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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지역고문서의 자산화 앞장서야 한다”

기사승인 2019.03.03  00: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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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민종기 원장은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 그간 자신이 모아온 고문헌 5000여건을 기탁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를 집성 연구 전시 교육을 통해 호남권 인문한국학의 진흥과 차세대 전문 인력을 배양하기 위해 상생 협력, 공동 출연하는 학술기관이다.

윤담 기자 hyd@

최근 민종기 원장이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기탁한 자료는 42개 집안에 걸친 5200점이다. 이 중에는 화순에서 활동한 대학자 조병만, 양회갑, 정의림의 일괄문서를 비롯하여 한 집안에서 전해지는 임란의병장 안방준家, 흥성장씨家, 배씨家, 밀양박씨家 동복나씨家, 제주양씨家, 창녕조씨家 등 ‘화순지역의 고문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기타  광주 나주 장성 담양 곡성 해남 영암 강진 영광 함평 순천 무안 완도 고흥지역 등 ‘광주전남 지역 고문서’ 전주 옥구 임실 남원 고창 등 ‘전북도 고문서류’를 총망라하고 있다. 민종기 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민종기 원장

호남서 생성된 고문서 5200여 건 기탁
민종기 원장이 이번에 기탁한 고문서는 호남학 연구와 호남의 정체성 확인을 위해 꼭 필요한 기초 자료이다. 이중 화순의 흥덕장씨 장기홍(張基洪, 1883~?)의 경우 조상 때부터 모아온 교지나 명문, 호적 등과 함께 장기홍이 남긴 일기가 5권이나 된다. 1924년부터 1956년까지의 일기로, 우리나라 격동기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양회갑의 경우는 송사 기우만과 일신재 정의림의 고제자로서 깊은 학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기탁한 고문헌 속에 자세한 것이 들어있다. 특히 강학안이 남아있어서 어려운 시기에 뜻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학문하면서 전통을 지켜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조병만(曺秉萬, 1829~1895)의 경우는 화순에서 운곡정사를 경영했던 인물인데 현재는 그 터도 알 수 없지만, 이 집안에서 나온 고문서를 통해 운곡정사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이밖에도 화순의 한후정이나 송석정 후손가에서 나온 고문서들도 있어서 이들을 통해서 화순의 누정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민종기 원장의 이번 기탁에 대해 전남대 교수인 김대현 호남지방문헌연구소장은 “지역 문화 연구의 가장 일차적인 핵심자료인 고문서를 열과 성을 다하여 수집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역의 고문서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이때에 어렵게 수집된 고문서가 연구 기관에 기증되었다는 것은 지역 문화 연구의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추후 민씨家 간찰 등 고문서류 800점을 추가로 기탁할 계획이라는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은 “뒤늦게나마 한국학 호남진흥원이 설립되어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좋은 고문서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연구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수집한 자료를 기탁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호남에서 생산된 다양한 고문서를 정리, 연구함에 있어 다소나마 기여를 하고 특히 집안문서 중에서도 중간에 끊긴 부분을 채워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재 털어 호남 지역 문서 보존에 총력 기울여
국내 고미술 콜렉터들의 롤 모델로 손꼽히는 민종기 원장. 우암 송시열, 암행어사 이건창, 충정공 민영환, 순국지사 송병선 등 역사적 인물들의 친필 유묵 등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고문서 수집에 뛰어든 그는 “옛 고문서 속에는 조상들의 애환과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문서 수집의 매력에 빠져든 민종기 원장은 ‘집안 일괄 문서’들이 상인들의 손에서 유랑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소중한 고문서들이 타 지역으로 무더기로 빠져 나가는 현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부득이 직접 수집에 나선 그는 힘이 닿는 대로 지역문서를 약 15년 동안 집중적으로 수집해왔다. 호남의 고문서는 호남에서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재를 털어 입수를 하다 보니 상당한 고문서류는 모을 수 있었지만 그의 재력도 한계에 달했다.

민종기 원장은 “비록 400-500년 전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었다 해도 삶의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옛 문서를 통해 ‘정신수양’ ‘의리중시’ ‘자기수양’의 노력이 더 활발했음을 볼 수 있다”면서 “문집과 서책을 비롯하여 소지, 원정, 간찰, 명문의 형식을 통하여 수많은 기록들이 전해 오고 당대의 생생한 정치 경제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라도 호남지역의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타 지역처럼 예산을 할애하여 ‘유물구입공고’를 통해 향토자료, 지역고문서를 수집·확보하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지역자산화를 해나감으로써 진정한 ‘온고지신의 보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NM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저작권자 © 뉴스메이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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