상 다시 생각하고 예산을 재조정해야 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인지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20개 은행, 확보하고 있는 원화 예수금 2100조원 육박
국내 은행들의 예금과 적금에 들어가 있는 돈이 21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계속해 뭉칫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는 있지만 이제는 정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막차를 타야 할 때라는 수요와 더불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사태로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안전 자산으로의 역머니무브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월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0개 모든 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원화 예수금 총액은 2093조335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1% 늘며 역대 가장 큰 금액을 경신했다. 은핼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원화 예수금 잔액이 342조275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하며 최대였다. 이어 농협은행의 해당 액수가 1.8% 늘어난 301조1331억원으로, 300조원을 넘어서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하나은행(293조8235억원) ▲신한은행(292조7882억원) ▲우리은행(291조9652억원) ▲IBK기업은행(126조2948억원) ▲BNK부산은행(57조7452억원) ▲iM뱅크(54조4232억원) ▲KDB산업은행(51조5707억원) ▲SC제일은행(48조3188억원) 등이 원화 예수금 보유량 상위 10개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몸집을 불리는 은행권의 예·적금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금리 추이와 상반된 흐름 때문이다. 예·적금에 돈을 넣어 기대할 수 있는 이자가 오히려 예전만 못해지고 있는 데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83%로, 같은 해 중 최고를 나타냈던 전달보다 0.13%포인트(p) 낮아졌다. 연초인 지난해 1월과 비교해도 0.04%p 떨어진 수치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은행권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53%로, 지난해 12월보다 0.30%p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도 은행권의 예·적금 수요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앞으로의 금리 전망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이제 더 이상은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시기의 마지막 수혜를 누려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H지수 ELS 상품에서 불거진 조 단위의 손실이 논란이 되자, 은행 예·적금을 다시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움직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단 안전 자산에 자금을 맡겨두려는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의 확실한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는 시장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M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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